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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pr 16. 2024

기아 레이 EV, 전기차의 섬 제주도를 달리다

레이 EV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기차의 섬, 제주도를 달렸다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맞아 지난해 새로운 ‘도심형 엔트리 EV’ 더 기아 레이 EV(이하 레이 EV)가 등장했다. 보조금을 모두 받을 시 레이 EV의 가격대는 2,000만 원대 초중반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까닭에 전기차 예비 오너와 소상공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도심에서의 주행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 EV 역시 도심에서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233km로, 복합 인증 거리 205km보다 길다. 


하지만 도심에서만 활용하기에는 레이 EV의 능력이 너무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초반부터 강한 힘을 발휘하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품어 가솔린 모델보다 경쾌한 주행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레이 EV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먼 길을 떠나보기로 했다. 레이 EV와 함께 향한 목적지는 바로 전기차의 섬, 제주도다. 




전기차의 섬, 제주도를 레이 EV와 달리다



제주도는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목표로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보급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기차 사용 지역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4만 대에 이르며, 전체 등록 차량 대비 전기차 보급률이 10%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 확충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2024년 4월 기준 1,161곳의 급속(DC콤보) 충전소가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초급속 충전 네트워크인 E-pit도 3개 지점이 구축돼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도는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약 180km의 일주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 해안가 드라이브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배터리 완충 시 레이 EV의 주행 가능 거리가 205km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충전을 하지 않아도 제주도 한 바퀴를 달릴 수 있다. 레이 EV에 적용된 i-페달 기능으로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해서 5.1km/kWh의 우수한 복합 전비를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더욱 여유로운 여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까지 갔는데 바닷가만 보고 온다면 후회할 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제주 바닷가를 따라 여유롭게 돌고 오는 일정을 계획했으나 좀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커다란 바람개비를 닮은 풍력발전소를 배경으로 레이 EV의 달라진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은 뒤 한라산 중턱의 1100고지로 이동해 제주의 전경을 내려다 보고 제주의 원시림을 품은 삼형제오름까지 방문하기로 했다. 


말을 보고 싶어하는 친구를 위해 제주축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제주마 방목지를 들르고, 동쪽 해변으로 향해 성산일출봉을 찍은 뒤, 다시 해안도로를 달려 북쪽의 신흥해수욕장 인근 관곶에서 여정을 마무리 짓는 코스다. 출발 전 코스를 계획했을 때 예상 이동 거리는 약 190km. 레이 EV로 충전 없이 달릴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레이 EV 제주도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제주국제공항 → 신창풍차해안도로: 

따스한 봄을 만끽한 제주도 해안가 드라이브


누적 이동 시간 1시간 25분 · 주행 거리 42.8km · 전비 8.8km/kWh



제주국제공항에 내린 뒤 곧바로 레이 EV를 타고 제주도 여행에 나섰다. 출발 전 충전해둔 배터리의 잔량은 100%. 주행 모드는 여행 내내 컴포트 모드를 유지했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특별히 에코 모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계산상으로는 에코 모드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계획한 일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1시간쯤 달렸을까. 첫 번째 목적지인 신창풍차해안도로에 도착했다. 이동 거리는 42.8km. 여기까지 오는 동안 14%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인상적인 것은 전비였다. 트립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누적 전비는 8.8km/kWh를 가리켰다. 인증 전비 5.1km/kWh를 아득히 뛰어 넘는 수치다.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신호와 교통 흐름에 맞춰 달렸을 뿐인데 이토록 높은 전비가 나올 줄은 몰랐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때마침 날씨도 좋았다. 잘 알려져 있듯 전기차가 최적의 주행 가능 거리를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약 26~30℃의 기온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오전 10시의 기온은 15℃였고,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기온도 21℃까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며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풍력발전소를 배경삼아 더욱 멋스럽게 돌아온 레이 EV의 모습을 담았다. 




제주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선선했다. 이처럼 여유로운 드라이브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기온이 높아져 더운 느낌이 들었지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려 바닷바람을 마주했다. 사실 전기차의 에너지를 아끼고 전비를 높이려면 창문을 닫는 게 효과적이지만 제주도의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신창풍차해안도로 → 1100고지: 

