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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29. 2024

더욱 묵직해진 주먹과 가벼워진 스토리

영화 <범죄도시4> 리뷰, 해석 / 한국, 액션 영화


범죄도시 4 (THE ROUNDUP : PUNISHMENT, 2024)

더욱 묵직해진 주먹과 가벼워진 스토리


개봉일 : 2024.04.24.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허명행

출연 :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이주빈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2017년, 688만 관객과 함께 시작한 <범죄도시> 시리즈가 2024년, 4편으로 돌아왔다. 2023년 5월 31일 <범죄도시3> 개봉 이후 약 11달만이다.


마동석 배우의 주먹과 윤계상 배우의 강렬한 빌런 캐릭터로 큰 이슈를 모았던 영화 <범죄도시1>은 다양한 밈과 ‘마동석만이 할 수 있는 주먹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어 2022년부터 2, 3편을 연달아 발표하며 일명 ‘쌍천만 영화’가 되었고 이번에 개봉한 <범죄도시4>를 통해 ‘트리플 천만 영화’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범죄도시4>는 엄청난 사전 예매율과 상영관 점유율, 개봉 첫날 86만 관객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리즈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트리플 천만’도 어렵진 않아 보이지만 티켓 파워와 별개로 개인적으론 영화 자체가 가진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느꼈다.



아는 맛이 가장 맛있다고?
김치찌개도 김치찌개 나름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김치찌개’라고 불린다. 기본적이지만 질리지 않고, 언제 먹어도 맛있는 맛. 확실히 <범죄도시>는 그만의 맛이 있다. 마동석 배우가 가진 독보적인 아우라와 통쾌한 액션, 신파와 자질구레한 것들을 엮지 않고 정통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 그냥 ‘나쁜 놈들을 잡는다’는 목표 하나만을 놓고 달려가는, 팝콘 무비로 제격인 영화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김치찌개도 김치찌개 나름이다. 아무리 김치찌개여도 겉절이나 너무 쉬어버린 김치를 넣으면 평소에 먹던 그 김치찌개 맛이 나오지 않는다. <범죄도시4>가 딱 그런, 변질된 맛의 김치찌개 같은 영화였다. 일단 범죄도시답긴 했으나, 그 정체성과 몇 개그들을 제외하고 나면 아쉬움만 잔뜩 남는다.



주먹의 무게감은 업그레이드, 스토리는 다운그레이드


<범죄도시4>는 앞선 <범죄도시> 시리즈와 <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등의 무술 감독으로 활동했던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이전 시리즈에 비해 액션은 발전한 듯한 느낌이 있다. 묵직하게 내리꽂는 사운드와 깔끔한 편집이 돋보였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적절히 가려 수위에 대한 부담감도 확 줄였다.


그리고 <범죄도시4>는 일단 맨몸으로 현장에서 부딪히는 액션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방식에 온라인 범죄 검거 과정을 추가하며 전보다 다양한 타입의 인물들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전 시리즈와의 작은 차이점을 확보하는 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작은 차이점 외에는 이전 시리즈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스토리 측면에서의 아쉬움도 있었다. <범죄도시4>는 지금껏 나쁜 놈들을 잡아넣는다는 단순한 목표를 갖고 움직였던 마석도 형사에게 ‘피해자 어머니의 호소’라는 새로운 책임감을 부여한다. 마석도는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움직인다. 누군가의 불행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에 피해자의 호소, 납골당 방문 같은 연출이 꼭 있어야만 했는지, 그들의 죽음이 마석도의 마음에 유난히 크게 들어올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쾌감을 주지 못한 애매한 갈등

그래도 캐릭터 하나는 남았다.


새로운 빌런, 장동철과 백창기 사이의 갈등, 빌런과 마석도와의 만남은 이렇다 할쾌감을 주지 못한다. 장동철과 백창기 사이의 갈등, 장동철의 마지막은 다소 밋밋하게 다가오며 백창기와 마석도의 만남은 너무 늦게 이뤄지고 러닝타임이 다 되어 갈 때쯤에야 후다닥 해치워지는 느낌이다.


배우와 캐릭터가 가진 매력 자체는 충분했으나 영화는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어쩌면 빌런을 한 명만 출연시켜 더 강력하게 어필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남은 건 거침없이 들어오는 김무열 배우의 섹시함, 블랙 요원 장이수의 타율 높은 개그뿐이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장이수의 게임장에 가서 펀치 기계를 치는 장면이 있다. 장이수는 사람들이 약 올라서 기계를 더 치게 만들려고 점수 제한을 걸어놨지만 마석도는 가뿐하게 9999점을 달성한다. 마석도의 주먹은 점수 조작도 이기는 무적의 주먹이다.


그리고 그의 주먹은 앞서 말한 아쉬운 점들 또한 가뿐히 부숴버릴 힘이 있다. 사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묵직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은 많이 없으니까. 우리가 기대하는 건 마석도의 묵직한 주먹이 아닌가. 이 무적의 주먹과 ‘범죄도시’라는 정체성 덕분에 <범죄도시4> 또한 1000만이라는 목표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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