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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K May 01. 2023

다이브 레코드와 스케이트보드 스툴

어제는 을지로에 갔다 왔다. 목적지는 다이브  레코드. 레코드 샵이지만 레코드를 사러 간 것은 아니고 스케이트보드 스툴을 사러 갔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물건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파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맘만 먹으면 중동 국가가 숨겨 놓은 핵무기 시설도 찾을 수 있는 게 인터넷 아닌가. 결국 끈질긴 노가다 탐색 전략으로 판매처를 알아냈고, 그곳이 을지로에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가게 된 것이다.


하악 찾았다 요놈


​실물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스케이트보드 스툴이 아니었다. 이것은 뭐랄까 일종의 가구이자 예술 작품이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더 확신이 섰다. 비트라 체어 같은 포스가 있다고 하니 실제로 모든 부품을 독일에서 수입하신다고. 하아…  이건 내가 가져가야 하는 물건이구나.


당장 차에 타


​다이브 레코드 대표님은 한량 느낌을 풍기는 분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대단했다. 한량은 커녕,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특히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어서는 내 생각과도 백프로 일치했다.


​문화라는 게 뿌리 깊은 나무처럼 천천히 자라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그 자체로 상징이 되어 길이 길이 보존되어야 하는 건데,  요즘은 무슨 소모품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걸 안타깝게 여기며 두 늙은이 비주류의 대화는 마무리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깊은 고민을 하며 충무 김밥을 사러 갔다. 종로 근방을 가면 반드시 충무 김밥을 사가지고 가야 한다. 이것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란님의 룰.



​란님은 충무 김밥을 맛있게 먹었고 라임이는 새로 산 예술품을 자기 의자로 찜했다. 모두가 만족했다.



​​다이브 레코드.

종종 음악 들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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