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못했다. 당초에 홍콩에 관한 에세이 형식의 여행 정보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한국에 오니 홍콩에 관한 정보도, 쓸 이야기도 없어졌다. 게다가 강원도로 발령이 나서 귀국하자마자 춘천으로 일터를 옮겨 새로운 일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니 적응도 해야 했고 주말에는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가족과 산에도 가고, 맛집도 찾아가고, 영화도 봐야 하니 시간이 없었다.
결국 또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구나, 나는 왜 끝까지 못할까 자책을 하지만 할 수 없지 싶다. 그래도 이 브런치의 마무리는 해야지 싶어 홍콩을 떠나기 전 마지막에 쓴 글을 실어본다.
제목: 굿바이 홍콩
하룻밤 자고 나면 한국에 돌아간다.
작년 8월22일에 도착했으니 10개월 가량 홍콩에서 지냈다.
사실 홍콩에 오는 첫 날 부터 한국에 돌아가는 날만 상상하며 손 꼽아 기다렸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 생각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아까웠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업무가 빨리 종료되어 급작스럽게 돌아가기로 결정되자 남은 홍콩에서의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게 마지막 딤섬이구나', '점심 식사후 먹는 마지막 커피구나', '이 거리는 다시 올 일은 없겠지' 그러며 지내다 보니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문 밖을 나오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언제 다시 또 만나자 하며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헤어졌지만 그들도, 나도 다시 보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간 홍콩 직원들 배려 덕분에 편하게 홍콩생활에 잘 적응하여 지낼수 있었다. 깊은 교류를 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하루가 지나도 뒤숭숭한 마음은 뭐라 정의할 수 없었다. 아쉬것도, 섭섭한것도 아니고 뭔가 더 복잡한 감정인데 왜 이럴까 당혹스러웠다.
마지막 날 밤이 되어서야 이유를 찾았다. '내 평생 다시는 홍콩에 올 일은 없겠구나, 내 눈 앞의 모든 것들은 기억으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더이상 홍콩에서 회사일은 없을테고, 굳이 10개월이나 살았던 홍콩으로 해외여행을 오지 않을테니 말이다. 마지막이라니까 사소한 것 까지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된다.
나이가 들 수록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힘들어 진다.
그렇게 홍콩생활이 끝나 뒤돌아 보니 이번 장기체류로 변화한 것이 있다.
'혼자 지내는 법'이다.
홍콩에 10개월간 있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혼자 지내 본 적이 없는 나는 처음에 그 시간들을 소비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한국에서 가져 온 책을 읽고, 수영을 하고, 무작정 거리를 걷고, 산에 올라가고, 관광지에 가고, 박물관에 가고, 경극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맛집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음식을 시키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실수할까봐 불안했지만 점차 익숙해져 갔다. 혼자서 새로운 장소 찾고, 색다른 경험을 하며 지냈다. 이제는 누구랑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혼자가 편할 정도다. 스스로 대견하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낯선 곳에 가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랑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홍콩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지냈던 것 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길, 다가오는 시간을 씩씩하게 한발 한발 걸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