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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간비행 Nov 18. 2024

유럽 캠핑카여행: 융프라우, 루체른  그리고 귀국

즐거웠던 캠핑카 여행 그리고 귀국


융프라우는 스위스 알프스의 상징적인 산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관과 100여 년 전 개통된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비롯한 거미줄 같은 관광인프라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융프라우는 하나의 산이 아닌 거대한 산악지역이다. 산 정상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디나 저마다 개성 있는 풍경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융프라우 관광을 위해 체류하기 좋은 장소로는 좀 멀지만 모두 갖춰진 도시가 인터라켄이고 조그마한 마을이지만 융프라우에 근접한 마을이 라우터브루넨이고 두 곳의 중간정도 되고 교통이 좋은 곳이 그린델발트이다.      

우리는 라우터브루넨에 있는 캠핑융프라우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풍광부터 압도적이다. 좌우로 수백 미터의 절벽이 버티고 있고 그 절벽으로부터 폭포수가 쏟아진다. 하루종일 폭포수 소리가 우렁차며 야간에는 조명을 설치해서 몽환적인 풍경으로 변한다. 저 멀리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 영봉들이 보여서 이곳에만 머물고 있더라도 알프스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캠핑장이 마을과 가까워서 기차역, 식당이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위치가 좋아서 인지 지금까지 거쳤던 20곳의 캠핑장중 가장 비싸다. 저렴한 곳은 1박에 5만 원 정도이고 보통 7~10만 원인데 비하여 이곳은 1박에 13만 원이다. 9.20일 휴가철이 지나서 인지 캠핑장이 조금 여유롭다. 8월 휴가철에는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데 지금은 예약 없이 찾아와도 자리가 여유롭다. 은퇴자들은 휴가철을 피해서 여행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융프라우에 근접한 마을 라우터브루넨: 캠핑장과 도보 10분 거리이다
융프라우 캠핑장: 좌우가 높은 절벽이며 좌측에 폭포가 보인다.

스위스는 관광수입보다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관광지를 개발하고 인프라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은 모두 열차, 산악열차,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유람선 등으로 거미줄처럼 연결시켜 관광객이 쉽게 다녀갈 수 있도록 한다. 융프라우 주변에 있는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통망이 촘촘히 짜여 있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은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개발하여 스위스의 웅대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교통망을 따라다니다 보면 저절로 중요한 관광포인트를 모두 거치게 된다. 


모든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을 구입하면 편리하다. 가서 사진 찍고 이동만 하더라도 2일은 걸리는 광대한 지역이라서 우리는 하이킹도 할 겸 3일짜리 자유이용권을 구입했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전략을 잘 짜야한다. 몽블랑에서처럼 이곳에서도 모든 탈것들의 시작시간과 마지막시간을 체크하고 각 구간별 이동시간등을 고려하여 동선을 짰다. 이동 중에 풍광이 수려한 곳은 여러 번 왕복하면서 눈으로 즐기고 하이킹 코스가 좋은 곳은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융프라우 자유이용권 사용가능한 동선: 교통동선만 따라다니면 관광 끝.

위의 지도에서 흰색칸은 역이름이고 붉은 칸은 봉우리 또는 지역 이름이다. 융프라우에서의 관광포인트는 흰 칸의 역으로 가서 탈것을 타고 붉은색칸에 적혀있는 곳으로 가서 보거나 걷거나 하면 된다. 붉은 칸에 적힌 융프라우요흐, 아이거클렛처, 클라이네샤이덱, 뮤렌, 휘르스트, 멘리헨, 쉬니케플라테, 하더쿨룸은 가장 아름다운 곳이어서 풍광이 좋을 뿐 아니라 하이킹 코스와 산악자전거등 액티비티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 저 있다.


 설악산과 비교하자면 융프라우요흐는 대청봉이고 나머지 장소는 설악산에서도 풍광이 수려한 토왕성폭포, 공룡능선, 울산바위 와 같다고 보면 된다. 설악산은 발로 열심히 올라가야 하지만 융프라우는 모든 장소가 케이플카, 곤돌라, 스키리프트, 산악열차 등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한국은 산이 낮아서 하이킹코스가 산 입구부터 시작되어 계곡이나 능선을 따라 걸으나 알프스는 산이 높고 우악스러워서 산 아래에서부터 올라갈 수가 없다. 알프스의 하이킹 코스는 일단 케이블카나 곤돌라로 어느 정도 올라간 다음 능선을 따라 코스가 연결된다. 한국은 대부분 나무가 울창한 숲을 하이킹 하나 알프스는 대부분 지역이 암석지대여서 숲이 아닌 초원이나 너럭지대를 걷게 된다.     

아이거루트: 아이거클렛처에서 클라이네샤이덱가는 하이킹 코스. 비 맞으며 한 시간 걸었음
뮤렌에서 라우터브루넨 가는 하이킹 코스: 걷는 동안 펼쳐지는 알프스가 압권
멘리헨에서 그린델발트 가는 하이킹 코스. 전면에 아이거북벽과 융프라우가 보인다.

3일간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 첫차로 이동해서 기차, 산악열차,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푸니쿨라, 유람선등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하여 이곳저곳을 열심히 다녔다. 이동하는 경로의 풍광이 특별한 아이거 익스프레스는 세 번을 왕복하면서 경관을 즐겼다. 다른 곳도 두세 번씩 왕복하면서, 날으는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듯이 스위스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겼다. 하이킹 코스가 좋은 곳에는 몇 시간씩 걸으면서 알프스의 정기를 받았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만년설이 덮인 몽블랑산을 보면서 걸었던 것처럼 융프라우와 아이거북벽을 보면서 걷는 하이킹 코스는 더 환상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융프라우에 올라갔을 때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5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왔을 때도 구름이 꽉 끼었었는데 이번에도 운이 안 따랐다.      

