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Jul 06. 2023

블태기를 치료 중입니다. 미라클모닝으로요.  

블태기가 찾아오고 어느 날부터 무기력이 과해졌다.  여행블로거라는 같은 이름을 불리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협찬과 광고가 난무하는 이 바닥. 개나 소나 여행블로거라 하지만 이 바닥 알게 모르게 순위가 있고 라인이 있다.  대단한 순위는 아니지만 주변 인맥이 좋아 날개를 달고 여행블로거로서 화려한 삶을 사는 블로거도 있고 대단한 인맥은 없지만 블로그가 탄탄하고 네이버의 은혜를 받아 섭외 1순위가 있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 바닥은 오직 잘 뜨고 못 뜨고 누가 누구를 추천하느냐의 문제랄까. 누가 어떤 대행사 직원을 많이 아느냐 또한 제법 큰 백이 된다. 



코시국이 찾아오고 여행을 주로 올리는 내 블로그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당연히 갈 수도 없었지만 가끔 코 찌르고 가는 여행의 기회조차 쉽게 오지 않았다.   제주에 이사 오고 제주의 비밀스폿까지 찾아다니던 열정은 코시국과 함께 사라졌고 코시국이 끝난 요즘 새롭게 제주 여행에 불태우는 이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 해외와 국내,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다방면으로 애쓰고 내돈내산으로 다음 달 카드값은 미래의 나에게 미뤄가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코시국과 함께 여행업은 끝이었다. 사실 그래서 좋았다. 나만 쉬는 게 아니니까. 

어느 블로거가 어디에 갔다더라 어디에 가있다더라. 어느 업체에서 얼마를 받고 갔다더라.  매일매일 보게 되는 경쟁에 지칠 때로 지쳤기에 다 함께 쉬는 이 시간이 아주 조금 공평해진 느낌이었다. 

나만 여행블로거로서 괴로워하는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해외여행을 불태우는 이들로 가득해졌고 코시국 여행 못 간 여행블로거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도 해외로 더 열심히 해외로 가다 보니 해외시장은 다시 불타오르며 그와 함께 홍보에 열 올린 해외업자들은 수많은 여행블로거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도는 사이 블로그 판도는 뒤집혔고 코시국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존버하는 수많은 블로거들 사이사이 수많은 여행블로거들이 숙청당했다. 그사이 국내여행으로 시동 걸던 여행블로거들은 새롭게 해외진출에 열을 올렸고 그와 함께 새로운 리스트들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에이스로 존버하던 이들이 섞여 새로운 여행블로거들의 라인이 구축되었다. 그리고 전염병 창궐기간 블로거라는 세계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진 하나로 먹고 산다는 그 세상의 새 능력자들이 새롭게 리스트업 되었다.  코시국이 끝나고 나니 더 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진 한 장 한 장 얼마나 공이 들어가는지 모른다. 블로그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요즘 추가 옵션이라 역시나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세계도 얼마나 많은 감성을 요구하는지 모른다. 사진 한 장에 수많은 필터. 코끼리가 날씬이가 되어가는 어플.  하물며 어떤 이의 실물을 아는데 얼마나 팔다리허리몸통을 줄였는지 뒷기둥까지 함께 휘어버린 사진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애쓴다 싶기도 하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 또한 기술이기에 그것조차 하기 힘들어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영상의 퀄리티는 올라간다.  요즘 애들은 어디서 배우는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춤도 추고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짧은 영상들에 그저 놀랍다.  장면장면 위치는 바뀌고 하늘에서 땅에서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움직여지는 영상에 또 한 번 입이 떡 벌어진다. 블로그 바닥도 피곤하고 매일 계속되는 경쟁에 지쳐가는데 그와 동시에 필수조건으로 인스타까지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인스타그램의 영상과 감성 넘치는 사진을 위해 보고 있자니 역시나 기빨리는건 어쩔 수 없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사진으로 피드가 가득 채워진 이런 사람들을 또 어찌 따라가느냔 말이다.  



