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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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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제 Oct 14. 2020

도대체 누구한테 배웠어?

학생들 앞에서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이학기 들어서는 처음있는 발표수업이었다. 모둠별로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비주얼 씽킹으로 표현해본 후 이를 설명하는 발표였다. 지난 시간, 교과서 설명까지 열심히 뒤적여 가며 각자의 아이디어로 모둠 활동에 참여하기에 기특했는데, 오늘의 발표에서도 모두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신기하기도 일 학기에 처음 했던 발표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무작정 외운 말을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해한 내용을 정리된 언어로 다른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해진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데 주책맞은 입꼬리가 자꾸 씰룩거렸다.


  어떤 모둠의 발표 차례. 발표자로 정해진 것이 의외라고 생각될 정도로 평소 조용한 남학생이 칠판 앞에 나섰다. 그런데 웬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너무나도 깔끔하게 설명을 잘 하는거다. 기특한 마음에,


ㅡ너무 잘한다. 도대체 누구한테 통합사회 배웠어?

라며 너스레를 떨어보았다. 곳곳에서 어이없단 웃음이 터져 나오고. 또 '선생님이요~'라며 또 그 너스레를 받아주는 아이들도 있다. 귀여운 것들.



   다음 모둠의 차례로 옮겨가며 발표가 계속되었다. 한 학생의 발표가 끝난 뒤 내가 발표자에게 발표 내용에 대해 몇 가지를 되물었다. 질문은 받은 학생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아마도 잘 기억이 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 내용인 듯싶었다. 그러자 어디에선가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남학생이 외치듯 말했다.


ㅡ도대체 누구한테 배웠어???


   예상치 못한 발언에 나도 웃고 아이들도 웃었다. 이럴 때 참 아이들에게 놀라곤 한다. 정말 빨리 배우는구나! 우리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언어 유희를 이용한 고급 유머를 구사할 줄 알다니ㅠ 좋은 것들을 많이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교과지식엔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가 함께 수업했던 시간, 그리고 그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서 좋은 것들을 배우는 수업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중에 혹여나 이들이 고등학교 시절 사회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잠깐이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정말로 뿌듯할 것 같다. 매우 큰 기대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해 볼 생각이다.   


2019. 9. 11. 교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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