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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언니 Feb 14. 2020

오늘은 호텔로 출근한다

작업실의 보너스 같은 날

내게도 호텔방에서 작업하는 날이 왔다!

집에서 일하는 게 정말 아주 아주 아주조금은 무료해지던 차에 호텔방에서 일할 기회가 왔다. 느긋하게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뒹굴뒹굴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집에는 없는 욕조에서 반신욕도 하면서 한껏 호캉스 분위기를 내다가, 정신 차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전염병으로 아이와 함께 집콕만 하던 차에 이 무슨 용감한 결정인가 싶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호텔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 이 호텔을 예약한 한 사람은 우리 가족이 아니다. 호치민에서 열리는 박람회 참석을 위해 남편의 지인이 예약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자기 베트남 출장이 취소됐다고 한다. 하지만 취소된 출장과 달리 호텔 예약은 취소되지 않아 우리에게 통 크게 넘겨주셨다.

주변에 들어보니 이렇게 호텔 예약까지 하고서 못 온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5성급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의 남편은 설 연휴 일주일 내내 못 쉬었는데, 갑작스런 코로나 여파로 인해 투숙객이 줄어 주 3회 출근만 하고 있을 만큼 일이 없다고 한다. 벌써부터 호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니 말 그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아무튼 평일에 일을 하다 보니 평일에는 남편이 호캉스 하며 일하고, 주말에는 내가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여행도 아닌데 굳이 온 가족이 같이 호텔방에 있을 필요 있냐는 내 말에 처음에는 황당해하던 남편도 혼자만의 호캉스에 만족한 듯한 눈치다.

얼마 만에 주어진 24시간을 통으로 쓰는 나만의 시간인지. 늦게까지 놀고, 늦게까지 작업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분위기에서  작업이 더 잘 되는 듯한 착각도 느끼면서 말이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시내에서 마음껏 돌아다니지도,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못하고 호텔방에만 머물렀지만, 조금도 아쉽지는 않았다. 최근에 기획서를  회사에서 긍정적인 연락이 와서  빨리 작업 속도를 내고 흡족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 부담감이 컸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잠깐 숨을 돌릴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고마웠다. 호텔방에서의 작업은... 나 홀로 워크숍이었달까...? 

덕분에 2 3 동안 어느 정도 목표한 분량의 작업량을 채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종의 워크숍 레크레이션 차원에서 보고 싶었던 밀린 드라마도  보고...)


 일이 있다는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일이 즐겁다는   감사한 일이다.

오늘 다시 생각해봐도 작업실은 만들길  잘했다.

작업실을 오픈하기 전과 지금의 나는  달라져있지 않을까? 나중에라도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 하나는 비누를 마시는 듯 했고, 하나는 그냥 정말 맛이 없었다. 역시 모험은 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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