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미즈데라와 기온의 일부가 산자락에 걸려 있는 히가시야마를 걷다 보면, 담장을 두른 집이 불쑥 시야에 들어온다. 규모와 분위기에서 집주인의 태도가 느껴질 만큼 격식을 갖춘 집들이다. 담장 가까이 다가서면 뜻밖의 디테일이 보인다. 벽 한편, 어른 주먹만 한 사각 구멍 하나. 어떤 집에서는 여백 한가운데 화룡점정처럼 자리하고, 어떤 곳에서는 점처럼 줄지어 이어진다. 장식처럼 보이지만, 흙벽과 목재가 숨 쉴 수 있도록 만든 통기구다.
비가 잦고 사계절 내내 습기가 머무는 교토에서, 길고 깊게 뻗은 마치야 내부는 공기가 쉽게 정체된다. 담장의 작은 틈은 벽 속에 맺히는 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바람을 불러들여 집을 말린다. 작고 소박하지만, 오래된 집이 묵묵히 의지해온 실용의 축적이다. 눈에 띄지 않게 제 몫을 다한다는 점에서, 전기 계량기나 에어컨 실외기를 가려 둔 목재 루버, 담장 아래를 두른 미즈키리(水切り) 같은 교토의 다른 도시 장치들과도 닮았다.
종종 ‘바깥을 살피는 창’이 아닐까 오해받기도 하지만, 기능은 훨씬 현실적이다.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으로는 길냥이의 꼬리조차 제대로 보기 어렵다. 구멍은 밖을 찾기 위한 창이라기보다, 그물이 스스로 몸을 조절하는 숨구멍과 같다. 사람이 숨을 고르듯, 마치야도 그 틈으로 호흡한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기능적 필요에서 시작했지만, 세월을 지나며 마치야 특유의 디테일로 자리 잡았다.
작은 구멍 하나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경쾌하다. 틈새로 기척이 스며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오가던 생활의 리듬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기능이 풍경이 되고, 장치가 표정이 되는 순간이다. 교토의 거리는 ‘작은 장치’들이 모여 만들어낸 표정을 지닌다. 통기구 역시 그중 하나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 사소함이 교토가 세월을 견뎌온 방식을 차분히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