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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Sep 06. 2023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센서 클리닝 기술

자율주행 시대의 자동차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센서가 장착됩니다


안경을 쓰시는 분이라면 시야를 가리는 김서림 등 불편한 상황을 가끔 겪으실 것입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면 상당히 불안해지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의 자율주행차는 물론, 지금 판매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위해 다양한 센서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외부의 이물질이 센서에 묻으면 말 그대로 눈이 가려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시대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센서 클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차체에 총 30여 개의 센서를 장착한 현대차그룹 로보택시


새로운 센서 클리닝 기술은 왜 필요할까요? 기존 센서 클리닝 기술의 한계를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는 많은 카메라와 센서가 달립니다. 따라서 워셔액(washer fluid)의 사용량도 늘어나죠. 워셔액 소모량을 줄이면서 오염 물질은 잘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고객에게 자주 워셔액을 보충해야 하는 불편함을 안길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센서는 목적에 따라 모양이 다른데, 각 센서마다 전용 클리닝 시스템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형상의 센서에 대응 가능한 표준 클리닝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령 자율주행차의 핵심 센서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도 감지 범위와 특징에 따라 모양도, 장착 위치도 다릅니다. 


현대차그룹은 센서 클리닝 기술의 국산화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센서 클리닝에 필요한 노즐은 수입해서 쓰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대중화가 된다면 수요 대비 공급의 한계 상황이 빠르게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당 제품을 찾을 테니까요. 그리고 최근 팬데믹 사례에서 배웠듯, 부품 부족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공급선의 다각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의 센서 오염 제거 기술은 유체 분사 방식을 이용한 제거와 물리적 제거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체 분사 방식은 워셔액 혹은 압축 공기를 분사해 이물질을 떼어냅니다. 물리적 제거 방식은 렌즈 커버를 빠르게 회전해 오염 물질을 털어내거나, 와이퍼 블레이드를 이용해 이물질을 밀어냅니다.


현대차그룹 모빌리티기술센터의 바디선행개발팀은 현재 워셔액 분사 방식과 렌즈 커버 회전 방식의 센서 클리닝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워셔액 분사 방식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텔레스코픽 노즐’을 사용하거나, 라이다 주변에 노즐(분사구)을 원형으로 배치해 워셔액을 분사하는 ‘링 노즐’을 사용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라이다 주변에 노즐을 원형으로 배치하는 것은 라이다의 탐지 범위인 360° 범위를 모두 닦기 위함입니다. 최대 180° 화각 범위를 탐지하는 카메라와 달리 라이다는 최대 360°의 각도 범위에서 거리를 측정합니다. 


원통형 라이다는 화각이 넓다 보니 모든 영역에 워셔액을 분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링 노즐은 원통형 라이다의 하단부에 워셔액을 분사해 그 압력으로 원통 전체를 닦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하단부에 비해 상단부의 세정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좁은 영역에만 워셔액을 분사할 수 있어 많은 분사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바디선행개발팀은 분사 영역을 늘려 라이다의 하단부와 중단부에 동시에 분사가 가능한 노즐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노즐보다 라이다의 전 영역에 더 균일하게 워셔액 분사가 가능하고, 소모되는 워셔액 양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닦는 데는 텔레스코픽 노즐을 사용합니다. 카메라 주위에 숨긴 노즐을 위로 들어 올린 후 워셔액을 분사하는 팝업(Pop-Up) 방식이죠. 노즐을 숨기는 이유는 카메라의 탐지 범위가 180°이기 때문입니다. 위치가 고정된 노즐이라면 탐지 범위 일부를 가릴 수 있죠. 해당 기술 또한 개선을 거쳤습니다. 텔레스코픽 노즐은 워셔액을 주입해 노즐을 위로 올리는데, 가이드 라인의 길이를 늘려 밸브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했을 때 유로가 연결되며 분사가 되도록 조정한 것입니다. 워셔액을 조금이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여러 부분을 세심히 다듬은 결과입니다.