예쁜 제품사진을 위해 집안 구석은 스튜디오로 만들어야 하며 청소기며 가구, 예쁜 살림살이받기 위해 애쓰는 리빙 전문가들은 해 뜨는 날 예쁜 집을 찍기 위해 날 좋은 날 오히려 집에 있어야 한다는 웃픈 소리도 하더라. 다음 인테리어 촬영을 위해 매번 시즌마다 집 인테리어를 바꾸며 세탁기와 건조기를 받기 위해 집안살림을 정리하는 게 보통일은 아니라며.  하물며 내가 시작한 여행 바닥도 매일 자랑처럼 나 오늘은 여기 출장. 나 오늘 여기 가요. 나 여기 업체 협찬. 매일매일 쏟아지는 자랑스타그램에 아주 피곤하다 싶었는데 리빙도 육아도 it도 각 분야분야 매일이 전쟁터였다. 



육아는 누가 누가 유모차를 더 많이 받았나. 리빙은 누가 더 비싼 가전을 받았나.  누가 이번에 대기업과 손잡았나. 블로그 이웃의 전문분야가 다들 다양하고 오랜 시간 블로그를 운영해오다 보니 오래 알고 지낸 친구, 동생들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다양하게 듣게 되는데 정말 매일이 피곤하다. 누가 섭외를 하면 업체에 연락해 이 아줌마는 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블로그 바닥 안에 누가 누구랑 만나고 누가 어쩌고저쩌고.   와 나 왜 이렇게 많이 아니? 



사진 한 장으로 수십, 수백을 번다는 인스타그램 바닥 역시나 아주 귀에 피가 질질날정도로 피곤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요즘은 누가 잘 나가고 누가 무엇을 협찬받고 어디를 갔으며 무엇을 받았으며..

너무 많은 정보와 수많은 영상과 사진. 글들이 매일매일 지치고 나를 경쟁하게 만들며 단 하루라도 쉬면 떨어지는 인플루언서 등수를 보고 있으니 절로 화가 난다.  생계형 블로거다 보니 매일 블로그를 안 볼 수도 없고 

매일 보고 있자니 나만 초라해지는 기분. 섭외가 안돼서? 혼자 떠나지 못해서? 아니 그냥 어느 순간 하.. 지친다 라는 말이 입밖에 턱 나오더라. 원고료 얼마에 일이 들어올 때는 한없이 즐겁다가 또 텅텅 비어진 메일함에 한숨이 나오다가 행운의 편지처럼 섭외 메일이 왔지만 더 이상 소식이 없고 이웃블로거 보면 그 포스팅이 올라와있고.  내가 부족한 거지머 싶다가 괜히 업체가 얄밉기도 하고.   하루에 몇 개씩이나 올라오는 포스팅에 이 사람들은 밥 먹고 이것만 하나 싶고 여행 가서도 포스팅만 하나 싶고 하루 한 개도 못 올리고 하루를 보낸 날에는 죄책감과 답답함 내가 맥주 먹고 드라마 하나 보는 사이 나는 떨어지겠지 라는 무언의 압박이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되었다. 



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고 알면 알수록 더 욕심나는 이 바닥. 그냥 너는 너 하던 대로 해. 그냥 남 들 거 보지 말고 너만 열심히 해라고 하지만 그게 또 내 마음처럼 안되더란 말이다.  매일 스스로 채찍질하고 아 나는 저 사람보다 사진을 못 찍어. 아 저 사람보다 글을 못쓰는 것 같아.  수없는 다중이 인격이 되어가는 내가 가끔은 무섭기까지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다.   매일 계속되는 경쟁 사회에 나만 도태될 수는 없다.   사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나만의 도 닦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신안정을 위해 책 천권을 읽기로 했다.  천권을 읽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책 읽기에 집중해 보지만 안 되는 날이 많다.   정신 건강을 위해 그렇게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3주째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미라클모닝 도전 중이다.  새벽시간 걷고 책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본다.   그렇게 미라클모닝은 계속된다.  밤에는 피곤하니까 남들과 경쟁할 시간 남 들 거 보고 비교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오늘 아침에도 미라클모닝 인증샷을 찍고 

인증샷을 올리고 있는 나를 만났다.   

소오름. 



작가의 이전글 4시30분 미라클모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