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더 큰 음악'을 생각해보자.
필자의 의견이 100% 참 진리라고 주장하진 않겠다. 전적으로 필자, 본인의 37년의 삶,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의 음악공부, 음악생활의 경험으로 쓰는 글이며, 아직 대학에서 열심히 본인들의 학업에 매진 중인 학생들을 위한 글임을 밝힌다.
필자가 학창 시절을 보낸 90년대는 학교 졸업식에 늘 자주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사진사’ 아저씨 들이었다. 당시 아주 좋은 카메라를 들고, 본인이 직접 찍으셨던 사진들을 사람들이 보기 좋게 디자인하고, ‘사진’이란 푯대를 높이 들고 졸업식 장을 다니셨다. 내 기억으로 수입이 아주 ‘대박’을 치진 않아도, 그 시절 어느 정도는 되셨던 것 같다. 돌아보니 그 시절에 동네 상가마다 늘 ‘사진관’은 있었고 - 지금도 있긴 하지만- ‘비싼’ 돈을 내고 사진을 졸업식장 그 아저씨들에게 찍건, 사진관을 가서 찍건 우리는 그랬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시장에 나타난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작가’에 준하는 사진을 직접 제작하기에 이르는 시대가 되니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풍경에서 많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인공지능 알 파고 와 이세돌 기사의 대결로 우리는 벌써 얼마나 많은 직업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지 질문하고 두려워한다. 충분히 수익을 창출하시는 프로 사진작가들에게 죄송하지만, 손 안에 카메라를 누구나 소지하게 되며, 세상이 틀려졌듯이, 돌아보면 영원할 것 같던 직업들이 빠르게 대체되며 없어져 간다. 필자가 학창 시절 보낸 90년대, 지하철에 ‘표’를 구입하기 위해 반드시 매표소에 가서 구입을 했었다. 지금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눈치 빠른 사람들은 필자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아차 하는 순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등장하고, 없어지고, 과거에서 현재로 교체되고 있음을.... 하지만, 우리 음악전공자들은 너무나 세상의 변화에 상관없이 ‘우직히’my way 만 걷고 있는 듯하다. 연습실에서 내 악기, 내 음악에만 흠뻑 취한다. 세상 물정은 상관없이 ‘순수한 음악인’그 자체로만 머물러하고 싶은 모습들이 매우 많다. 학교의 교수님들은 오로지 ‘본인의 업’으로써 학생들에게 ‘음악’은 가르치시지만, 정작 ‘how to live- -'에 대해선 가르치시지 않는 것 같다. 싹이 보이던 녀석이건 아니건, 교수님들은 늘 ’ 음악‘만 가르치신다.
1. 외국어 공부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당연하다. 기왕이면 영어가 가장 좋고, 일본어, 중국어 등도 할 수만 있다면 좋다. 토익점수만 올리는 ‘찍기 머신’이 되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해당 영어를 말하고 쓰고 읽고 하는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국, 독일 등으로 유학을 준비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유학이 아니더라도 영어는 여러분의 뮤지션으로써의 삶의 지경을 넓혀 준다. 여러분 분야의 모든 정보를 서점에서 이미 출판된 국내 서적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지식의 바다, 인터넷에서 어떤 것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음악의 학업을 이어가던, 음악분야로 취업을 하던, 여러분이 개인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던, 외국어-기왕이면 영어-는 여러분의 삶을 다르게 해준다. 잊지 마시라, 찍기 머신 말고, 해당 언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게 부단히 노력하라.
이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자는 극히 적다. 흘려듣는 자들은 늘 흘려들을 것이고, 아는 자들은 지금도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영미권 외의 국가에 유학을 갈 계획이라면, 당연히 그 나라 언어를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게 노력하라. 영어를 그렇게 구사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태평양 바다 속에 떨어지더라도,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알 수 있는 지표를 열어준다.
가령, 필요한 악기에 대한 정보나, 작곡가에 대한 정보, 작곡전공이라면 수많은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들, 장비에 대한 정보는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마음껏 찾아 먹을 수 있다.
2. 음악이론 (화성, 대위법, 오케스트레이션, 지휘법)
대다수의 비 작곡 전공자들은 그것을 내가 알아서 뭐하게? 하며 반문할지 모르겠다. 필자가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듯이 - 다르게 생각하라, 젊은 음악인들이여 https://brunch.co.kr/@jeonghanlee/2- 자기의 '영역'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은 편협된 생각이다. 만약 여러분이 타고난 '엘리트'가 아니라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우리도 변신해야 살 수 있다. 작곡전공에 준하는 음악이론은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지휘자나 스튜디오, 가수들과의 작업등에서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분야다. 그리고 이러한 수업은 졸업 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음대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여러분이 타고난 '천재 엘리트'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음악'이 관련된 일로 돈벌이를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본인의 악기 외에도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편곡이 필요하다면 편곡도 하고, 작곡도 하고, 지휘도 할 줄 알아야 한다. Why not? 피아노 전공자가 교회 지휘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성악전공자가 플룻을 배워 학원을 차리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오보에 전공자가 스튜디오에 취업하여, 사운드 엔지니어가 되지 말라는 법 또한 없다. 이 모든 '음악'적 사항엔 우리가 배운 기초적 음악이론이 필수다.
3. 뮤직 테크놀로지 (사보 프로그램, DAW 툴)
학교에서 대부분 피날레나 시벨리우스 등의 전문 사보 프로그램을 배우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작곡 전공생이 아닌 학생들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시하지 말라. '음악'과 관련된 어떠한 일을 하고, 진행해야 한다면, '악보'제작은 필수다. 피날레나 시벨리우스는 전문 사보 프로그램으로 어떠한 악보라도 제작 가능하다. 또한 DAW (Digital Audio Workstation) 툴 같은 큐베이스, 소나, 프로툴 같은 프로그램 등도 학교 다닐 적에 사력을 다해 연마하라. 이 역시 여러분이 '음악'과 관련된 일을 찾을 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된다. 막상 대단한 것들이 나와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다 '아는 것'이 나와 실망했는가?" 거듭 필자가 말하고 있는 사실은, 내 영역, 내 악기만 가지고는 그야말로, 필자의 선배처럼, "씨발, 음악 그 딴것 안 해!' 하게 된다는 점이다. 괜찮다. 여러분이 반드시 여러분의 악기만 가지고 밥벌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러분이 꿈꾸고 갈망해 온 그 세계를 그야말로 버리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그 '음악'의 길을 만들어 가면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다.
사진사 아저씨들이 언젠가 우리가 깨닫기도 전에 모습을 찾기 어려웠고, 흑백 화면의 단음 멜로디 피쳐폰의 세상도 지나갔다. 무엇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시대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 '음악'의 길을 만들어 가자. 스스로 본인의 '악기'에만 갇혀, 그것만이 전부라 생각하지 말고, 벗어나 '큰 음악'의 틀 안에서 살펴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닌, 우리가 모두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개발을 위해 dot과 dot 이 연결되어 하나의 새로운 것이 탄생되었다 이야기했다.
필자가 이야기한 것 외에도, 여러분이 여러분에 의해 경험한 점들을 하나씩 이어가 보자. 여러분의 '악기'에만 거치지 않고, 더 큰 세상에서 여러분의 '음악'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