앞서 설명한 클리닝 기술은 이물질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에는 또 다른 클리닝 방법이 필요합니다. 누적된 빗방울이 카메라 앞에 뭉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주요 부품 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압축 공기를 분사해 물방울을 날려보내거나, 와이퍼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물기를 닦아내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 바디선행개발팀은 기존 압축 공기 분사 타입의 클리닝 시스템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먼지, 흙 오염 제거 기술을 넘어 비가 오는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죠. 바디선행개발팀은 렌즈의 덮개인 커버 글래스를 회전하는 방법에 주목했습니다. 센서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세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바디선행개발팀은 커버글라스를 회전해 센서의 오염을 제거하는 작동법을 검토했고, 두 가지 타입의 실증을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커버글라스 고속 회전을 통해 오염을 예방/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한 센트리캠이며, 또 다른 하나는 커버글라스회전과 와이퍼를 결합해 오염을 예방/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한 로테이터캠입니다.





센트리캠은 최대 10,000rpm의 속도로 커버글라스를 회전시킵니다. 반면 로테이터캠은 커버글라스를 센트리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로 회전시킵니다. 대신 세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워셔 노즐과 소형 와이퍼 블레이드도 달고 있죠.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가 오염을 감지하면 레인센서의 우천 감지 기능으로 강우 여부를 확인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워셔액을 분사하고 커버 글라스를 회전시켜 와이퍼 블레이드로 이물질을 밀어냅니다. 우천 상황에서는 워셔액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디선행개발팀은 두 타입의 면밀한 성능 검증을 위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해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실차에 로테이터캠과 센트리캠을 달고 세정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진흙을 뿌리거나, 노즐로 물방울을 뿌려 약한 비, 강한 비 조건에서의 성능을 시험했죠. 비가 오는 날이면 밖에 나가 저속과 고속으로 달리면서 주행풍으로 인한 빗물 오염 상황을 확인하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리면서 상시 구동 평가 또한 진행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진흙 오염, 왜곡 발생 영향, 우천 상황 평가, 주행 평가, 상시 구동 평가 등 정말 다양한 시험을 진행한 덕분에 각 기술의 장단점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두 기술은 어떤 장단점이 있었을까요? 센트리캠은 진흙 오염 시 잔존 문제가 있었으나, 약한 비 또는 강우 조건에서 우세를 보였습니다. 반대로 로테이터캠은 진흙 오염 제거 성능이 뛰어났지만, 약한 비 등 강우 조건에서 물기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고 빗방울이 남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물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 카메라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바디선행개발팀은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센트리캠과 로테이터캠 모두 커버 글라스 코팅, 와이퍼 성능 개선 등의 추가적인 성능 개선을 진행하여 양산 수준까지 품질을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개선을 거듭하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특허로도 이어졌습니다. 커버 글라스의 회전 구조 적용을 위한 습기 제거 관련 기술, 워셔액 사용량 축소 가능한 분무 유동 구조 기술 등은 이미 국내에서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이며, 미국과 중국에서도 특허 출원 예정입니다.




물론, 지금도 연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디선행개발팀은 통합화/표준화를 통한 센서 클리닝 최적화 기술 개발, 차량 센서 배치에 따른 최적화 연구, 신규 센서 클리닝 기술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센서 클리닝 시스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죠. 로테이터 캠 부분에서는 가장 큰 문제점인 커버 글라스 내부 습기 문제와 광학 영향도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링 노즐과 텔레스코픽 노즐은 신모델 적용을 위해 워셔액 소모량 축소 및 최적화를 위한 조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도 현대차그룹은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금의 자동차는 다양한 기술의 총합체입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차량에 적용되는 모든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고 세밀하게 조율해야 하죠. 자율주행 시대에도 이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객의 불편을 덜기 위해 모든 부분을 다듬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죠. 워셔액 사용량을 줄이는 작은 부분 하나도 고객의 만족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현대차그룹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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