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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08. 2021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시원하게 터트리는 안티 히어로들

[영화 후기,리뷰/신작, 히어로, 액션 영화 추천/결말 해석]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 2021)

개봉일 : 2021.08.04 (한국 기준)

감독 : 제임스 건

출연 :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더 나쁜 놈들을 시원하게 터트리는 안티 히어로들


2021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개봉 후 5년. 제임스 건 감독의 지휘 아래 제작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했다. 세상을 해치던 범죄자들이 감형을 위해 제멋대로인 시한폭탄 같은 팀에 합류한다는 설정은 전작과 동일하나 이번엔 더 강하게, 더 미쳐서 돌아왔다.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아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본격 난리 나는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거 이렇게 해도 되나?”싶은 의문이 들어도 이들은 자신의 뜻대로, 끌리는 대로 그냥 그대로 간다. 거침없이 터트리고 뒹굴고 무너트린다. 정말 거침없기 때문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런 표현에 큰 거부감이 있지 않다면 은근 견딜만한 잔인함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으나 적응하고 나니 “이정도 미친 짓은 괜찮잖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내가 순간 미웠지만.. 이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이 돌은 자들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현실에선 이렇게 미칠 수 없으니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특유의 유머와 센스를 뽐냈던 제임스 건 감독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후속편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이렇게 미쳐버린 영화가 나올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R 등급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근데 실제로 만나보니..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상한 건 이게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거다. 각자의 방향성이 뚜렷해 여기저기로 튀어나가는 인물들과 과격한 표현들이 가볍고 통쾌하게 다가온다.


전작에선 할리퀸이 영화의 멱살을 끌어잡고 캐리 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엔 할리퀸만이 아닌 여러 캐릭터들이 본인의 확고한 포지션을 유지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니었나 싶다. 각자의 매력과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며 특이한 케미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믿을 수 없지만 든든한 아군은 또 없을 것이다. 원래 미친 사람이 가장 강한 법인데, 미친 사람이 우리 팀이라니. 미친 적군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런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세상이고 뭐고 나 구하려다가 세상을 구하게 된 안티 히어로들의 환장할 케미와 잔인함을 적절한 유머로 풀어낸 제임스 건 감독의 센스가 빛난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세이프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놉시스


“우리는 격하게 세상을 구하고 싶다!”

살고 싶다면 무조건 성공시켜라! 최강 우주 빌런에 맞선, 자살특공대에게 맡겨진 ‘더’ 대책 없는 작전. 팀플레이가 ‘더’ 불가능한 최악의 안티히어로들. 최고의 팀워크를 기대한다면 “죽.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죽이든 살리든 한동안 함께할 동료야


빠른 석방 또는 가족의 안전을 조건으로 뭉쳐진 범죄자 용병팀 태스크포스X. 할리퀸을 포함해 위즐, TDK, 블랙 가드, 몽갈, 부머 등으로 이루어진 팀이 가상의 섬 코르토 몰티즈에 상륙하고 화려한 데뷔이자 오프닝 무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갑자기 끝난다. 화려한 데뷔를 앞둔 용병이 아닌 커다란 낚싯바늘이었던 그들이 모두 터져나가고 드디어 진짜 주인공이 등장한다.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 릭 플래그, 킹 샤크, 랫캐쳐, 폴카 도트, 그리고 할리퀸. 이들은 미국이 저지른 어두운 비밀을 땅 밑에 묻는 비밀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누구를 돕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단지 나를 위해서. 내 감형을 위해서.



각자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팀이 처음부터 손발이 착착 맞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개인플레이와 은근 잘 맞는 팀의 경계를 정신없이 뛰어넘는다. 단 하나의 목표를 보며 각자의 속도로 달려가던 인물들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힘과 그 뒤에 감춰진 비슷한 상처를 나누며 결국엔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함께 자신들이 저지른 것보다 더 큰 악행을 저지르는 고위직들과 커다란 외계 생명체 스타로에 맞선다.



안티 히어로들은 스타로를 물리침과 동시에 오랜 독재와 어두운 비밀로 몸살을 앓고 있던 코르토 몰티즈를 구한다. 이러려고 온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너무 나쁜 비밀을 알아버렸고, 서로를 믿고 힘을 모아보니 나라를 구해버렸다. 시민들과 독재에 맞선 인물들이 희생당하고 고위직들은 어두운 비밀을 묻기 위해 사건을 모르는척한다. 그리고 웃기게도 상황을 보고 있던 탈옥수들과 쥐가(?) 대신 세상을 구한다.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하찮다고 취급되는 존재들이 말이다. 세상을 구하는 건 무조건 착하고, 희생정신이 넘치는 히어로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친구가 있다면 안티 히어로들도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쥐 떼가 몰려나올 때 두려워하는 블러드스포트를 감싸던 랫캐쳐의 손에 작은 감동을 느꼈다면.. 나 너무 과몰입한 걸까.



처음엔 그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팀의 리더 격인 블러드스포트가 팀의 중심을 잡고 릭 플래그와 랫캐쳐가 인물들의 마음에 조금씩 남아있는 정의감을 끌어모으자 나름 하나의 팀다운 구색이 갖춰진다. 거기에 할리퀸과 킹 샤크, 폴카 도트가 각자의 색을 토해내며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강력한 오프닝에 비해 중간부가 조금 헐렁하긴 했지만 결론은 좋았다. 사실 상상도 못한 방법이었다. (아무튼 세바스찬은 착한 사람도 알아보고 스타로도 혼내주고.. 정말 대단하다.) 착한 사람일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안티 히어로들의 변화에 묘한 뿌듯함이 차오른다. 더불어 그들이 각자 갖고 있던 상처를 털어내는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블러드스포트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생긴 쥐 공포증을, 폴카 도트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킹 샤크는 친구가 없어서 겪었던 외로움을, 랫캐쳐는 아빠의 부재 후 기댈 곳 없던 불안함을 극복했으며 할리퀸은 조커에게서 받은 상처를 교훈 삼아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은 남자에게 망설임 없이 총을 겨누는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인다. 더욱 강해진 이들이 다음에도 세상을 구해주려나?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안티 히어로들도 이렇게 성장을 한다.



통쾌하게 나쁜 놈들의 머리를 날리며 유쾌하게 웃기고, 나쁜 놈들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각 캐릭터들의 색깔과 통쾌함을 동시에 잡아내 꽤나 만족도 높은 영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임스 건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쭉- 상승했다. 특히 <킹스맨>을 오마주한 장면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이 감독님도 이렇게 젠틀하고 유쾌하게 때려 부술 수 있구나. 감독님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거 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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