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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31. 2021

듄 - '퍼석한 사막 위에 찍어낸, 묵직한 첫 발자국'

[영화 후기,리뷰/개봉작, 상영작, SF 영화 추천/결말 해석]

                                                                            

듄 (DUNE, 2021)

개봉일 : 2021.10.20. (한국 기준)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젠데이아 콜먼, 스텔란 스카스가드


                                                                       

 퍼석한 사막 위에 찍어낸, 묵직한 첫 발자국


<듄>이 개봉하기 전, 이런 카피가 정말 많이 보였다. “반지의 제왕을 이을 시리즈의 탄생”이라고. <반지의 제왕>을 이을 작품? 대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어떤 영화를 만들어냈길래 이렇게 야심만만한 카피를 내놓을 수 있는 걸까?


애정 하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과 드니 빌뇌브 감독이 작품을 연출한다는 소식, 그리고 영화의 원작 소설 <듄>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의 오래된 뿌리이자 대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동시에 티모시 샬라메의 해변 스틸컷 한 장을 보는 순간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떤 비주얼의 영화가 나올지 쉽게 상상 되지 않았다.



<듄>이 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티켓 파워를 보여주는 바람에 아이맥스로 예매하기도 참 어려웠다. 꼭 큰 화면, 아이맥스로 보라는 말에 “이 영화의 1회차는 무조건 아이맥스다!”하고 뛰어들었는데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 또는 돌비관에서 봐야 한다고 말이다.


여차여차 아주 어렵게 개봉 당일에 만난 <듄>은 말 그대로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방대한 원작의 세계관의 아주 일부에 해당하는 분량이었지만 그럼에도 그토록 압도적일 수가 없었다.


이번에 개봉한 Part1에서는 묵직한 사건과 반전 같은 것 없이 꽤나 친절하게 세계관을 설명하고, 이제 막 주인공이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찰나의 순간을 담아냈다. 오프닝을 이렇게 엄청나게 찍어버리면 다음 편은 어떤 영화가 될지, 벌써부터 심장이 떨린다.


                                                                              

긴 호흡으로 나뉘는 호불호


SF 시리즈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을 기대할 수 있으나 두 작품은 결이 조금 다르다. 우선 주 배경이 되는 환경이 드넓은 우주와 삭막한 사막 행성으로 다소 차이가 있고, 스타워즈가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우주 활극이 주가 되는 느낌이라면, 듄은 삭막한 우주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는 위계질서와 지배욕. 그리고 두려움에 맞서 길을 찾는 주인공의 성장 담을 지켜보는 게 주가 되는 느낌이다. 물론 <듄>이라는 영화도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영화긴 하지만 말이다.


재빠르고 역동적인 SF를 선호하거나, <듄>에 그것을 기대했다면 영화가 주는 러닝타임의 압박감과 느긋함에 쉽게 눌려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좀 많이 나뉘는 것 같다.



드니 빌뇌브 감독님의 전작을 보며 그의 영화는 호흡이 다소 긴 편이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는데, <듄> 또한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긴 호흡이 제대로 담긴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론 지루할 틈 없이 본, 마음을 뒤흔드는 대작이라고 생각했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의 호흡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1편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걸 원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지루하다, 진행된 것 없이 이야기가 끊긴다. 같은 불호평을 이야기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웅장한 세계관의 시작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제목처럼 Part.1. 챠니의 대사처럼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뿐”이다. 영화를 통해 이 웅장한 세계관을 어떻게 담아낼지 기대된다.


연료로 쓰이는 귀한 재료 스파이스와 명예, 부. 그리고 아라키스 행성을 두고 이어지는 아트레이데스, 하코덴 가문. 프레멘들의 대립 속에서 가문과 자신을 위해 두려움에 맞서야 하는 소년 폴의 성장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세계관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리고 폴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이며 그가 정말 운명을 바꿀 선택받은 자인지. 이 세계를 관통하는 답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Part.1을 보고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아졌다.


사실 <듄> Part.1이 개봉하기 전, 원작을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는데 1편의 두께에 압도되는 바람에 개봉 전에 원작을 읽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Part.1을 보고 나니 꼭 원작을 완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편이 나오기 전에 꼭 원작을 완독하리라!


드니 빌뇌브 감독님은 2편에선 더 발전된 액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언급했는데, Part.1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액션의 부재’가 보완된, 시작 그 이상의 작품이라니. 기대감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이런 영화는 최소 2-3편까지 찍어놓고 순차 개봉해야 하는, 그런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지.


                                                                             

작품 속 세계, 새로운 행성에 빠져들다.


퍼석한 사막의 모래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내 날카롭게 식어버리는 공기. 휘몰아치는 모래의 입체적인 질감과 모든 장면들에 역동적인 숨을 불어넣는 한스짐머의 음악들. <듄>은 시각과 청각을 완벽히 빼앗으며 영화 속 인물들이 서있는 10191년, 아라키스 행성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극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험, 새로운 세계와의 황홀한 만남이 이 영화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리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작이 될 것이며 티모시 샬라메의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이길 대표작이 될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마치 다니엘 레드클리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가장 먼저 떠올리듯, 시즌 2,3을 거친 후 티모시 샬라메하면 듄이 먼저 떠오를 때가 올 거라 생각한다.


