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MG 저널 Jun 17. 2024

하이브리드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끝없는 도전 이야기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어떠한 난관을 겪으며 성장해왔을까?


하이브리드(Hybrid)는 ‘서로 다른 성질의 요소를 뒤섞은 것’이란 의미의 단어로 여러 산업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에 구동모터를 더해 출력과 연료 효율성을 모두 챙긴 자동차로, 전동화 시대에 접어든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국내 인기 모델 순위 상위권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이름이 빠짐없이 올랐을 정도다. 이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십 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을 통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오며 글로벌 주요 언론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뉴스 매거진 〈U.S. 뉴스 & 월드 리포트〉의 ‘2022 경제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자동차 시상식(Best Cars for the Money Awards)’에서 주요 수상 부문 중 하나인 ‘최고의 하이브리드∙전기 SUV 및 최고의 하이브리드∙전기차’가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와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각각 선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전문 미디어 〈에드먼즈(Edmunds)〉의 자동차 시상식인 ‘탑 레이티드 어워드 2024(Top rated Award 2024)’는 ‘최고의 SUV’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꼽으며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했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초기부터 함께한 전동화시험2실 김용석 상무(좌측)와 전동화구동설계팀 하재원 파트장(우측)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과정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에 비유할 만큼 순탄치 않았다. 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한 다른 자동차 제조사를 앞서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던 과정이기도 하다. 연구개발의 시작을 함께한 전동화시험2실 김용석 상무와 전동화구동설계팀 하재원 파트장을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용석 상무는 전동화 기술 개발 초기부터 연구 전반에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성과를 이룩해 온 인물이다. 국내 최초의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뿐만 아니라 오늘날 전기차의 충전 성능과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역시 그의 도전이 낳은 성과이다. 하재원 파트장은 현대차그룹의 초기 하이브리드 모델(베르나, 프라이드, 아반떼, 포르테 등)부터 세계 최초의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쏘나타, K5 하이브리드까지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 개발에 참여해 독자적인 기술 정립에 이바지했다. 




‘From Scratch’, 세상에 없던 우리만의 기술을 위한 도전



2004년 남양연구소에 새로 문을 연 ‘하이브리드 개발실’에 33명의 연구원이 모였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들이 뭉친 이유는 하나다. 바로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퇴근을 반납하고 열정으로 밤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했다. 이에 김용석 상무가 당시를 회상했다. “모두가 인생을 걸고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각자가 본래의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고, 소위 ‘잘나가던’ 사람들이었죠. 그런 이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갖고 뭉치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초기의 연구원들을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의 민족지사에 빗대어 ‘현대의 독립투사’라고 표현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 자동차 제조사에 맞서 독자적인 기술 확립을 위해 노력한 연구원들에게 보내는 찬사인 것이다.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이 시작된 환경차개발시험1동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1990년대였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진 것이다. 특히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일명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며 자동차 업계에는 비상이 떨어졌다. 교토의정서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평균 5.2%를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됐고 자동차 제조사는 10년 안에 이를 만족하는 차량을 개발해야만 했다.



제1회 서울모터쇼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첫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FGV-1이 공개됐다


이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본격적인 양산 개발에 앞서 밑그림을 그려갔다. 1995년 열린 제1회 서울모터쇼에서는 프로 엑센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첫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FGV-1(Future Green Vehicle-1)을 선보였다. 김용석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수십 년 전부터 세계 각국은 환경 보호를 위해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해마다 관련 규제를 강화했고, 자동차 제조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에 대응해야 했죠. 우리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글로벌 마켓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본격화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선행 개발로 완성한 클릭 하이브리드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차그룹은 선행 개발을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00년에는 베르나 하이브리드, 카운티 하이브리드를 개발했고, 2004년에는 16개월에 거쳐 완성한 클릭 하이브리드를 정부기관 공급용으로 50대 한정 생산했다. 클릭 하이브리드는 구동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소프트타입 하이브리드 모델로, 당시 기술제휴를 맺은 히타치로부터 모터 및 인버터를 공급 받고, 파나소닉의 니켈수소 배터리를 각각 탑재하여 1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클릭 하이브리드 이후 완성한 베르나 하이브리드(좌측), 프라이드 하이브리드(우측)


클릭 하이브리드 이후 베르나와 프라이드에 기반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공개했다. 세 모델 모두 완전한 의미의 양산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면서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연비 측면에서 타 제조사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부족한 점을 인지한 것이다. 



김용석 상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당시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용석 상무는 당시를 회상하며 많은 불신 속에서 시작한 도전은 매우 고독하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대뜸 일본이나 독일에 가서 기술을 배워서 오라고 한다거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시선을 극복하는 일이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웠죠. 그러나 우리는 주눅 들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묵묵히 제 일을 해냈습니다.” 




