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써본 방법
AI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발전시키는 법 — 내가 직접 써본 방법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을 하면서 AI를 활용해보려는 시도를 꽤 오래 했다. GPT, Gemini, Claude 모두 써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법이 틀렸으면 아무리 좋은 AI도 소용없다.
PDF로 던지는 건 의미가 없다
처음엔 편곡한 악보를 PDF로 변환해서 AI에게 분석을 맡겼다. GPT도, Gemini도 그럴듯한 분석을 내놓았다. 브라스 밸런스가 어떻고, 합창 성부 처리가 어떻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전부 그럴듯한 조합이었다. 악보 PDF에서 음표는 그래픽 데이터다. AI가 실제로 읽는 게 아니라 텍스트 조각과 추측으로 답변을 만들어낸 것이다. Gemini는 없는 악기를 있다고 하거나 없는 성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나는 한동안 그걸 진짜 분석인 줄 알았다. 편곡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통과된다. 문제는 그게 틀렸다는 걸 모른다는 것이다.
MusicXML로 바꾸니 달라졌다
MuseScore나 Sibelius에서 MusicXML 형식으로 변환해 업로드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XML 파일 안에는 음고, 리듬, 성부, 다이나믹이 전부 구조화된 텍스트 데이터로 들어있다. AI가 추측할 필요 없이 실제 값을 파싱한다.
변환 방법은 간단하다. MuseScore 기준으로 File → Export → MusicXML (.musicxml 또는 .xml) 로 저장하면 된다. Sibelius는 File → Export → MusicXML. 이 파일을 그대로 Claude에 업로드하면 된다. PDF 대신 이 한 단계만 바꿔도 분석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어떻게 썼나 — 비전성가 9집, 10집 분석 사례
내가 작업한 방식은 이렇다. 필자는 음악출판사 중앙아트제이앤에이뮤직 편집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편곡 중인 비전성가 9집, 10집 편곡에서 내 편곡과 동료 편곡자들의 스코어를 각각 MusicXML로 변환해 Claude에 올렸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묻는 게 아니라, 비교 루브릭을 고정해서 수치로 대조시켰다. 항목은 브라스 밀도, 합창 보호 처리, 아티큘레이션 분포, 다이나믹 레인지 등이다.
결과는 그룹별로 수치가 나오고, 어떤 항목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막연하게 "브라스가 과하다"가 아니라, 특정 마디 구간에서 브라스 레이어가 몇 성부 겹쳐 있고 합창 음역과 어떻게 충돌하는지가 나온다. 이 정도면 수정 방향이 명확해진다.
XML 파싱 분석은 현재로선 Claude가 가장 정확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전후 체감 변화
PDF 분석을 쓰던 시절엔 피드백이 모호했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식의 답변은 수정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XML 비교 분석으로 바꾼 후로는 수정 포인트가 구체적으로 나오니까 적용 속도가 빨라졌다. 색채감 확장도 마찬가지다. 내가 참조하는 편곡자와 내 스코어의 악기 레이어 구성이 수치로 비교되면, 어떤 악기군이 부족하고 어떤 음역대를 더 써야 하는지가 보인다. 감으로 채우던 부분을 데이터로 확인하게 된 셈이다.
물론 AI가 음악적 판단을 대신하는 건 아니다. 최종 결정은 편곡자의 몫이다. 다만 내가 놓친 부분을 수치로 짚어주는 도구로서는 지금까지 써본 방법 중 가장 실용적이었다.
PDF 분석 믿고 있는 편곡자들, 한 번 바꿔서 해봐라. 방법이 다르면 결과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