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을 용기

Win Win 전략

by 이현직

어릴 적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더라도 힘든 얘기를 하거나,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약속 없는 날에 불러내는 것이 항상 쉽지 않았다. 내 우울의 반을 덜어 상대에게 묻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너무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에는 친한 친구들을 불러 얘기하곤 했는데, 상대의 시간과 내 시간까지 두배로 나 혼자 소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고마운 마음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항상 더 앞섰던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친한 친구를 위로하게 된 날이 있다. 하루가 끝나갈 즈음에 연락이 와서 만나러 나갔었다. 연락을 받은 나의 첫 기분은 고마움이었다. 왜일까.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왜 상대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느꼈을까.


언젠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다가 프로이트와 존 듀이라는 심리학자의 말에서 해답을 찾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는 '성적 욕구'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존 듀이는 프로이트가 말한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을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라고 해석한다.


내가 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가장 처음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위로해 주던, 나에게 불러내어진 친구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고마움만 넘치는 충만한 관계에서 나는 누구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던 것인가.


위로를 바라는 사람은 상대의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었고, 위로를 받았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말하나로 위로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다 서로에게 고맙다는 감정이 생긴 것이다. 거기에 더해 위로를 받은 사람은 우울했던 마음까지 치유가 된다.


절대적으로 한쪽이 빚을 진 것 같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던 말에서 무한한 행복을 본 것 같았다. 힘드니 술 한잔 하자는 말은 행복복사다. 실패할 수 없는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 이 정도 긍정적인 에너지만 있는 말이 더 있을까 싶다.


힘든 이야기가 오가는 곳에는 고마움만 있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

그러니 힘든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친구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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