SF 액션 영화의 정석을 보는 듯한 깔끔함.
19.02.06. @CGV용산아이파크몰
왠지 유난히 길게 느껴진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시사회 이후 관람객들의 평가가 굉장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기대가 커졌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알리타 : 배틀 엔젤>을 관람하였다. 영상미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갖고 용산 아이맥스로 관람한 이 영화는, 122분의 러닝타임 내내 극도의 흥미를 이끌어내며 SF 액션 영화의 정석을 만난 듯한 기분을 물씬 들게 해주었다.
26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300년 전에 벌어진 대추락 이후 공중도시 자렘과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고철 도시만이 남아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고도의 기술력으로 사이보그들을 치료해주는 박사 이도는 어느 날 고철처리장에서 신체의 대부분이 훼손된 사이보그를 발견하고 그에게 알리타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알리타는 이도 박사의 보살핌 아래 고철도시에서의 삶에 적응해가고 그 과정에서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게 된다.
제작과 각본을 맡은 제임스 카메론이 20년 전부터 계획한 야심찬 프로젝트이자 일본 만화 '총몽'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일단 꽤나 재밌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점점 과거의 자신을 찾아간다는 기본적인 설정은 당장 2017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특별히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영화는 자칫 진부하게만 느껴질 수 있을 플롯을 화려한 기술력으로 충분히 메워준다.
영화는 확실히 왜 시사회 이후에 그토록 많은 관객들이 영상미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지는 깨달을 수밖에 없게 해준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레디 플레이어 원> 등 매년 뛰어난 비주얼에 감탄하게 만드는 SF 영화가 한 두편씩 등장하는 상황에서 가상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이보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의 영상미는 사실적인 묘사와 현란한 CG로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확실한 개성을 갖춘다.
더불어 제목부터 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알리타'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냈는가도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오는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가히 100%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알리타가 고도의 기술로 제작된 최고의 전사였음을 깨닫기까지의 과정과 이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된 후의 모습은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액션과 설득력 있는 심리 묘사를 통해 굉장한 매력을 자아낸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크게 다르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SF라는 점에서 오버랩되는 <모털 엔진>과 비교하면 더더욱 만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찬사를 아끼지 않을 만큼 엄청난 만족감을 선사한 작품은 분명 아니지만, 가상의 세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충분한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목적을 갖게 된 알리타가 거대한 적에 맞서게 될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가득 품게 만든 상황에서 현재의 흥행 예상대로면 속편이 제작될지가 불투명하단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