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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May 02. 2023

길리 트라왕안에서의 일주일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떠난 퇴사 여행 Part1.

출발 당일을 포함해 약 20일간의 발리행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1월, 주말 연휴를 이용해 잠깐 왔다 갔던 게 나와, 와이프에게는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두 사람 다 자유의 몸이 되어 다시 발리를 찾았다.


도쿄→쿠알라룸푸르→덴파사르를 거쳐 발리 빠당바이에 도착한 우리. 본격적인 발리 체험에 앞서서 길리 트라왕안(이하 길리)을 찾았다. 길리는 윤식당 촬영지로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곳이다. 


길리는 같은 발리는 아니고 인도네시아 롬복에 속한 작은 섬이다. 발리 빠당바이에서 쾌속보트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다.



길리의 교통수단과 숙소


길리 안에는 자동차가 없다. 그 자리를 자전거, 전동 바이크, 그리고 치도모라고 불리는 마차가 대신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섬 한 바퀴를 일주하는데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이니 이 정도 교통수단만으로도 큰 불편함이 없을만하다.

길리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치도모. 선착장 앞에 마치 택시처럼 치도모 행렬이 줄지어 있다.


우리는 길리에 도착한 첫 3일간은 섬 서쪽에 있는 프라이빗 빌라에서 지냈다. 각 객실마다 수영장이 딸려 있어서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가격은 1박에 12만원대.


단, 편의시설들은 메인 스트릿에 주로 분포해 있어서 날이 밝을 때 필요한 것들을 미리 사두어야 한다. 밤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세낭 프라이빗 빌라. 객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영장과 야외 테이블, 소파가 보인다.


두 번째 숙소는 메인 스트릿에 있는 일반급(?)으로 옮겼다. 숙소입구만 나와도 길리 바다가 금새 펼쳐지고 이동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신 수질이 특히나 안 좋았고 준비해 간 샤워 필터기가 금세 갈색으로 변했다. (금액은 프라이빗 빌라의 절반 수준)

우리가 묵었던 삼바 빌라 룸 전경


그리고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었다. 때마침 우리가 있던 시기가 라마단 기간이었다고 한다. 새벽 3~4시까지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지는 (낯선) 기도소리에 거의 매일 같이 잠을 설쳤고 떠나기 전 결국 탈이 나고야 말았다. (다음 여행부터는 잘 체크해야겠다...)



길리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길리는 서양 관광객들이 정말 많다. 주로 바다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나와 와이프는 물과 친하지 않아서 앞바다에서 튜브로 둥둥 떠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프라이빗 빌라에 있는 3일 동안 간단한 수영법(?)을 터득하면서 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잔잔한 동쪽 바다는 그런 우리에게 더욱 최적의 장소가 되어 주었다. (튜브 없이도 재밌게 놀았다.)


길리는 스노클링으로 거북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우리도 (계획에도 없던) 거북이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그리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도 이쁜 열대어들이 많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스노클링 장비도 비치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참고로 길리 현지분들이 거북이가 등장하면 '꼬북이, 꼬북이!'라고 외쳐준다. 거기로 가보면 어김 없이 거북이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다. (거북이는 얼마나 귀찮을까...^^;)


길리의 흔한 바다 풍경


한편, 길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나시고렝, 미고렝, 나시짬푸르, 사테 등 인도네시아 음식은 물론 BBQ나 피자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수미사테의 사테아얌(앞)과 일명 갈비탕, 바바룽(뒤)


그중 우리는 한식을 자주 찾았다. 윤식당 촬영지에도 한식당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선샤인카페'라는 곳에 갔다. 김치찌개, 라면, 떡볶이 등 종류는 몇 안되지만 역시 한국사람은 한식이 최고다.

선샤인카페 김치찌개. 밥과 계란말이도 함께 나온다!


그리고 아무래도 섬이나 보니 해산물이 풍부하기는 한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가격이 비싸고 로컬 식당은 위생상태가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어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현지인들만 가는 듯한 길목켠 시장이 있었는데 냉장시설 없이 실온에 생선을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파리가 수십마리쯤은 기본으로 달라 붙어 있지만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우리들 시선에서 보자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내 기억속 동네 작은 시장의 모습과도 크게 이질감은 없었다.)


길리에서 느낀 점


길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 사람들 모두 극도로 친절했다는 점이다. 관광지에서 가장 큰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서비스'일 것이다. 두 번째 숙소에서는 수질이나 기도소리 등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이를충분히 커버할만한 수준이었다.


또한 다들 능수능란하게 영어를 구사했고 한국사람들도 많이 와서인지 '감사합니다'정도도 기본적으로 할 줄 아는 듯했다. 우리도 간단한 영어 밖에 못하지만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색한 우리의 영어를 웃으면서 잘 들어준다.)


그리고 아침 일출이 정말 이뻤다. 떠나기 전날과 당일, 이틀에 걸쳐 일출을 보았는데 살면서 본 일출 중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길리에서의 일출 모습


마지막으로 디지털 노마드에게 중요한 WIFI. 숙소는 물론 웬만한 식당에는 WIFI가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초고속 인터넷 환경은 아니지만 있는 동안 인터넷 때문에 불편한 적은 별로 없었다. 덕분에 외주 작업 업무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발리에서도 멀리 떨어진 길리. 과연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올 일이 있을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온전히 길리를 경험하고 간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여유를 가지고 발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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