독자 기술로 탄생시킨 하이브리드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LPi 엔진을 기반으로 완성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2000년대 중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량 양산은 또 다른 문제였다.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까닭에 판매 대수가 한정적이고, 이에 따라 판매 수익을 통한 개발비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점이 예견된 것이다. 즉,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 차량’이라는 개발 목표를 달성하면서 비용 손실은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또한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가솔린과 디젤에 대비하여 소비자 유지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는 목표도 있었다. 


기나긴 회의 끝에 이미 양산된 *LPi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현대차그룹의 LPi 엔진은 친환경적인 성능과 저렴한 유지비란 실용적 측면을 모두 품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연구실은 이 엔진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하였고 2009년 7월, 이를 탑재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아반떼,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자체설계와 국내 생산을 동시에 이룩한 매우 뜻깊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모터, 배터리, 인버터, 컨버터, 제어기 등의 핵심 부품을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외자 도입이 아닌 국내 생산까지 성공하며 대중을 위한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핵심 부품 중에서 배터리는 그동안 사용되었던 니켈수소 배터리 대신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점도 돋보이는 장점이었다. 


*LPi 엔진: 액화 상태의 LPG를 공기와 혼합해 연소실에 공급하는 액상 분사 방식의 LPG 엔진. 기존 LPG 엔진의 단점을 보완하여 개선된 성능, 우수한 연비, 저공해를 비롯해 겨울철 시동 문제 해결 등의 장점을 갖췄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로 대량 양산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차그룹은 최종 목적지였던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향해 다시금 행진을 시작했다. 내수 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모터가 직접 차를 움직여 최적의 효율을 내는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또한 구동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야만 경쟁사와 승부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들었다. 당시 하이브리드 시장의 대세였던 도요타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순 없었다. 이미 도요타가 관련 특허를 다수 소유하고 있어서다. 개발 과정에서 도요타로부터 기술과 부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럴 경우 기술 종속은 물론, 미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거절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독자적인 방식의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방식으로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개발 방향은 타 제조사와의 차별성을 갖추면서도 현대차그룹의 파워트레인을 활용할 수 있는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 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으로 정해졌다. 시스템 방식을 결정한 후 모터, 인버터와 같은 핵심 부품의 개발을 위해 해외 기업과 협력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들은 개발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협조적이거나 터무니없는 비용을 제시했고, 결국 성과 없이 끝을 맺었다.



하재원 파트장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구동모터 개발에 참여했다


협력이 무산되면서 프로젝트는 다시금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고 연구원들은 그동안 이룩한 성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세계 최초의 시스템을 향한 다양한 시도는 이미 훌륭한 결과물로 세상에 등장했고, 이런 성공 DNA는 개발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소프트타입부터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동모터 개발에 참여한 하재원 파트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는 자체 설계한 구동모터를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드타입 하이브리드용 구동모터 설계를 진행했죠. 하지만 크게 2가지 측면을 극복해야 하는 기술 난제가 있었습니다. 모터 출력을 높이려면 크기도 커져야 하는데 탑재 공간은 제한적이기에 더욱 콤팩트한 설계가 필요했고, 발열량이 증가한 만큼 냉각 성능도 향상시켜야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터를 변속기와 일체형으로 설계하여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또한 변속기 오일을 활용한 유냉 냉각방식을 채택해 냉각 성능을 높였죠. 다만 이때 고온의 변속기 오일로 인하여 모터 회전자 코어 내부의 영구자석을 고정하던 본드의 성분이 변해 고정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모터 내부가 파손되거나 고전압 소손이 발생하는 문제를 자석 주위에 비자성물질로 채워넣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변속기 오일에 직접 노출되는 모터를 처음 개발하며 소재에 대한 다양한 검증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기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하재원 파트장이 구동모터의 구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를 탑재하기 위한 설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등 개발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상황을 하재원 파트장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엔진과 자동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를 탑재하기 위해 추가 공간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결국 토크컨버터 삭제를 결정했죠. 토크컨버터의 역할은 습식 엔진클러치로 대체했습니다. 엔진클러치 탑재 공간은 구동모터 회전자 내부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변속 충격 문제는 엔진클러치 접합 제어 기술 개발로 극복했습니다. 참고로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엔진클러치가 끊기면 유압을 만들어줄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깊은 고민 끝에 전동식 오일펌프를 추가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모터로 구동할 때는 전동식 오일펌프로 유량을 공급하고, 주행 중에도 클러치 작동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구동모터 안쪽에 엔진클러치를 배치했다