SF 대작인 <스타워즈> 시리즈를 처음부터 제날짜에 맞춰 극장에서 관람한 세대들을 부러워했었는데, 나도 이제 같이 나이 먹어갈 SF 시리즈가 생겼다는 것에 벅찰 만큼 기쁜 순간이다. 나중에 “나는 듄 1편부터 개봉 당일 아이맥스로 봤다 이거야~” 하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겠지?




듄 시놉시스


10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한 여인을 만난다. 모래언덕을 뜻하는 '듄'이라 불리는 아라키스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하는데… 위대한 자는 부름에 응답한다, 두려움에 맞서라, 이것은 위대한 시작이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덴 가문


아라키스 행성을 오래 지배하던 하코덴 가문은 모래 위 스파이스를 쓸어 담으며 아라키스의 원주민인 프레멘들을 억압한다. 프레멘들은 그들을 잔혹한 외지인이라 칭했으며, 하코덴 가문은 아라키스 행성이 가진 스파이스에 눈이 멀어 배려와 양심 따위는 멀리 집어던지고 탐욕스레 스파이스를 긁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계략을 세운 황제가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아라키스의 관리를 맡기게 된다. 소식을 들은 하코덴 가문은 우리가 다 일궈 논, 우리의 행성이라며 이를 갈다 제국과 협력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공격한다.


아트레이데스와 하코덴은 사촌 사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좀 다르다. 하코덴은 아라키스 행성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이 목적이고, 아트레이데스는 프레멘들과 협력해 그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인 것은 맞지만, 이익을 위해 협력을 부탁하는 것과 무조건적인 지배를 원하는 건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코덴 가문과 달리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프레멘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스파이스 수확기 안의 인부를 구하려 보호막 장치를 내버리는 결단을 내린다. 던컨은 프레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뛰어난 전사라 칭하기도 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제국과 하코덴 가문이 원했던 지배와 피지배층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한 위치의 관계를 지향한다. 폴은 이러한 아버지의 뜻을 따라 프레멘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그들의 마을로 합류한다.


Part1.에선 프레멘, 제국+하코넨 , 아트레이데스의 삼각구도였다면, 다음 시리즈는 프레멘+아트레이데스, 제국+하코넨(추가적인 대가문들?)의 구도가 되지 않을까?


                                                                            

레토 공작이 남긴 것


새로운 체계를 정비해 가던 중, 첩자와 하코덴 가문의 습격을 받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레토 공작은 하코덴 남작을 앞에 두고 비장하게 죽음을 맞이하며 말한다.


“나 여기 있노라. 여기 남겠노라.”


그는 아트레이데스의 인장 반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사막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폴과 어머니 제시카는 레토 공작이 남긴 반지를 보며 그의 죽음을 알게 된다. 기세를 몰아 하코덴 가문은 다시 아라키스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이제 하코덴 가문에게서 이 행성을 구할 희망은 이 두 사람뿐이다.


폴은 실제 전투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그는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받았고, 필름을 통해 익힌 풍부한 생존 지식을 갖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사람을 찔러본 적 없으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어린 소년이다.



하지만 폴은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아라키스 행성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내가 과연 선택받은 자일까?” 반문하고 있을 틈이 없다. 폴은 두려움에 맞서 아버지가 원했던 바른길을 찾고, 자신이 힘없는 어린애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아주 작은 사막 쥐 한 마리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고 있는데, 이 소년이라고 못할 것이 있겠는가.


                                                                      

두려움은 소멸을 가져오는 작은 죽음이다.
두려움이 지나가면 마음의 눈으로 그 길을 보리라.
그 길을 지나면 나만 남으리.


프레멘 마을을 찾아 떠나는 길, 폴은 폭풍을 피하지 않고, 비행체의 방향을 바꿔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두려움을 피하기보단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야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제시카의 오래된 가르침을 직접 행하는 첫 순간이다.


                                                                        

제 길은 사막에 있어요.


폴은 가문의 반지를 끼고, 아버지가 원했던 이 행성의 힘을 찾기 위해 사막에 남기로 결정한다. 길이라곤 보이지 않고, 날카로운 모래폭풍만이 불어오고 있지만 그 사이 어딘가엔 아버지가, 우리가 바라던 답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과연 폴은 하코덴 가문과 제국의 검은 속내를 쓸어내고, 닥쳐올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나의 편의와 이득을 위해 싸우고, 지배하고. 끝없는 이기심을 뿜어내는 존재들을 이겨내고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예리하게 변하는 폴의 눈빛에서 짙은 결연함이 느껴진다. 이 소년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뿐이다. “내가 선택받은 자가 맞을까?” 두려워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다.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전에 두려움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두려움에 묻혀버린 진짜 나의 길과 답을 찾기 위해서.



친절히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한 파트다 보니 영화 자체의 긴장감이나 속도감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나에겐 충분히 차고 넘치는 영화였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진심으로.. 다음 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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