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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가난뱅이 Dec 19. 2021

쉼,

2021년 4월 17일

은퇴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쉰다는 느낌이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

이불에서 뒹굴거리다

아침을 먹고

레이를 무릎에 재우며 책을 보거나

오래전 티브이 드라마를 본다.

공기가 맑은 날은 산에 간다.


12시쯤 점심을 해 먹고

다시 레이를 무릎에 재우다가

샤워를 하고

그는 한의원에 가거나

같이 산책을 한다.

가끔은 요가를 한다.


저녁엔 종종 500미리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철 지난 예능을 보다가 안주 겸 저녁을 먹는다.


레이랑 한 판 놀아주고

잠시 다시 독서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다가

10시 전에 잘 준비를 한다.


매일 10시간 정도를 자고

세끼를 먹고

가벼운 책을 보고

레이를 재우고

(이 녀석이 우리 은퇴 후엔 혼자 자지를 않는다. 꼭 우리 중 한 명이 안락의자에 앉아 무릎에 재워줘야 잔다. 그렇게 안 하면 계속 칭얼거리며 쫓아다닌다)

레이랑 놀고


3월 한 달을 이렇게 보내고

4월도 이렇게 보내고 있다.


뭔가 특별히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여전히 약간은 죄책감도 느껴지지만

(도대체 왜 죄책감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년보다는 훨씬 느긋해졌다.


은퇴 후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하루가 아까웠고

한 시간이 금쪽같았다.

쫓기는 기분이었다.


즐겁게 1년을 보냈다.

코로나로 여행길은 막혔지만

덕분에 일상의 평온함을 누렸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일에

배우자의 죽음과 결혼이 같이 들어 있다.


몸은

즐거워도, 슬퍼도, 기뻐도, 화가 나도

강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은퇴 후 계획대로

파리. 발리. 바르셀로나 등에서 살고 여행했다면

행복하기는 했겠지만 몸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년

놀며 쉬며 즐거웠지만

새벽시간, 그림 그리는 시간 등은 몸에 무리가 있었을 수 있다.


요즘 몸 상태를 보면

많이 잔 날은 두드러기가 적다.


지난 20년 간 쌓인 스트레스는

컵을 넘쳐흐르는 중이었고

은퇴 후 넘쳐흐르는 양이 줄어드는 중인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내 머리와 마음을 충족시키긴 했지만 몸에는 계속 무리가 있었나 보다.

간신히 넘치는 물의 양을 줄여 놓았는데 다시 넘치는 양을 늘렸나 보다.


3월과 4월은 몸을 쉬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마음을 충족시키기 급했던 1년이 지났으니

마음은 조금 뒤로 미루고 몸을 충족시켜 보자.


조급함을 내려놓고

1-2년 놀고 말 것도 아니니

자고 싶은 것보다 조금 더 자기로 하자.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내려놓고

어쩌다 산에 가고 산책을 하자.


10시간쯤 자는 거 말고

꼭 해야 할 일은 없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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