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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K Feb 24. 2023

편두통에서 살아 돌아와

지난 이틀간 편두통과 싸웠다. 늘 그렇듯 예고 없이 찾아와 소중한 내 일상을 망쳐놨다. 특히 어제는 쿵쾅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출근을 했는데 점심때쯤 반차 쓸까 말까 엄청 고민되더라고. 하지만 빠지기 애매한 미팅들이 있어서 참아보기로 했다.

그래, 링컨을 생각하자. 반 고흐도 카이사르도 편두통을 달고 살면서 큰일을 해냈는데 이깟 미팅 몇 개 하는 게 머 어렵다고. 결국 정신 부여잡고 어찌어찌 하루 일정을 끝냈다. 심지어 저녁 미용실 예약도 취소 안했다. 가는 곳마다 안색이 왜 그러냐, 괜찮냐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나의 투지에 편두통도 감동했는지 예상(72시간)보다 일찍(56시간) 편두통이 물러갔다.

6시 기상. 몸 풀고 스픽 45분. 7분 운동은 패스. 세계 경제를 한번 훑고 업무 준비 시작. ​


꿈에서 시체를 봤다. 어떤 도시에 사람들이 가득 찰 정도로 큰 축제가 열렸는데 뒷골목에 사람들을 도살하는 듯한 장소가 있었다. 그곳에서 피부가 벗겨진 참혹한 시체가 어딘가로 날라지고 있었다. 약간 놀라긴 했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나는 사람들 꿈 해몽을 꽤 잘 해주는 편이다. 마구잡이 꿈 해몽이 아니라 프로이트식 접근으로 해준다. 꿈은 무의식으로 밀려난 욕망과 절망, 기대와 공포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희한한 상징으로 발현되는 것이기에, 꿈꾼 사람의 현재 상황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꿈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왜 그런 꿈을 꿨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내 꿈은 해석을 잘 못한다. 이론 상 자기 꿈 해석이 가장 쉬워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는 건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려나. 아무튼 희한해. 그 징그러운 시체들은 다 뭐냐고.

아, 축제 인파 속에서 한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났다. 반갑더라고. 밥이나 먹자고 해야지. 친구가 꿈에 나오면 꼭 연락한다.

오늘은 4시에 퇴근해서 라임이 데리고 째깍섬에 갈 예정. 라임이 또 엄청 신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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