한라산의 가파른 경사와 굽이진 도로를 달리다


누적 이동 시간 3시간 · 주행 거리 96km · 전비 6.4km/kWh



2번째 목적지인 1100고지로 향하는 길은 이번 여정에서 중요한 코스 중 하나였다. 레이 EV의 경쾌한 주행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굽이진 와인딩 도로였기 때문이다. 최고출력 64.3kW(약 87PS), 최대토크 147Nm(약 15.0kgf·m)의 강한 출력에서 드러날 등판력과 차체 하부의 배터리로 구현한 낮은 무게중심에서 기인한 선회력, 회생제동을 곁들인 제동력 등 우리는 레이 EV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레이 EV는 우리의 기대에 완벽히 부합했다. 가파른 한라산 중턱을 오르는 데 힘이 부족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무거운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한 까닭에 1.0 가솔린 모델보다 공차중량이 250kg가량 무거운 데도 불구하고 전기 모터의 힘은 충분했다. 변속 과정 없이 처음부터 강한 힘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 덕분에 주행 감각도 매끄러웠다. 아마 전기차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시원하게 달려 나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원한 가속과 경쾌한 느낌이 드는 주행 감각은 이전에 알던 레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차의 머리를 돌릴 때 안정적인 감각이 들었다. 이처럼 경쾌한 가속과 안정적인 코너링을 경험하고 나니 레이 EV를 운전하는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작은 차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때는 그리 강력한 출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1100고지는 말 그대로 해발고도 1,100m에 위치한 곳이다. 신창풍차해안도로부터 여기까지 약 1시간 동안 53.2km를 달렸다. 고개를 넘고 와인딩 도로를 지나는 동안 배터리 잔량과 전비가 뚝 떨어졌다. 남은 배터리는 55%, 누적 전비는 6.4km/kWh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진 않았다. 길을 올라왔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레이 EV의 회생제동 기능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자동차로 먼 길을 떠날 때는 기분 좋게 달리는 것도 좋지만, 중간 휴식도 꼭 필요하다. 운전자와 차 모두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여행 중간에 제주의 자연과 고지대에서 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오름에 들르기로 한 것이다. 물론 조금의 산책과 운동이 병행되긴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게 운전하면서 뭉친 몸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제주도를 방문했다면 꼭 한번쯤은 오름에 방문하길 권한다. 




1100고지 → 제주마 방목지, 성산일출봉: 

한라산을 내려오며 끌어올린 9.2km/kWh의 전비


누적 이동 시간 4시간 40분 · 주행 거리 158.1km · 전비 9.2km/kWh



삼형제오름에서 잠깐의 산책과 여유를 즐긴 뒤 친구가 그토록 원했던 제주마 방목지로 향했다. 예상대로 내리막길과 평지를 지나면서 떨어졌던 전비가 다시 솟구쳤다. 27km를 달렸지만 주행 가능 거리는 10km만 줄어들었고, 전비는 7.7km/kWh까지 높아져서 남은 여정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모두 사라졌다.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가 환호성을 지르고 연신 카메라를 들이미는 동안 나는 차 안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까지 123km를 달렸는데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155km라면, 이 전비를 유지할 경우 레이 EV는 약 280km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운전 방식과 주행 환경 그리고 전기차에 이상적인 날씨까지, 모든 게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리 높은 고도에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한라산 자락에 있던 제주마 방목지에서 성산일출봉으로 이동하는 코스에도 완만한 내리막길이 많았다. 덕분에 약 35km를 달리는 동안 전비는 이번 여정에서 최고 기록인 9.2km/kWh까지 높아졌다. 제주도 대표 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에도 오르고 싶었지만,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어 서둘러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성산일출봉 → 신흥해수욕장 관곶: 

최종 전비 9.1km/kWh로 유종의 미를 거둔 제주도 드라이브


누적 이동 시간 5시간 32분 · 주행 거리 192km · 전비 9.1km/kWh



대망의 마지막 목적지는 신흥해수욕장 인근의 관곶이란 곳이다. 여기에선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저 멀리 하늘을 물들이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뒷좌석을 접어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레이 EV가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숙소까지 남은 거리도 차로 이동해야 했기에 싱싱한 제주 해산물과 한라산 증류주를 곁들인 본격적인 저녁 만찬은 숙소에서 즐기기로 했다. 제주의 낙조를 바라보며 차박을 즐기고 싶다는 친구와 타협한 결과다. 




이렇게 레이 EV와 함께한 제주도 일주 드라이브가 막을 내렸다. 총 주행 거리는 192km, 누적 전비는 9.1km/kWh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레이 EV의 남은 배터리 잔량 37%와 111km의 주행 가능 거리였다. 제주도의 도로 제한 속도가 40~60km/h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레이 EV의 인증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레이 EV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충전 없이 장거리를 달리는 ‘무모한 도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레이 EV는 전작을 훌쩍 넘어서는 주행 성능과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놀라운 경형 전기차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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