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자이자 워렌 버핏의 친구 찰리 멍거는 일어났을 때 보다 조금 더 똑똑해져서 잠들라고 했다. 그러면서 똑똑해지는 방법은 읽고 생각하는 것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너무 쉽네? 읽고 생각만 하면 된다니.
그럴 리가. 어렵다. 겁나게 어렵다.
내가 조금이라도 똑똑해지려는 걸 방해하는 세력이 너무 많다. 그들은 시간을 앗아가는 방식으로 방해 공작을 펼친다
가장 강력한 방해 공작을 펼치는 건 역시나 유튜브. 유튜브는 똑똑해지는 걸 방해한다. 분명하다. 왜냐하면 내가 좀 전까지 두 시간 동안 유튜브를 봤는데 뭘 봤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거든. 들린다 들려. 유튜브를 옹호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들은 말한다. 유튜브야말로 지식의 바다이자 새로운 학교라고. 유튜브를 시간 때우기용 오락 채널로 취급하는 건 낡아빠진 생각이라고.(근데 열 올리며 유튜브를 커버 치는 사람일수록 시간 때우기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뭐 맞는 말이긴 하다. 뭔가를 독학으로 배우기에 유튜브만 한 게 없다. 나 역시 유튜브로 양질의 정보와 인사이트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럼에도 유튜브가 똑똑해지는 걸 방해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미디어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는 동안 생각의 끈이 자꾸 끊어진다. 정보를 씹어 삼켜 소화시킬 짬이 없으니 정보가 지식이 되지 않는다. 지식 관련 유튜브로 시작했다가 결국 딩고 라이브로 끝나는 경험 나만 해?
현존하는 최강의 타임 킬러는 틱톡,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 나는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유튜브 하단 메뉴바를 잘못 눌러 ‘shorts’에 빠져 버릴 때가 있다. 그러고는 30~40분을 홀라당 날려버린다. 지금까지 이렇게 쉽고 빠르게 시간을 지워버리는 존재가 있었나. 괜히 마약에 비교하는 게 아니다.
OTT도 적이다.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를 정주행 하려면 보통 5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영화는 2시간 이상. 어찌나 멋진 작품들인지 안 보기가 쉽지 않다. 안 보고 넘어갈라 치면 주변에서 왜 안 보냐고 성화다. 그나마 넷플릭스 접속해서 뭐라도 한 편 보면 다행이다. 최악은 뭐 볼까 고르다가 영화 한 편 볼 시간을 날리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바로 나.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비즈니스 천재들이 만든 천재적인 서비스들아. 니들은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면서 왜 우리가 똑똑해지는 건 막지 못해 안달이냐.
자문자답하자면, 고객이 멍청할수록 수익이 느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사용시간 철저히 관리하고, 개인정보 까다롭게 관리하고, 광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취할 것만 취하는 고객을 어떤 서비스가 좋아하겠어. 그건 마치 카지노에서 절대 잃지 않고 따면 바로 자리를 뜨는 도박사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것과 같은 거다.
아무튼 그래서 똑똑해짐을 방해하는 것들을 물리칠 방법은 없는가. 애석하지만 없다. 이미 우리는 그것들 없이 살 수 없다. 비만을 유발한다고 아이스크림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매일매일 긴장하며 비판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자기 통제력을 기르는 것이다. 모든 것이 편해지고 살기 좋아질수록 자기를 채찍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암튼 자기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오늘은 유튜브 30분만 보고 책 읽고 잘래’ 이 간단한 선언을 우리는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못 지켰다. 어제도.
내일은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