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소파는 왜 항상 창밖을 보고 있을까?

by 호텔몽키

호텔의 첫인상은 대개 로비에서 결정된다.
체크인을 위해 발을 들인 낯선 공간. 높은 천장과 은은한 조명, 캐리어를 끄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언제나 가장 먼저 소파를 찾는다.
이상한 일이다. 급히 앉을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선은 늘 가장 안락해 보이는 그 자리로 먼저 향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로비의 소파들은 거의 언제나 한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데 관심이 없다.
등을 기댄 채 로비 안쪽의 분주함을 구경하지도 않는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로비 밖, 세상과 호텔의 경계가 되는 거대한 통유리창이나 문을 향해 있다. 마치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처럼.


로비의 소파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기다림을 목격한 가구일 것이다.


공항으로 향할 택시를 기다리는 초조한 비즈니스맨의 시간, 막 도착한 연인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을 누군가의 설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삼키는 이의 짧은 침묵.
소파는 그 모든 순간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낸다.
그 위에서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을 실감하고, 누군가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실감한다.
시작과 끝,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문턱의 자리.
그래서 소파는 안이 아닌 밖을 향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쪽의 안락함이 아닌, 바깥세상으로부터 오고 가는 모든 이야기들에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어쩌면 그 모습이 여행을 떠나온 우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를 때, 우리는 늘 창가에 앉고 싶어 한다.
익숙한 내면의 풍경보다는, 미지의 바깥 풍경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호텔 로비의 소파는 가구가 아니라, 그 공간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려 깊은 안내자다.
들어오는 이에게는 환영의 첫인사를, 떠나는 이에게는 마지막 배웅을 건네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킨다.
다음에 호텔에 머물게 된다면, 가장 먼저 그 소파에 잠시 앉아보려 한다.
창밖을 바라보며, 방금 도착한 나의 이야기와 곧 떠나갈 누군가의 이야기가 스치는 그 경계의 순간을 가만히 느껴보고 싶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