아이거 익스프레스(케이블카): 아래 보이는 그렌델발트와 우측의 알프스가 환상적이다. 3회 왕복탑승으로 뽕을 뽑음

융프라우 4일째 다음 목적지인 루체른 지역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구글지도를 보고 구불구불 산길을 어렵게 찾아갔는데 정식 캠핑장이 아닌 농가 공터에 차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야외주차장이다. 시간도 늦고 해서 내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하룻밤 여기서 묵기로 했다. 캠핑장으로는 수준 이하이지만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지금까지의 캠핑장과 다르게 매우 서민적이고 목가적이다. 지금까지의 캠핑장이 대도시 아파트라면 이번 캠핑장은 농촌의 초가집 같은 소박한 느낌이다. 스위스 농촌의 목가적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캠핑장에 인접한 초지에는 소들을 방목하고 있었는데 소가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고 부비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조용하고 목가적인 시골에 살다 보면 사람뿐만 아니라 소도 순박해지는 모양이다.      

시골 농가 주차장에서 하룻밤: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풍경.
캠핑카 바로 옆에서 풀을 뜯는 소들: 강아지처럼 애교 부리는 순박한 소들.

다음날 아침 자르넨 역으로 가서 루체른 지역 2일 자유이용권을 구입했다. 루체른 지역 관광포인트는 루체른 호수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3개의 큰 산이다. 루체른 호수는 우리나라 최대호수인 소양호 보다도 더 큰 호수이다. 알프스에서 흘러온 맑은 물과 주변을 둘러싼 산들로 인해 매우 아름답다. 루체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산들 중 필라투스, 리기, 슈탄스 3개의 산이 높고 전망이 좋다.  산마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루체른 호수는 독특한 매력으로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산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교통수단이 독특하여 올라가는 재미가 서로 다르며 산마다 지형을 살린 하이킹 코스가 있고 산악자전거, 집라인등 산악스포츠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루체른 시의 아름다운 모습
필라투스 산에서 바라보는 루체른 호수: 소양호 두 배 크기임.

필라투스산은 남쪽에서는 산악열차로, 루체른이 있는 북쪽으로는 30분이 넘는 긴 케이블카와 곤돌라로 이동하면서 호수와 도시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슈탄산은 전통적인 모습의 푸니쿨라를 타고 중간까지 간다음 정상까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뚜껑 열린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특이한 즐거움이 있다. 리기산은 산악열차만 30분 이상을 타고 올라가는 최장거리 산악열차 탑승 경험을 할 수 있다. 필라투스산과 리기산을 오갈 때는 루체른 호수의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어서 빙하수의 푸른빛과 호수를 둘러싼 산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관광명소 중 가장 경관이 좋은 필라투스산에는 3번을 가서 즐기고 또 즐겼다.     

루체른 지역 최고높이인 필라투스 산
슈탄산 정상에서 보이는 융프라우와 아이거 북벽 전망

자유이용권을 샀으니 또다시 바빠졌다. 이틀간 비싼 자유이용권 뽕을 뽑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첫차를 타기 위해 새벽에 캠프를 나섰고 식사시간을 아끼기 위해 곤돌라 안에서 빵과 우유를 먹었고 출발하는 환승 교통편을 타기 위해 젊은애들 뒤를 따라 헉헉거리며 뛰어다녔다.     


30여 년 전 애들 데리고 미국 디즈니랜드에 가서 입장하자마자 뛰어다니며 놀이기구 22개를 탔던 기억이 있다. 나중 들어보니 하루 15개만 타도 많은 거라는데 22개나 탔다면서 모두가 놀라워했다. 이번 여행 중 몽블랑, 융프라우, 루체른에서 자유이용권으로 뽕을 뽑고 나니 내가 아직 젊은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다...ㅋㅋ     

우리가 갔던 캠핑장 대부분이 좋았지만 이번 캠핑장은 은근하게 좋았다. 샤모니와 융프라우와는 달리 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위치하여 고요하고 운치 있었다. 아침에 캠프를 나설 때와 저녁에 들어올 때 호숫가를 걷게 되는데 그 길이 고요하고 운치 있었다.     

루체른 근처 자이넨에 위치한 캠핑장
캠핑장이 위치한 호수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

루체른에서 3일을 보내고 나니 실질적으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귀국하는 일정이다. 프랑크프루트 가는 이틀간 큰 쇼핑센터에 들러 쇼핑도 하고 온천에 들러 피로를 풀었다. 여행 마지막 저녁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 캠핑장에서 와인을 함께 마시며 무탈하게 긴 여행을 마치게 된 것을 서로 축하했다. 다음날 차를 반납함으로서 50일간의 긴 캠핑카 여행이 종료되었다. 프라하 30일까지 더하면 80일간의 긴 여행을 건강하고 무탈하게 마치게 해 준 행운의 여신께 감사드린다.      

알프스를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도중 독일 온천에 들러 휴식
여행 마지막 밤을 보낸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 캠핑장

이번의 캠핑카 여행은 지금까지 해온 여행 중 가장 추억에 남는 여행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이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을 압도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여 다시 한번 캠핑카를 몰고 미지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

프랑크푸프트 호텔에서 이틀간 쉬면서 여독을 풀고 귀국했다. 한동안 쉬면서 부모님 산소도 돌아보고, 첫돌을 못 챙겨준 손녀도 안아보고, 애들과 밥도 먹고, 고향에 가서 형제들과 정도 나누고, 친구 동창들 만나 술도 한잔 하고, 한국산야의 단풍도 감상하고, 목욕 이발 염색도 하고, 가장 중요한 이사를 한 다음에 다시 어딘가로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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