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우연한 의지와 선택의 연속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모험의 기록
한 겨울의 어느 날, 창가에 앉아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생의 모험이란, 때로 예측 불허의 우연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제 저의 30대와 40대를 장식한 결혼과 육아라는 그 모험의 기록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인생의 우연한 흐름: 결혼과 가족의 확장
되돌아 생각해 보니 20대의 저는 비혼주의자였습니다. 저보다 9살이나 어린 막내 남동생의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어린 시절을 지나, 사춘기에 이르러 천방지축으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가까이하면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끼는 책이나 물건들을 학교 다녀온 사이 모조리 찢고 망가뜨리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던 꿈을 가진 저는 혼자 서울의 오피스텔에 살며, 커리어우먼으로 금전적 여유를 누리며 책임질 가족 없이 혼자 여유롭고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아이를 키우는 일과 집안일 따위는 커리어우먼의 사전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번 돈으로 자유롭게 혼자 여행하며 세계를 누비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의 흐름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장녀로 태어난 저를 낳아준 엄마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0년 무렵, 집안의 첫째가 결혼을 안 하면 4남매 모두 결혼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모양입니다.
결혼에 아무 관심이 없던 30대 중반의 첫째 딸을 결혼시키기 위해 1년간 매달 1번 이상의 소개팅을 주선했습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편히 쉬고 싶은 결혼적령기를 지나가는 딸은 친구에게도 부탁하지 않던 소개팅을 매달 물어오는 엄마의 약속이 마냥 귀찮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혼을 할 때까지 소개하겠다는 엄마의 말에 이끌려 드디어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은 저를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때로는 좋은 순간도 있고 때때로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저는 그 모든 것을 결혼한 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큰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우연한 만남: 딸과 아들의 출생
결혼을 생각했다면 그다음으로 저는 2세의 출산과 육아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신혼 때 남편에게 2세 계획을 물었습니다. 남편은 예쁜 딸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왕 결혼을 결심했다면 아이는 2명 정도 낳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랜덤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결혼 후 2년을 기다려 힘들게 만난 첫째를 키울 때에는 사실 아들을 먼저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신혼 때부터 지방출장이 잦아 한 달의 반 이상 집을 비우던 남편을 대신해, 남편과 닮은 아들 얼굴을 보며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명은 딸로 저를 인도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귀여운 딸을 첫째로 만나 딸을 먼저 키운 일은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첫째가 말을 시작하며 5살 무렵에는 동생을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온 가족이 둘째를 기다릴 때는 소식이 없더니 잊을 만할 무렵, 어느 순간 나타난 둘째는 듬직한 늦둥이 아들의 모습으로 저희 가족을 반겨주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한 두 아이의 출생은 결국 신혼 때 바랐던 제 소원을 이루어주었고, 남매를 키우며 아이 둘과 함께하는 삶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멋진 모험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늦둥이 둘째와의 우연한 만남
첫째를 키우며 둘째를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마음을 접었을 때, 어느 순간 '우리 가족은 외동딸 하나로 만족해야 하나 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우리에겐 외동이라는 운명이 있나 봐'라는 생각이 깊어질 무렵 한 줄기 빛이 떠오르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비혼주의자였던 저를 결혼으로 이끈 엄마의 칠순 생신기념으로 2019년 5월, 싱가포르를 향해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습니다. 여전히 지방출장이 잦았던 남편은 친정가족 여행을 위해 힘들게 시간을 내었고, 오랜만에 우리 가족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선택은 곧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늦둥이 둘째를 선물로 돌려주었습니다. 우리 엄마에게는 네 번째 손주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째와 둘째, 그리고 남매라는 그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저는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삶의 우연한 연속: 각자의 모험
삶은 우연함의 연속입니다. 일상에도 우연은 녹아있지만 육아를 할 때 더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각자가 마주하는 우연과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모험들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갑니다.
첫째 딸이 마흔 살이 되기 전에 결혼시켜야겠다는 저희 엄마의 의지, 우연히 나타난 남편, 결혼을 선택한 저의 의지, 우연히 태어난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들로 인해 펼쳐지는 모험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갑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우연함과 예측 불허의 연속이었지만, 저는 각각의 순간을 큰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로 인해 알게 된 교육현실을 비롯해 경단녀의 어려웠던 취업활동, 그리고 맞벌이 가정의 고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 간의 행복한 삶이 제 인생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습니다.
모든 우연한 선택이 서로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과 경험의 챕터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저 또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모험의 기록을 끊임없이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우리 모두는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우연한 순간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선택하고, 선한 의지로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