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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19. 2024

단물은 빠졌지만 여전히 질깃한 껌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리뷰 후기 / 신작 한국 영화

영화 <보통의 가족>리뷰,후기,해석 / 한국 영화 허진호 감독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DIRTY MONEY, 2024)

단물은 빠졌지만 여전히 질깃한 껌

개봉일 : 2024.10.17.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범죄, 액션

러닝타임 : 100분

감독 : 김민수

출연 :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정해균, 유태오, 백수장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크랭크업 이후 약 5년 7개월. 팬데믹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극장 개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개봉 소식을 알렸을 때 속된 말인 창고 영화에 대한 우려와 신선한 누아르 영화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었다. 다행히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콧방귀를 뀌며 내 우려를 훅 날려주었으나, 아쉽게도 우려를 지워주는 것 그 이상을 해내진 못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가족을 위해 찜찜한 부업을 하고 있는 생계형 형사 ‘명득’과 그의 파트너 ‘동혁’이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거대 범죄 조직의 더러운 돈에 손을 대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마음만 먹으면 사건을 해결할 수도 다른 방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형사라는 직업, 생사를 함께한 파트너에게 느끼는 형제애, 돈, 새로운 인생, 돈을 향한 열망과 동시에 찾아오는 두려움, 팽팽하게 유지되는 3각 구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어떻게 비비든 기본은 하는 익숙한 소재들을 모아 우직하고 클래식한 범죄 누아르 한편을 완성한다.


하지만 익숙한 사건, 익숙한 그림. 이 기시감을 뚫고 나가려면 따끔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이 영화엔 그런 한방이 없다. 우직하게 잘 만든 영화인만큼 질깃하게 씹는 맛은 있었으나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맛이 있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카메라 안에 던져진 배우들은 치열하게 싸움을 이어가고 사건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대부분 휘발되어 버린다. 그나마 가장 진하게 남는 건 정우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명득정도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돈이 만든 구덩이를 빠져나온 명득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정훈이 죽은 후 돈 가방을 들고 비닐하우스로 돌아온 명득과 동혁은 돈 가방과 총을 사다리가 연결된 지하 공간으로 던져놓는다. 이후 일이 꼬이고 꼬여 명득과 동혁의 계획이 오 팀장에게, 동혁의 도주 계획이 형사 측에 알려진 후 명득과 동혁, 오 팀장 그리고 주길룡까지. 돈과 엮여있는 모든 이들이 돈을 차지하기 위해 그 비닐하우스로 몰려든다. 주길룡 무리와 대치하던 명득은 총을 맞고 쓰러져 돈이 있던 지하 공간으로 떨어진다. 그때 숨어있던 동혁이 총을 들고 나타나 시선을 끌고 명득은 다시 위로 올라와 동혁과 힘을 합쳐 돈을 지켜낸다.


명득이 비닐하우스로 돌아오기까지 그에겐 많은 유혹이 있었다. 도망간 동혁을 범인으로 몰고 남은 돈을 쉽게 회수할 수도 있었고 오 팀장과 합심해 동혁을 잡아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도 있었다. 애초에 동혁이 돈을 가지러 오기 전에 혼자 돈을 독식할 수도 있었고. 하지만 명득은 모든 유혹을 떨쳐내고 동혁과의 약속을 지킨다.

명득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바로 지민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명득을 의심한 오 팀장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 지민은 본능적으로 아빠와 함께 병원에 있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병원에 찾아온 명득의 품에 안겨 거짓말을 해버렸다며 눈물을 쏟는다. 거짓말. 명득은 이것이 가진 무게감을 애써 무시하며 살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명득은 영화의 후반부까지 자신을 발목을 잡는 것들(직업의식, 양심, 동료의 죽음)을 단호히 떨쳐내며 오직 돈을 향해 달려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었고 그 돈은 명득을 깊은 구덩이에 빠트린다. 지민의 눈물과 총을 들고 하우스에 들어온 동혁의 의리가 명득 안에 웅크리고 있던 보통의 감정들을 깨우고 명득은 돈의 구덩이를 빠져나와 돈보다 더 중요한, 지금까지 포기해왔던 것에 다시 눈을 돌린다. 하지만 모든 걸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라면, 제목처럼 단순히 ‘위험하니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것도 있겠지만 ‘돈의 구덩이에 함께 묻혀선 안된다’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지민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 돈을 구하는 사이 명득이 잃어버린 것들은 완벽히 되돌릴 수 없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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