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와의 1:1 비교 평가에서 승리했다.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인 스포티지가 유럽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세대로 거듭난 스포티지는 지난 연말 유럽에 출시됐고, 올해 초부터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을 갖춘 친환경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스포티지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것은 5세대가 처음이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포티지의 유럽 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포티지가 속한 C 세그먼트 SUV는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부문이다. 영국에 기반을 둔 자동차 비즈니스 분석 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 중 22.8%가 C 세그먼트 SUV였다.
이와 함께 눈여겨볼 부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다. 얼마 전까지 유럽 신차 시장에선 디젤 자동차의 판매가 우위에 있었으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 협회(ACEA)가 각 자동차 제조사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에는 가솔린 자동차(40%)의 뒤를 이어 디젤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량이 19.6%로 동률을 이뤘지만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 비율은 22.6%로, 사상 처음으로 디젤차(17.3%)의 판매 비율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호평이 공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Auto Bild)>는 최근 진행한 하이브리드 SUV 비교 평가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보다 ‘한 세대 앞선 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평가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포티지에 처음 적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동안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전념했던 도요타의 대표 SUV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아우토 빌트>는 ‘충전할 걱정이 필요 없는 경제적인 하이브리드 SUV’라는 주제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라브4 하이브리드의 평가 무대를 마련했다. 두 모델은 크기도 비슷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오랜 기간 경쟁해온 라이벌이지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구성은 다르다. 스포티지는 1.6 T-GDI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된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반면, 라브4 하이브리드는 2.5ℓ 자연흡기 엔진에 구동과 충전을 담당하는 2개의 전기 모터를 결합했다. 물론 엔진의 구동력에 힘을 보태 연비 효율을 높인다는 하이브리드의 목적은 같다.
아울러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품었고, 라브4 하이브리드는 앞바퀴만 굴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제원상 연비 효율(유럽 기준, WLTP)과 CO₂ 배출량 부분에서는 라브4 하이브리드가 다소 우수하지만, 차에 짐을 싣거나 트레일러를 끄는 견인 능력은 스포티지가 더욱 뛰어나다. 비교 평가에 활용된 두 차는 각각 최고 등급의 GT-라인 패키지(기아 스포티지)와 중간 등급의 팀 독일 패키지(도요타 라브4)가 적용돼 있어 4만 유로 중반대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아우토 빌트>의 평가는 바디(125), 편의성(150), 파워트레인(125), 주행 성능(100), 커넥티비티(75), 친환경성(100), 경제성(125) 등 7개 항목(총 800점)에 걸쳐 이뤄졌다. 스포티지는 실내 공간의 넉넉함과 품질, 적재 능력을 평가하는 바디 부문, 편안한 승차감과 편의 사양 및 주행 지원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하는 편의성 부문, 주행 및 제동 성능을 측정하는 주행 성능 부문,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오디오 및 음성인식 제어 기능을 평가하는 커넥티비티 부문 등 4개 항목에서 라브4 하이브리드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스포티지와 라브4는 대부분 항목에 걸쳐 치열한 접전을 보였으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제동 성능 평가가 포함된 편의성과 주행 성능 부문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특히 편의성 부문에서는 스포티지가 우수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비롯해 대부분의 항목에서 라브4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13점을 앞섰다. 패밀리 SUV라는 특성에 맞게 스포티지에 다양한 편의 사양을 마련해 편안한 공간을 구성하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차로 유지 보조(LF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C) 등 편리한 운전을 도와주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풍족하게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
2번째로 격차가 컸던 부문은 주행 성능 테스트였다. 스포티지는 우수한 제동 성능 덕분에 해당 부문에서 큰 차이를 벌릴 수 있었다. <아우토 빌트>가 정밀 장비를 이용해 계측한 결과를 살펴보면 스포티지와 라브4의 제동력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스포티지는 냉간 및 열간 시 모든 상황에서 고르게 뛰어난 제동력을 보여준 반면, 라브4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열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다소 긴 제동 거리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스포티지는 세부적인 항목별로 근소하게 높은 점수를 받아 결과적으로 라브4보다 23점을 앞서 나가며 비교 평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아우토 빌트>는 두 하이브리드 SUV의 테스트 연비(스포티지 7.1ℓ/100km, 라브4 6.2ℓ/100km) 결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 두 SUV만큼 테스트 연비가 유럽 인증 수치(WLTP)를 거의 초과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를 남겼다.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은 스포티지의 경우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라브4보다 공차 중량이 다소 무거워 연비 효율에 불리했던 걸 감안해도 유럽 인증 연비와의 편차가 라브4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티지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실제 주행 상황에서도 우수한 효율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울러 <아우토 빌트>는 스포티지의 주행 성능이 더 부드럽고 정확하며 일관적이고, 가속 감각도 더 생생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스포티지의 승차감이 더 여유 있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라브4는 스포티지보다 효율성이 좋고, 실내도 더 견고한 느낌이 들지만, 주행 시 움직임이 굼뜨고 제동 성능이 뒤처지며 승차감도 거칠다는 게 <아우토 빌트>의 의견이다. 스포티지에 대한 아쉬움도 일부 있었다. 각 12.3인치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로 이뤄진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시야에서 조금 멀게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숲길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기에는 스포티지의 최저 지상고(160mm)가 다소 낮다는 내용이었다.
스포티지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얹은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아우토 빌트>를 비롯해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와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이 각각 진행한 PHEV SUV 비교 평가에서도 스포티지는 경쟁 모델들을 따돌리고 우승한 전적이 있다. 당시 독일 3대 전문지가 진행한 비교 평가에는 라브4뿐만 아니라 오펠 그랜드랜드, 볼보 XC40, 쿠프라 포르멘토르, 미쓰비시 이클립스 크로스 등 쟁쟁한 모델이 즐비한 상황에서 스포티지 PHEV는 3개 매체의 비교 평가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탄탄한 기본기와 풍족한 구성,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우수한 성능 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유럽의 주요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친환경 SUV 부문에 처음 뛰어든 스포티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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