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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의 미학

천재성은 자신의 소리를 듣는 능력

글 쓰는 이유

by 나모다


영국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다. 영국에 널려있는 무료 박물관은 필수 코스이다. 이토록 많은 작품이 방문하는 도시들 대부분의 지역 박물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고, 대부분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이 나라가 자부심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관련 배경지식이 부족한 데다, 시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찬 설명을 해당분야의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로부터 들으니, 오히려 개인적으로 갤러리를 더 자주 방문하고 싶은 동기가 생겼다.


KakaoTalk_20251110_105717443_1.jpg 멘체스터의 마돈나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작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멘체스터의 마돈나 (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 John and Angels)는 미켈란젤로가 남긴 몇 안 되는 패널회화 (목판에 그린 그림)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림 왼쪽의 천사들은 윤곽선만 드려진 미완성 작품이다. 도슨트는 이 작품에 스케치의 흔적이 없는 것이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여러 책에서 인용된 미켈란젤로의 말이 생각났다.


“모든 돌덩어리 속에는 이미 조각상이 들어 있으며, 조각가의 임무는 그 불필요한 바깥 부분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The sculptor is he who, by the aid of the line of his intelligence, can make the marble take the form of that which he wishes to come out of it.. Every block of stone has a statue inside it and it is the task of the sculptor to discover it. ) 이 말은 미켈란젤로의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비토리아 콜론나 (Vittoria Colonna)를 위해 쓴 시 Sonnet 151에 근거한다.


최고의 예술가라 할지라도, 그 개념을 담고 있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란 없나니, 다만 과도한 부분을 제거하고 그 형상에 도달하는 것은 지성(마음)에 복종하는 손뿐이니라. 나는 대리석 안에 천사를 보았고, 그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조각했다. (Sonnet 151. 미켈란젤로)


나는 미켈란젤로의 이 말이 우리 모든 사람에게도 과연 적용될까 하는 질문을 한다.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하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은 미국의 작가 랄프 왈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다. 그는 대표작 <자기 신뢰>에서 이렇게 말했다.


To believe your own thought, to believe that what is true for you in your private heart is true for all men, that is genius. A man should learn to detect and watch that gleam of light that flashes across his mind from within, more than the luster of the firmament of bards and sages. Yet he dismisses without notice his thought, because it is his.In every work of genius we recognize our own rejected thought; they come back to us with a certain alienated majesty. Great works of art have no more affecting lesson for us than this. They teach us to abide by our spontaneous impression with good-humored inflexibility then most when the whole cry of voices is on the other side. Else tomorrow a stranger will say with masterly good sense precisely what we have thought and felt all the time, and we shall be forced to take with shame our own opinion from another.


당신의 생각을 믿는 것, 당신의 사적인 마음속에서 진실인 것이 모든 사람에게도 진실이라고 믿는 것, 그것이 곧 천재성이다. 사람은 시인이나 현인들의 빛나는 별자리보다도, 자기 내부에서 마음을 가로질러 번쩍이는 그 섬광을 감지하고 주시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그 생각이 자기 것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무시하고 흘려보낸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모든 목소리가 반대편에 있을 때조차도, 유쾌한 고집으로 우리의 자발적인 인상을 고수하도록 가르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어떤 낯선 사람이 우리가 내내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정확히 대가의 훌륭한 분별력으로 말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서 수치심을 느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Gemini 번역 ) <자기 신뢰, 에머슨>


미켈란젤로야 세계적인 천재적 조각가라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일이 아닐까? 천재성의 사전적 의미는 “ 남보다 훨씬 뛰어난 천부적인 재주 “이고 옥스퍼드 사전에는 “unsually great intelligence, skill or artistic ability “라고 되어 있다. 지성, 능력, 예술적 능력이 특별나게 뛰어난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천부적인 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내재한 독창성 말이다.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요즘 시대에 천재성이라는 말은 흔히 뛰어난 것에 더 초점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미 가지고 있는 개별성, 특수성으로 본다면, 천재성은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단 차이점은 그 천재성을 찾아내느냐 자기 목소리를 듣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예술작품에서 받은 천재성의 영감이 지금 나의 자리에서 어떻게 영향을 줄까?


자주 흔들린다. 자주 사람들의 소리에 영향을 받고 따라가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런 울림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시 질문하며 멈추게 한다. 나는 오늘도 질문을 안고 길을 걷는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내 안의 우물을 길어내는 지난한 과정으로, 오랫동안 타인의 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던 진짜 나의 소리를 듣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써야 한다. 나의 소리에 같은 울림으로 당신의 악기의 현이 진동하고 있다면 악수를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글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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