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캔버스 위의 빨간색" 런던 여행 가볼만한 곳 3

by 호텔몽키

우리는 보통 여행지에서 흐린 날씨를 만나면 운이 없다고 탄식합니다.

하지만 런던(London)에서 '회색빛 하늘'은 결코 우울한 장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도시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런던이 치밀하게 계산해 놓은 '가장 완벽하고 우아한 캔버스'에 가깝죠.

무겁게 내려앉은 축축한 무채색의 배경이 있기에,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빨간색' 이층 버스와 전화부스는 비로소 압도적인 채도로 여행자의 시선을 강탈합니다.

맑은 쨍한 하늘이 없어도 충분히 눈부시고 기품 있는 도시.

영국 런던의 묵직한 멋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3가지 풍경을 소개합니다.


1. 빅벤 & 웨스트민스터 : "안개를 뚫고 울리는 황금빛 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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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의 시작이자 끝, 그리고 영국이라는 나라의 자부심이 응축된 곳입니다.

지하철(튜브) 웨스트민스터 역의 계단을 걸어 올라와 지상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눈앞에 거대하고 정교한 황금빛 시계탑 '빅벤(Big Ben)'이 쏟아질 듯 서 있습니다.

몇 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본래의 푸른빛 시계판과 황금색 장식을 되찾은 빅벤은, 흐린 날씨 속에서 오히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정각이 되면 무거운 회색 공기를 뚫고 낮고 묵직한 종소리가 템즈강 위로 울려 퍼지죠.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그 장엄한 종소리를 들으며 템즈강 변을 걷는 시간.

내가 지금 수백 년의 굳건한 역사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의 감각으로 확인하게 되는 클래식한 순간입니다.


2. 테이트 모던 & 밀레니엄 브리지 : "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예술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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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는 고루한 도시가 아닙니다.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전위적인 것이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고 싶다면,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출발해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야 합니다.

흔들리는 은빛 철교를 건너면, 과거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던 거대한 화력발전소가 나타납니다.

지금은 굴뚝에서 매연 대신 전 세계의 현대미술을 뿜어내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죠.

차갑고 투박한 붉은 벽돌과 거대한 터빈 홀이 주는 공장 특유의 압도적인 스케일 속에, 피카소와 데미안 허스트의 도발적인 작품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려 있습니다.

기능을 다한 낡은 산업 폐기물을 부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 발전소로 치환해 낸 런던의 지적이고 세련된 태도에 반하게 되는 곳입니다.


3. 노팅힐 & 포토벨로 마켓 : "무채색 도시가 숨겨둔 파스텔톤 보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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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중심부가 묵직한 정장 차림이라면, 서쪽의 노팅힐(Notting Hill)은 가벼운 파스텔톤 원피스로 갈아입은 듯 화사합니다.

회색빛 도시가 지루해질 때쯤 열어보는 달콤한 보석함 같은 동네죠.

영화 <노팅힐>의 주인공이었던 휴 그랜트가 걸어 나올 것 같은 파스텔 핑크, 민트, 옐로 컬러의 집들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특히 주말에 열리는 '포토벨로 마켓'은 세상의 모든 빈티지들을 끌어모은 듯합니다.

빛바랜 은식기, 손때 묻은 가죽 가방, 오래된 비틀즈의 LP판을 뒤적이며 상인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

런던 사람들의 팍팍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가장 여유롭고 다정한 낭만을 수집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런던은,

맑은 날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단단한 도시였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대신 트렌치코트를 여미고,

흐린 날엔 붉은 버스의 색감에 위로받으며 걷는 곳.

결핍을 가장 우아한 멋으로 승화시킨 런던에서,

당신의 발걸음도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멋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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