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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y 15. 2020

<저수지의 개들> - ‘거창하진 않지만 강력한 등장’

[영화후기/쿠엔틴 타란티노, 범죄 오락,왓챠 영화 추천/결말 해석]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개봉일 : 1996.03.23. (한국 기준)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 스티브 부세미, 로렌스 티에니, 에드워드 번커, 쿠엔틴 타란티노, 팀 로스


거창하진 않지만 강력한 등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입봉작인 <저수지의 개들>

대부분의 대화를 텅 빈 창고 안에서 이어가지만 티키타카 센스 넘치게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수지의 개들을 보고 나면 최근에 발표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순한 맛’영화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색이 아주 진하게 묻어있다 못해 쿠엔틴 타란티노의 기본을 그대로 꺼내 날것으로 내놓은듯한 느낌이다. 



일부 사람들이 내용도 없고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영화라고 평하는 걸 보기도 했으나 나는 이게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거친듯하지만 선형을 그리며 이어지는 매끄러운 이야기와 시답지 않아 보이지만 추후가 궁금해지는 이 영화는 킬링타임과 오락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보석상을 털기 위해 모인 6명의 갱스터. 그리고 벌어진 경찰의 총격전. 끄나풀은 누구인가?..  정도의 이야기인데 이상할 정도로 내 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강탈해갔다. 그 좁은 공간에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나 또한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다. 화끈한 액션이나 강력한 쾌감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겠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좋아한다면, 그의 입봉작이 궁금하다면 한번 보시라 추천한다. 





저수지의 개들 시놉시스


동부 LA의 어느 날. 폐허의 텅 빈 창고 안. 대규모 보석 강도를 위해 서로를 전혀 모르는 6명의 프로 갱들이 한곳에 모인다. 이들을 한곳에 불러 모은 장본인은 프로패셔널 도둑인 죠 캐봇(로렌스 티어네이)과 그의 아들 나이스 가이 에디(크리스 펜).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강탈하는 보석 강도의 전 과정을 지휘하는 이 두 사람은 6명의 갱들에게 각각의 가명을 지정한다. 미스터 화이트(하비 키이텔), 미스터 오렌지(템 로스), 미스터 핑크(스티브 부스세미), 미스터 블론드(마이클 매드슨), 미스터 블루(에드워드 벙커 ), 미스터 브라운(쿠엔틴 타란티노).


서로의 신분을 노출시킬 어떠한 정보 교환도 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피로 뒤범벅이 된 보석 강도의 현장. 죠 캐봇과 에디가 지정한 장소에서 지정한 방법으로 거사에 대성공한 갱들은 그들 앞으로 돌아올 거액을 꿈꾸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환호성은 잠시, 그들의 강도 짓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을 발견한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서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갱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전체 거사 중의 부분만을 담당했던 갱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과 사건의 전체를 이어가기 시작하고.  그러나 조직 내에 배신자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질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정체를 노출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얼핏 보면 옷을 차려입은 신사들의 브런치 타임 같지만 알고 보면 프로 갱스터 6명의 시덥잖은 수다가 이어지고 있는 테이블. 그들은 노래 가사와 제목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진지한 토론과 팁에 대한 이야기로 작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주 가벼운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이 인트로 장면을 3번 돌려보고 나서야 뒤로 넘어갈 수 있었다. 둘러앉은 남정네들의 끊이지 않는 티키타카에 순간 혼란스러우면서도 출처를 알 수 없는 흥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벼운듯한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벌어진 미스터 오렌지의 총상. 보석 도매상을 털기 위해 모인 6명의 갱스터와 갑자기 나타난 경찰은 총격전을 벌였고 갱스터들은 모두 흩어지고 만다. 약속했던 폐 창고를 향해 달리는 미스터 화이트와 오렌지. 총에 맞아 곧 죽겠다며 공포에 떠는 오렌지에게 화이트는 의사면허가 있냐며 걱정 반 농담 반인 멘트를 날린다. 근데 이상하게 오렌지는 ‘래리’라는 이름으로 화이트를 부르고 있었다. 분명 서로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교환하지 않는 것이 이번 작전의 기본 조건이었는데 말이다.



