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이라는 내 나이를 떠올리며
'이제 삶의 절반 정도 살았다고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내 죽음의 모습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음 달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된다.
아버지는 말로 못할 고통으로 많이 힘들어했었다.
자신의 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지를 잃어가는 스스로를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나는 혼자 가끔 생각한다.
그 병을 혹시 내가 물려받았다면
그 병이 아니더라도 어떤 중병으로 인해 내게 남은 날들을
인지를 잃은 채 내가 내가 아니게 된 상태로 보내다 떠나게 된다면
나는 존엄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는 존엄사를 희망해 왔지만
그럴 여건이 과연 허락될지,
천운이 따라줘야 진행가능 한 일이기에
여기다 생일 소원을 조그맣게 적어본다.
'사는 건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 떠날 때 평안하게 떠날 수 있게 해 달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