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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Feb 02. 2024

사십 대 중반에 개발자가 된 문과 아줌마의 고군분투기

"Challenges come with opportunities"

이주 전에 내 인생 두 번째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날에는 사는 게 뭐 이렇게 팍팍하냐는 생각에 서글퍼 좀 울었어요. 한편으로는 전공자도 아닌 아줌마를 인턴부터 시작해 정규직 개발자로 돈 주며 교육시켜 준 고마운 회사입니다. 


둘째 날부터는 너무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평안해요. 요새 대기업, 중소기업 구별 없이 구조조정이 한창이어서 구직시장이 얼어붙었어요. 슬픔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작성에 필요한 사항들을 적습니다. 해고 통지받자마자 짐 싸들고 집에 오느라, 제대로 인사를 못했던 직장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작별인사도 하고요. 엑셀에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적어봤어요. 회사에서 받은 돈은 몇 달치 월급, 주정부에서 받을 실업급여를 합치면 생활비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행히도 남편이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내가 언제 다시 재취업할 수 있을지 모르니 꼭 필요한 지출 아니면 이제 다 줄여야 합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7년 차로 근무할 무렵 팬데믹이 터지면서 첫 번째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때는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비자발적 퇴사라니... 명예, 소속을 중요시하는 내겐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더구나 내 직속상관 면담도 아닌 인사팀 전화 한 통으로 이뤄진 정리해고였습니다. 하지만,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열심히 코딩 공부를 해서 개발자로 커리어 전향에 성공했습니다. 첫 번째 정리해고는 내 인생에서 벌어진 최고의 선물이라도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변변찮은 커리어를 붙들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저를 벼랑 끝에서 밀어준 셈이니까요. 


저는 이번 정리해고도 앞으로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로 삼으려 합니다. 내 인생의 주체는 저입니다. 저는 방구석에 움츠리고 앉아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에 컴퓨터를 열고 코딩 한 줄, 한 줄로 제 인생을 직접 개발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제 선택이 옳음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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