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야를 여는 댓돌

by 도간


납작하고 큼직한 돌 하나가 오래된 마치야(町家) 현관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비워 있는 바둑판 위에 첫돌을 올려두듯, 크게 도드라지지 않을 뿐 이미 집의 흐름을 정해버린 돌이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놓인 것 같지만, 신중하게 고른 돌이다. 크기와 결, 발이 닿는 감각까지 생각해 고르고 골라 놓은 댓돌, 일본어로는 쿠츠누기이시(沓脱石)라고 부른다. 집을 대신해 손님을 맞이하는 ‘첫인사’처럼,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럼을 막고, 바깥에서 묻은 흙이나 소란을 정리하고 들어오라는 안내 역할을 한다. 댓돌은 마치야의 중정이나 뒤란으로 이어지는 툇마루 아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간과 기능은 달라도, 돌 하나가 집과 사람 사이에 놓인다.



마치야는 바깥과의 거리가 짧아,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오르는 순간이 의외로 극적이다. 집 안쪽이 정돈된 사적 세계라면, 바깥은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이다. 경계에 놓인 댓돌은 두 세계가 맞닿는 문지방 같은 역할을 한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돌의 촉감이 몸을 먼저 반응하게 하고, 공기까지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발바닥이 살짝 알려주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경계다.



예로부터 사찰이나 다실, 부유한 저택일수록 넓고 평평하며 결이 고운 묵직한 자연석 댓돌을 두었다. 크기와 무게, 형태가 특별해 운반과 설치가 쉽지 않은 돌은 집의 ‘격’을 말없이 보여준다. 댓돌을 넘어, 공간의 흐름을 붙잡는다.

투박한 자연석 하나가 직선적 구조의 마치야 사이에서 공간의 리듬을 만든다. 각진 돌은 단정하고 절제된 느낌을, 둥근 돌은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준다.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그 앞에서 머무는 일이다. 댓돌 앞에서 잠시 멈춰 서는 순간이 마치야의 분위기를 만든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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