하재원 파트장은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하드타입 하이브리드는 엔진-엔진클러치-구동모터-자동변속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엔진에 HSG(시동발전기)가 장착되어 있어 EV모드로 주행할 때는 엔진클러치가 엔진과 구동모터의 연결을 끊고 구동모터로만 주행합니다. HEV모드 전환 시에는 HSG가 엔진을 깨우고 회전속도를 동기화해 엔진과 구동모터를 엔진클러치로 잇습니다. 이는 일반변속기가 장착된 병렬형 구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며, 도요타는 이와 달리 유성기어가 적용된 동력분기 구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차이 덕분에 우리 시스템은 빠른 응답성, 우수한 발진 성능, 다이내믹한 운전성 등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EV모드에서의 전달 효율도 더 뛰어나고  EV모드의 최고속도 또한 우세합니다. HEV모드에서는 중고속 및 정속 주행 시 한결 나은 성능을 발휘합니다.” 



세계 최초의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쏘나타, K5 하이브리드


2011년 5월,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세상에 내놨다. 보닛 아래에는 *펌핑로스를 줄인 밀러 사이클 방식 엔진과 독자 기술로 완성한 구동모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이브리드 파워 컨트롤 유닛(HPCU)과 배터리를 탑재해 21.0km/L란 우수한 공인연비를 갖췄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공인연비 19.7km/L)보다도 뛰어난 연비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펌핑로스(Pumping loss): 피스톤이 실린더 안을 왕복하는 펌프 운동 중 폭발에 의하여 발생하는 에너지의 일부가 혼합 가스의 흡입과 배출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것



김용석 상무는 프로젝트의 성공이 단순히 기술을 완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석 상무가 당시 소회를 밝혔다. “연구를 지속하면서 다른 제조사의 기술을 빌리지 않는 수준까지 우리 역량이 성숙해졌습니다. 마침내 2011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완성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죠. 쏘나타, K5 하이브리드는 당시 연비를 중점으로 생각하던 하이브리드의 기조에서 벗어나 운전의 ‘맛’과 ‘재미’까지도 좋은 차로 개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 유단 변속 방식을 적용하고, 엔진클러치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연비를 원하는 고객에겐 최고의 연비를 제공하면서 기어변속과 가감속의 느낌을 더해 운전의 재미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도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후 DCT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개발까지 이어지며 연비와 운전의 재미 모두를 지향하는 현재의 하이브리드 트렌드를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대차그룹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난 것이죠. 개발 과정에서 여러 아쉬운 점도 남았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해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얻은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을 완성하기까지의 어려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회사에서 벤치마킹하지 않은 고유의 하드웨어를 제어하기 위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는 타 사의 시스템과 차량을 수없이 타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습니다. ‘그들은 왜 이 시점에 엔진을 켜고 끌까?, 배터리 충전을 왜 이렇게 할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수많은 논문과 기술 자료를 살펴보며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뜨거운 데스밸리에서, 겨울이면 극한의 알래스카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구를 몇 바퀴나 돌 만큼의 거리를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고유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더 뛰어난 성능을 적용하기 위해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거듭난 현대차그룹


현재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차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자동차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명실상부한 주축 중 하나로 꼽힌다. 전동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전동화 모델을 다수 선보이며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동화와 더불어 미래 모빌리티의 한 축이 될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훌륭한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차량의 완성도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하는 김용석 상무


현대차그룹이 이토록 고속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용석 상무는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도전한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의 많은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뛰어난 수준의 전용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해외에 나가면 ‘어디서 기술을 사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이 오늘날 전용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20년 간 꾸준히 쌓아온 전동화 기술 연구가 현재에 와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제어’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 소프트웨어 분야로 일찌감치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경험이 차량 제어 시스템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덕분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차량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쌓아갔고 SDV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전기차가 주를 이루게 될 미래 자동차 사회에 하이브리드 차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질문을 건넸다. “전동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고객의 니즈를 맞춰야 합니다. 전동화 모델도 전동화 기술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동차는 정숙성, 주행 감성, 편의성, 가격 등 다양한 요소의 집합체입니다. 따라서 자동차의 전반적인 상품성을 발전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죠.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다재다능한 매력을 갖춘다면 오래도록 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재원 파트장은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재원 파트장은 효율성, 출력, 친환경성 측면에서 장점이 명확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현대차그룹 차종에 더 많이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모두가 전기차를 타는 게 지구 환경에는 가장 좋겠지만,  지금 도로 위를 누비는 수많은 가솔린, 디젤 엔진 자동차가 모두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대체된다면 이 역시 배기가스 및 오염물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라인업이 늘어난다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기술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현대차그룹 연구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개발에 몰두한 그 과정은 연구원들 개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현대차그룹 전동화 기술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였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이끄는 리더의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사진. 조혁수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

https://www.hyundai.co.kr

작가의 이전글 제네시스 개발진이 알려주는 GV70의 주행 감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