다이아몬드를 어딘가에 숨겨두고 폐창고로 돌아온 미스터 핑크는 화이트에게 어찌 된 상황인지 캐묻는다. 왜 오렌지에게 본명과 출신지를 알려줬는지, 왜 이런 총격전이 벌어졌는지. 화이트는 자신의 팔 안에서 죽어가는 오렌지가 이름을 묻는 순간 ‘그건 안돼’라고 말할 수 없었다며 펄쩍 뛴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헤쳐가야 할지, 경찰의 끄나풀이 누구일지 고민하는 사이, 폐 창고엔 진짜 사이코 같은 갱스터 ‘블론드’가 도착한다. 



블론드는 경찰 마빈을 납치해왔고 그를 고문해 경찰의 끄나풀을 알아내자고 제안한다. 블론드는 ‘경찰을 고문하는 건 즐거운 일이거든’이라 말하며 눈을 번뜩이는데 당장이라도 마빈을 잡아먹을 기세다. 


작전의 지휘자와 같은 존재인 에디가 폐창고에 도착하고 그는 화이트와 핑크를 데리고 도난차들을 정리하기로 한다. 그 사이 블론드는 창고에 남아 마빈과 미스터 오렌지를 감시하게 된다. 아니, 감시를 넘어 마빈을 고문하기 시작한다. 블론드가 마빈의 귀를 자르고 좋았냐고 묻는 장면은.. 진짜 소름 돋을 만큼 사이코패스 그 자체 같았다. 블론드가 마빈을 불태워 죽이려고 하자 미스터 오렌지는 온 힘을 다해 블론드에게 총을 쏜다. 잠복 경찰이었던 오렌지는 그제서야 마빈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눈다.



폐창고 안에서 잠복 경찰인 프레디(미스터 오렌지)와 마빈은 죽어가고 있는데 경찰은 출동하지 않는다. 조직의 보스가 아직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프레디는 경찰이 아닌 조직의 보스가 올 때까지 피를 흘리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잠복 경찰이 살아남기 위해선 경찰이 아닌 조직의 보스를 기다려야 한다니.



돌아온 에디와 미스터 화이트, 핑크. 그리고 보스 조는 총을 맞은 블론드를 발견하고는 프레디(미스터 오렌지)가 끄나풀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프레디를 감싸주는 미스터 화이트. 경찰의 끄나풀이면 왜 총을 맞았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프레디와 래리라 이름을 서로 나눠서인지 둘 사이엔 약간의 정과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대치 상황에서 서로를 향해 겨눈 총구에서 총알 한 발이 발사되는 순간, 연쇄적으로 발포가 이루어진다. 



바닥에 널브러진 네 사람. 화이트는 마지막까지 프레디(미스터 오렌지)를 감싸는데 프레디는 마지막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이 경찰임을 밝힌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프레디를 쏘지 못한 화이트는 경찰들의 총에 죽음을 맞이한다.



 

<저수지의 개들>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색의 닉네임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오렌지는 잠입 경찰로 화이트의 신임을 얻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조직에 스며든 침입자 또는 스파이의 역할.



블론드는 같이 작전을 수행한 갱스터들마저 ‘사이코’라고 얘기할 만큼 잔인한 고문을 행하지만 그 이면엔 에디와 보스에 대한 충성심을 품고 있는 역할.



화이트는 총을 맞았다는 이유로 당연하고 순수하게 오렌지를 믿은 사람이자 마지막까지 오렌지를 두둔하다 함께 죽은 피해자 역할.



핑크는 끝없이 주변을 의심하고, 첫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준 것처럼 팁이라는 사회적 관념에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당당히 외치는 고집을 갖고 있는 역할.



그리고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지켜본 핑크는 총알 한발 맞지 않은 채 폐 창고를 빠져나갔고 결국 다이아를 챙긴 것도 핑크였다. 



단순해 보이는 갱스터들의 말다툼부터 시작한 영화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에서 오는 불신과 의심, 불안감으로 급박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게 된다. 현재와 과거 회상을 넘나드는 타임라인은 깔끔하게 정렬되어 친절한 설명서가 되어준다. 선혈이 낭자하거나 호흡이 부족할 만큼의 긴장감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작품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날것 그대로의 연출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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