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자동차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범퍼,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이하 그릴) 등으로 구성되는 FEM(Front End Module)은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그릴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로 떠올랐죠. 기아의 타이거 노즈나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두 그릴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각 브랜드의 라인업 전체를 관통하는 디자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릴은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의 그릴은 주행 중 마주하는 공기를 이용해 엔진(라디에이터)을 식힙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과학적, 기술적 요소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기능과 아름다움 모두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디자인 외에도 공기 유입량 및 방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퍼와 헤드램프도 마찬가지죠. 성능과 심미성을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자동차의 앞모습은 달라져야 합니다. 가령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냉각 필요성이 현저히 적습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함께 있는 모델의 경우 내연기관차의 그릴은 주행풍이 통과할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형태로, 전기차의 그릴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구멍이 없는 형태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능을 고려한 디자인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요.
현대모비스 역시 자동차 앞모습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미래 자동차 외장 콘셉트 ‘UTILe’이 좋은 예입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의 범퍼를 제시하고 있는 UTILe은 영단어 ‘United’, ‘Transformed’, ‘Interactive’, ‘Lighting’ 등 총 4가지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각각 ‘통합’, ‘변형’, ‘상호작용’, ‘조명’을 뜻하죠. 이 4가지 기술이 합쳐 ‘UTILe’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까요?
전기차 시대에는 자동차의 다이어트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무게를 줄여야 같은 에너지로도 더 멀리 달릴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의 범퍼, 그릴, 후드, 펜더 등을 통합해 하나의 몰딩에서 사출성형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범퍼에 사용 중인 TPO(열가소성 올레핀, Thermoplastic Olefin)와 같은 경량소재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죠.
지금의 자동차는 후드와 펜더에는 금속 소재를, 범퍼에는 TPO를 사용합니다. 재료가 다르니 제작 공법도 다르죠. 금속은 프레스 기계로 찍어서, TPO는 틀(몰딩)에 밀어 넣어 모양을 만듭니다. 하지만 UTILe은 이를 한 번의 사출성형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범퍼, 후드, 펜더를 합친 무게도 20%가량 덜어낼 수 있습니다. UTILe에 통합(United)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릴 일체식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 기술은 냉각수 온도에 따라 그릴의 플랩을 움직입니다. 냉각을 위한 주행풍 유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죠.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 냉각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에어 플랩을 열어 최대한 많은 공기를 들여 냉각 효율을 높입니다. 이후 냉각수 온도가 내려가면 에어 플랩을 닫아 공기저항을 줄입니다.
그릴 일체식 액티브 에어 플랩 기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연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공기저항을 줄여 고속에서는 연료 효율성을 2.3%가량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게다가 UTILe는 아름다움을 위한 섬세함까지 더했습니다. 액티브 에어 플랩의 커버를 그릴 표면과 같은 높이로 맞춰 자연스러워 보이게 다듬었거든요. UTILe이 능동(active)이 아니라 변형(Transformed)이라는 단어를 채택한 이유입니다. 사소해 보여도 이런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법입니다.
‘UTILe’은 기존의 그릴이 차지하던 자리에 LCD 디스플레이를 달았습니다. LCD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는데요, 현대모비스는 이를 대화형 스마트 페이스라고 부릅니다.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메시지를 띄우면 주위 차량 또는 보행자에게 신호를 줄 수 있으며(상호작용, Interactive), QR코드 결제도 가능합니다.
LCD 디스플레이 아래는 스피커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 역시 차량 내부와 외부가 소통할 수 있게 돕죠. 위험 상황에서 주위에 경고를 할 수도, 차량 외부에서 노래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스피커 설계에도 무게 감량을 위한 비법이 숨어 있습니다. 범퍼 커버를 진동판으로 사용한 까닭에 기존 스피커에 비해 부품 수는 58%, 무게는 75%가 줄었습니다.
‘UTILe’의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라이팅(Lighting)이 있습니다. 그릴 안에 LED와 렌즈를 달아 그릴 전체를 조명 장치로 사용하는 기술로, 불빛의 색이나 점등 패턴을 달리하여 자율주행 모드, 전기차 충전 모드, 웰컴 라이트, 비상 경고등과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라이팅 그릴은 단순한 조명이 아닙니다. 다른 차나 보행자에게 직관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죠. 그릴에 횡단보도나 화살표 등의 패턴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운전자를 맞이할 때 인사하듯 점등하거나, 음악에 맞춰 색깔과 패턴을 바꾸는 등 운전자와의 교감을 강화하는 감성 디자인 요소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자동차가 안전, 효율성,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죠.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램프 등에도 다양한 기능을 담아야 하죠. 현대모비스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동차의 앞모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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