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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n 19. 2022

나는 나를 고용했다.

내가 사장이자 내가 직원인 회사. 어떤 기분일까? 

안녕하세요. 창업준비생 김형민입니다. 얼마전 회사 등기를 마치고 사업자등록과 법인 통장발급, 그리고 통신판매업신고까지 최소한의 법적,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제는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내면서 나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갈 일만 남았습니다.


법인설립을 완료했다. 1인 법인이라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다.


1인 기업인만큼 사장도 직원도 저 혼자인 상황입니다. 내가 나를 고용한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고용주로서의 나 

한 회사의 대표가 된 저는 이제 365일 두 다리 쭈욱 뻗고 자기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한정된 자본금과 안정적이지 않은 수주, 상품개발(발굴)... 당면한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회사 다닐 때는 그저 팀 미션에 맞는 역할만 한정적으로 수행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A부터 Z까지 모든 걸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저의 선택 하나에 회사의 흥망성쇠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회사의 유일한 고용인은 '김형민' 단 1인. 회사를 키우기 위해 그의 능력을 어떻게든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같이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영업을 다니고, 서류 작업을 하고, 디자인 업무를 맡기고, 회계 처리를 요청하고... 미안하지만 그에게 일당백을 요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급여는 '열정 페이'

회사 다닐 때 그렇게 욕하던 열정페이를 이제는 제가 나서서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권유(사실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마 최소 반년은 월급이 없을 텐데 괜찮겠지? 복리후생은 하루에 한 번 내려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내가 해먹는) 집밥. 그게 전부입니다. 다행이 아직은 이렇다 할 불만은 없어 보입니다. 매출 많이 나오면 그동안의 고생을 전부 보상해주리라.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자 가장 현실적인 비전입니다. 


군번 꼬여서 중대 왕고도 고작 2주 밖에 잡아 보지 못하고 사회 나와서 퇴사도 6번이나 하는 등 꼬일대로 꼬였던 그에게 미안하지만 마지막 한번만 더 꼬여 달라고 말해보는 중입니다.



피고용인으로서의 나

'인생 마지막 모험이다! 이번에는 실패 할 수 없다.'


7번째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직원이 아무도 없는 회사이다 보니 모든걸 제가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빨리 돈 모와서 집도 장만하고 차도 사고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아직 피터팬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걸까요.)


다행이도 이전 회사들과는 달리 저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가 있는 곳입니다. 이커머스 운영에서부터 페이지 디자인, 컨텐츠 제작 등 좋아했고 그런데로 자신감 있는 일들을 상사 눈치를 보고나 결재 받는 일 없이 해 볼 수 있습니다. 억눌려 있던 에너지를 발산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건 항상 면접 때 '급여의 3배 이상 매출을 만들겠습니다. 못 만들 경우 해고하셔도 좋습니다.'라고 패기 좋게 말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곳 대표님은 내심 3배도 적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마 10배즘은 바라는 것 같네요. (그래 뭐... 까짓것 해보자.) 


저의 목표는 이번 회사는 퇴사 없이 마지막까지 다니는 것 입니다. 이곳에서 매출을 키우고 제가 온전히 주도 할 수 있는 팀도 만들어 보고, 불티나게 팔리는 상품도 런칭 시켜보고.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하면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내 책임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생활이 아닌 창업이라는 길로 뛰어든 만큼 모든 리스크는 제가 감당해야 합니다. 당연히 성공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지만 실패 할 가능성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만들고 나니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속감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 규모에 상관 없이 어딘가 소속 되어 있을 때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자연인 김형민이 아니라 '(주)휴프로젝트'라는 법인에 소속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무직'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브런치 작가라는 또 다른 명함이!) 


이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회사 생활을 할 때 보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하고 영혼의 120%까지 갈아 넣어야 합니다. 분명 평탄한 길을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나를 고용했다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장착 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손절하지 않는 이상 그 관계는 평생 지속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제는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습니다. 


(사진출처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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