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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r 22. 2022

괴짜 가족의 소통 방법 찾기

영화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리뷰 / 넷플릭스, 가족 만화 영화 추천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Mitchells vs the Machines, 2021)

“괴짜 가족의 소통 방법 찾기”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마이클 리안다, 제프 로우

출연 : 애비 제이콥슨, 대니 맥브라이드, 마야 루돌프, 올리비아 콜맨, 에릭 안드레

개인적인 평점 : 3.5/5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줄거리


감독을 꿈꾸는 딸 케이티 미첼이 대학 입학으로 인해 집을 떠나게 되자 딸과 소원해진 아빠와 가족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여행으로 딸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아빠 릭의 마음과 다르게 가치관과 생활 패턴의 차이로 간격은 점점 더 멀어지는데, 이때 세계적인 회사 pal에서 만든 로봇이 갑자기 시스템 오류로 반란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세계가 기계들의 손에 접수 된다.


다행히 미첼 가족은 이 사태에 벗어나 로봇들에게 잡히지 않은 유일한 인간이 되고, 이들은 세계를 구하는 동시에 그보다 더 어려운 서로간의 거리를 좁혀 나갈 수 있을까?



잘나지도 않았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어딘가 이상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가볍고 유쾌한 가족 영화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2D와 3D 화면의 적절한 조화, 어디선가 본듯한 밈을 재창조해 구성한 개그코드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2020년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몇 차례 개봉이 연기되었고 결국 2021년 초, 넷플릭스가 판권을 구매하면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화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레고 무비>의 제작진들의 참여로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최근엔 #봉준호 감독님이 2021년, 즐겁게 본 영화 중 한 편으로 이 영화를 언급하여 화제가 되었다. 물론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 또한 봉 감독님의 추천 때문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딸 케이티와 공룡 덕후인 아들 에런, 물건 고치는 것과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 릭,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 린다로 구성된 이 가족은 서로의 눈이 아닌 휴대폰을 바라보며 각자의 삶에서 각개전투를 펼치고 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나고, 부모와 자식들 간의 대화가 줄어들며 서로를 이해할 기회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언제부턴가 가족들 사이에 공백이 생겨나고 케이티가 대학교로 떠나게 될 때쯤 가족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를 찍는다. 심각성을 느낀 린다와 릭은 갑작스러운 국토 횡단 가족 여행을 제안하고, 미첼 가족은 얼떨결에 텅 빈 국도 위에서 최후의 인류가 된다.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이 모자라고 이상한 가족이 펼치는 세상 구하기 프로젝트임과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여정이다. 이들은 ‘AI 로봇’이라는 커다란 적에게 함께 맞서며 지금껏 의심하기만 했던 가족 구성원이 갖고 있는 능력치와 꿈에 대해 알아간다. 10초간 눈 맞추는 것도 힘들 만큼 어색했던 가족 사이는 여정을 거치며 점점 끈끈하게 변화한다.



소통이 단절된 (자칭) 최악의 가족


케이티는 자신의 가족을 ‘최악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영화광, 동생은 친구 대신 공룡이랑만 어울리는 집돌이, 아빠는 자연과 어울리는 자연인에 제대로 된 가족사진은 하나도 없다. 거기에 내가 만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날이면 그에 대한 설전이 펼쳐진다. 이해 가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왜 저러는 걸까?” 하는 궁금증만 드는 가족 구성원들. 케이티는 얼른 맘 맞는 친구들이 가득한 대학으로 탈출하고 싶어 한다.


케이티의 탈출이 예정되어 있던 날. 릭은 가족의 관계를 고쳐보겠다며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며칠간의 국토 횡단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동의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 무탈할 리가 없다. 옆집에 사는 완벽한 가족들과 비교하면 미첼 가족의 여행은 한없이 초라하고 즐거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삐걱거리는 여행에 지친 케이티와 에런의 눈은 여느 때처럼 휴대폰 속에 있는 또래 아이들에게로 향하고 린다의 눈은 완벽해 보이는 SNS 속 이웃 가족에게로 향한다.



기계 전쟁 이전, 진짜 문제는 소통의 부재


개발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려 만들었다’고 말하는 휴대폰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은근한 단절을 가져오고 그것을 당연한 문화로 만든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미첼 가족이 보여주는 풍경은 이제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식탁 앞에 앉아서 각자의 휴대폰을 보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일방적인 정보 습득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시대. 사랑받지 못한 AI 비서가 로봇들을 이용해 세상을 위협하는 시대. 딱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영화의 주제는 ‘휴대폰과 인터넷이 우리들의 관계를 망친다.’는 것 같지만,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편리한 기능들과 현실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다.


휴대폰과 인터넷의 부작용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현실 소통의 단절’.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이 소재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이 기술 자체의 문제보다는 결국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가족의 소통 부족을 더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케이티가 휴대폰을 갖기 전부터도 이 가족은 서로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 릭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지은 통나무집을 팔고 도시로 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좀 자랐으니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을 함께 체험하고 즐기고 싶어 한 것인데,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휴대폰에 더 관심이 많으니 릭의 입장에선 아이들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거다. 딸인 케이티는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보다 낚시 이야기를 더 좋아하고, 현실을 운운하며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 아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내가 왜 이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이유로 꿈을 접고 어떤 이유로 꿈을 꾸게 되었는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어찌 보면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한 작은 배려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통의 부재는 오해와 공백을 쌓을 뿐 관계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기술들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에서 기계는 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각 세대의 소통과 화합을 돕는 도구가 된다. 인간들을 위협하는 기계들 중에서도 에러가 나 오히려 미첼 가족을 도와주고 그들의 일부가 되는 기계가 있으며, 마크가 우연히 틀어둔 케이티의 유튜브는 릭이 케이티의 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기계 전쟁이 끝난 후,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케이티와 영상 통화를 하며 전보다 더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이어간다. 기계와 기술의 발전이 무조건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순 없다. 오히려 멀리 있는 우리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계는 적이 될 수도 우리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가족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수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적이 될 수도 있다. 가족 간엔 “왜 저러는 걸까?”하는 짜증 대신에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같은 다정한 물음과 이해가 필요하다.


유튜브의 존재도 모르는 릭과 컴퓨터를 이용해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케이티. 아무리 닮아있는 아빠와 딸이라 해도 결국엔 다른 인격체고 살아온 세대가 다르다 보니 이들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릭과 케이티는 함께 기계와의 전쟁을 치르며 지금껏 갖고 있던 질문들의 답을 하나 둘 찾아간다. 아빠가 준 순록 조각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아빠가 포기한 꿈이 무엇이었는지, 딸이 품은 꿈은 어떤 건지, 딸이 만들고 있는 영화는 어떤 것이고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등등… 이해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 풀리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사이는 예전처럼 가까워진다. 릭은 케이티와의 소통을 위해 문자 메시지 같은 편지를 쓰고 유튜브를 가입하고 구독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서툰 아빠의 변화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미첼 가족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SNS에 자랑할 만큼 멋진 취미도 없고, 끝내주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고급스러운 저녁 식사 자리를 갖는 것도 아니다. 키우는 강아지는 식빵인지 강아지인지 구별도 안 가고, 정면을 똑바로 보지도 못한다.(절대 욕하는 건 아니다. 너무 귀여운데…! 영화 안에서 표현은 ‘평범하지 않은 강아지’니까.) 사실 ‘누가 봐도 멋진’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괴짜스러움이 바로 이 가족의 매력이다. 이들은 세상을 구했고,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데 뭐가 더 필요할까? 우리는 우리고, 우리를 사랑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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