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야, 안녕.

일기의 새로운 시작

by 황지연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큰 변화는 중학교 2학년 3월 마지막날의 이사였다.

태어나 줄곧 살아온 고향을 떠나 낯선 동네로 옮겨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창밖의 아파트 풍경은 낯설고, 상가의 간판들 이름조차 생소했지만, 조금씩 나도 적응하고 있었다.


이사와 전학이라는 두 단어는 마치 인생의 커다란 갈림길 같았다.

친구들과의 우정, 학교의 익숙한 풍경, 매일 걷던 동네 등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건 어린 마음에 큰 두려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또 다른 설렘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이 특별한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나만의 기록을 남기자고.

새로운 일기장을 꺼내어, 그 안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내 이름과 비슷하게 “지혜”라고 정했다.

또한 지혜는 이치를 깨고 사물을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란 뜻이 있다.


낯선 동네에서 새로 피어난 나의 또 다른 모습, 흔들리면서도 자라나는 나를 담을 그릇으로 ‘지혜’를 택했다.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전하는 격려이자 약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지혜야, 안녕.”

이름을 불러주며 나는 일기장을 꼭 껴안았다.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듯, 앞으로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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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낯선 시작의 연속이다.


그때의 나는 작은 실패에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 두려워했고,

일기장에 겨우 몇 줄의 다짐을 적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작은 다짐들이야말로 내 삶을 지탱해온 기둥이었다.

이사라는 떠남도, 전학이라는 낯섦도,

결국은 나를 키운 선물이 되었음을 안다.


성장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일부터는 해보자”라는 소박한 다짐에서 시작된다.

자책하면서도 다시 일기를 쓰는 그 마음,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소중한 힘이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펜을 들고 첫 글자를 적는 순간, 우리는 이미 새로운 나를 만나고 있다.

작은 다짐이 쌓여 결국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중학생일기

#일기장

#사춘기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