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 기상. 넷플릭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에서 배운 요가 동작 몇 가지로 몸을 푼 뒤, 커피 한 잔 마시며 스픽 30분, 7분 운동, 샤워까지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0분. 아무래도 부족해. 여유 있게 아침 시간을 보내려면 1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야 할 듯.
요 며칠 몸이 무겁다 했더니 우리 집에 바이러스가 침입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 가장 면역력이 약한 라임이는(난 줄 알았는데) 기침과 미열 증상으로 어린이집 조퇴. 란님도 며칠 전부터 몸이 무거웠었는데 늘 그렇듯 자연치료로 극복. 나는 아직 좀 찌뿌둥.
몸도 몸이지만 내 후각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아산병원 진료받는 날. 주치의에게 코폴립(물혹) 제거 수술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맙소사 가장 빠른 수술 일은 9월 13일. 무려 6개월 뒤. 이 지긋지긋한 무향무맛의 세계에서 벗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반 년을 더 참으라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데에!!! 귓불이 뜨거워질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생각 같아선 울고 불며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이 신속하게 정신과 예약을 잡아줄 거고 그럼 수술 일정이 더 미뤄질 것이기에 가까스로 이성의 끝을 붙잡았다.
그때 든 생각은 지난번 의사 샘이 제안했던, 효과 직방이라던 100만 원짜리 신약 주사. 정확히는 70만 원이고 보험 안되고 매달 맞아야 한다던 그 주사가 눈앞에 자꾸 아른거린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이런 걸까. 이건 금실로 짠 지푸라기지만.
보험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이러저러한 사연을 가진 주사가 있는데 보험금 청구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병원을 나서는데 기분이 많이 울적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란님에게 전화해 비보를 알리며 비비큐 황금올리브를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다. 비비큐 황금올리브는 수술하고 후각이 열리면 제일 먼저 먹고 싶었던 음식이다.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치킨이 도착했다. 상자가 열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황금빛 치킨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지금 온 집안은 치킨 냄새로 가득하겠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닭다리를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배가 부를수록 기분은 더 울적해졌다.
이 와중에 구독하던 뉴스레터 중 한 곳에서 이런 글을 보냈다.
하.. 그렇구나. 후각만 잃은 줄 알았는데, 감정도 잃고 끝내 기억마저 잃는 건가. 먼 훗날 언젠가 2023년을 떠올리면 나는 과연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쓰읍 후…
일단 여기까지.
비관은 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는 후각 상실한 거 티 내지 않고 정상인처럼 살기로 한다.
아님 뭐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