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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기 Oct 11. 2018

베를린 코워킹 스페이스에 다녀왔다.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직장인의 개념이 퇴색되고 있다. 일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취업을 하지 않고 창업의 길로 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올 2월, 베를린에 다녀왔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베를린은 전 세계 젊은이에게 힙한 도시이자 매력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트렌디한 도시'가 베를린의 장점이다. 서유럽권에서 상대적으로 물가는 저렴하다. 젊은 창업가, 디자이너, 저널리스트, 개발자, 예술가들이 많다.


어느 순간, 실력 있는 젊은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에너지가 궁금했다. 2009년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에 5층 규모의 베타 하우스(betahaus)가 오픈하면서 베를린 이곳저곳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 brotundkase - betahaus


아쉽게도, 나는 베타 하우스를 못 갔다. 가는 날에 이벤트가 많아서 하필 투어를 할 수 없는 날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른 곳으로 갔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문화 자체가 궁금했기 때문에, 베타 하우스가 아니어도 됐다.


© 2018 ERGO Group AG:  Imprint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팩토리 베를린에 갔다. 사람들이 출근하듯 들어간다. 로비가 보인다. 남자 직원이 나의 신상을 묻는다. 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잔혹했다. 멤버가 아니면 내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리스트에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마인드 스페이스로 갔다. 다행히 허락해줬다. 데스크 직원에게 여권과 명함을 건넸다. 15분 정도 대기했나? 말끔하게 차려입은 직원이 내려온다.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반갑게 맞이한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빠르게 올라가는 만큼 내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놀랐다. 스타트업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대일로 친절하게 설명을 들었다. 그나마 친근한 영어라서 다행이다. 사실, 부담스러울 만큼 너무 친절해서 화답했다. "내 보스가 엄청 좋아할 거야! 여기 꼭 오자고 할게."라고 했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그래야 그 친구가 덜 허무할테니까.


어디서 많이 보던 회사가 보였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놀러 나갔는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자가 정리 안 된 것 보니, 급하게 나간 것 같다.


매 순간, 호흡마다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열정이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남자 세 명이 모여 팔짱을 낀 채 피 튀기듯 회의하는 모습이다. (차마 사진은 못 찍었다) 두 눈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강해 보였다. 목소리는 안 들렸지만, 눈빛에서 느꼈다.




각 분야의 전문가나 프리랜서들이 서로 코워킹하는 공간이 한국에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


사실, 한국에도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위워크가 강남에 진출했고, 성수동에는 패스트 파이브가 있다.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과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등 대기업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마인드 스페이스 갈 땐 운 좋게 당일 등록해서 투어를 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들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베타 하우스를 못 간 게 너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꿈이 생겼다. 나중에 IT기업에 적합한 커뮤니티형 개방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5층 건물에 1층에는 카페, 2층과 3층에 코워킹 스페이스로 만들고, 4층 5층은 사무실로 꾸미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공기처럼 유유히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 많아지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것 같다. 가능성 있는 곳에 투자도 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기회의 창구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직장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직업 특성마다 다르겠지만, 일 하는 것이 무조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공간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베를린 이제는 가난한 도시가 아니라 매력적인 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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