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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를 심은 사람 Nov 14. 2024

별거 없어

아침 구매목록들

오늘도 아이들을 보내고 커피를 마시며

인스타도 기웃거리고

유튜브도 기웃거린다.

제일 행복한 시간. 조용한 시간.


분명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기웃거렸지만

또 뭔가 있을까.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나를 기다리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아.

내가 놓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아.

뒤지고 뒤지면 언제나 새로운 뉴스들이 있다.

새로운 영어단어, 새로운 잇템들, 새로운 연예계 소문들, 새로운 주식정보들, 새로운 교육정보들, 새로운 인생 이야기들, 새로운 영감들.


내일 되면 까먹겠지만,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늘은 한가인 유튜브에서 또 엄청난 정보들을 알려준다. 건강에 관심이 많았는데 새로운 정보도 너무 신나고, 연예인들 어찌 사는지도 너무 궁금하고 재미있다. 좋은 게 참 많네. 참 부지런히 시행착오해서 쌓은 생활정보를 주니 너무 유익하고 좋다. 열심히 스크린샷을 한다. 또 잊히고 수천 개의 갤러리사진들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까먹겠지만 일단 스크린샷.


또 사고 싶은 게 한가득이다. 가뜩이나 건강에 좋은 것이라지 않나. 지금 영양제도 다 못 챙겨 먹지만 얘네들은 또 다를지 모른다.


식탁머리 앉은자리에서 바쁘다. 아무도 연락 오는 사람 없어도 바쁘다. 아무도 연락 오는 사람 없어서 좋기도 하고 좀 외롭기도 하고. 아니, 아무도 연락 오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고 좋다. 오후저녁에 북덕거리는 집안에서 버티려면 지금의 침묵이 너무 소중하다.


(내 인생, 아이들 교육, 아이들 키우는 문제들 등)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런 생각도 넘길 줄 아는 배짱이 좀 생겼다. 좀 잘못되면 어때 그래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니까.


매일매일 유튜브 인스타에 두어 시간 시간 빼앗기는 내 삶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더 나은 것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령 성경필독, 걷기 운동, 혹은 새로운 취미 배우기) 지금의 평화 그냥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쪼으고 싶진 않다. 어차피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는 해야 할 듀티들에 쌓여 쫓길 테니까. 그냥 조금 오전은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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