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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사람

HBD 2025

by 이슬금
얼마 전 본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의 한 장면.




40대 중반이라는 내 나이를 떠올리며

'이제 삶의 절반 정도 살았다고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내 죽음의 모습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음 달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된다.


아버지는 말로 못할 고통으로 많이 힘들어했었다.

자신의 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지를 잃어가는 스스로를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나는 혼자 가끔 생각한다.

그 병을 혹시 내가 물려받았다면

그 병이 아니더라도 어떤 중병으로 인해 내게 남은 날들을

인지를 잃은 채 내가 내가 아니게 된 상태로 보내다 떠나게 된다면

나는 존엄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는 존엄사를 희망해 왔지만

그럴 여건이 과연 허락될지,

천운이 따라줘야 진행가능 한 일이기에

여기다 생일 소원을 조그맣게 적어본다.


'사는 건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 떠날 때 평안하게 떠날 수 있게 해 달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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