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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an 04. 2024

삿포로 첫날밤: 학연? 혈연? '출발 지연'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1)

4박 5일 중 '1일 차 오후' - 26.12.2023


 <차례>

- 인천국제공항 (출발)

- 신치토세 공항

- 삿포로역

- 크로스호텔 삿포로 (숙소)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올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활동적이지 않은 두 부모님과 가까스로 평균 체력을 넘는 두 20대 남매가 다녀온 삿포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 이 일정이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마음껏 자기 취향대로 코스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삿포로는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뜯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삿포로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부디 가족의 체력과 여행 성향을 고려해 무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게이트 변경 두 번과 연착 두 번을 버텨 내고 힘겹게 출발
최애 영화 '덩케르크'가 있어서 난생 처음 비행기에서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비행기는 착륙했다.


인천국제공항



정보: 대한항공 항공기가 3시간이나 지연된다면


오전 10시 출발이었던 우리 비행기(대한항공)는 지연 두 번, 게이트 변경 2회를 포함해 총 3시간 가까이 연착됐다. 10시 5분 출발 예정이었던 항공기는 12시 40분에 탑승을 시작했고, 결국 13시 12분에 출발했다. 첫 번째 지연됐을 때는 공항 식당 및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2만 원 상당의 식사 쿠폰을 나눠줬다. 두 번째 지연 후 한 시가 거의 다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자 카톡으로 대한항공 5만 원 전자우대할인권이 날아왔다. 이는 기상악화가 아닌 기체 변경으로 인한 출발 지연에 대한 보상이었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기내식은 고기 스튜(?)와 웨지 감자. 대나무로 된 커틀러리가 인상적이었다.




정신없는 감상


교토에 이어서 가족끼리 떠나는 두 번째 해외 자유여행. 이번 목적지는 홋카이도 '삿포로'다. 새하얀 눈꽃의 도시 삿포로. 비에이, 후라노, 노보리베츠, 하코다테, 아바시리 등 풍부한 자연과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홋카이도지만 빡빡하고 이동량이 많은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부모님을 고려해 이번 여행은 삿포로&오타루만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4박 5일 동안 이 두 도시만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9월 여행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9월엔 네 가족이 캐리어 세 개만으로 충분했는데 이번에는 작은 캐리어 하나가 늘었고 옷차림도 무거워졌다. 최대한 가벼운 패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거워져서 그런지 한층 더 정신없는 출발이었다.


정신없는 나를 더 기운 빠지게 한 건 두 번의 출발 지연. 다행히 기상 악화가 아니라 항공기 교체가 원인이라 출발조차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대한항공의 일처리였다. 항공기가 바뀌면서 승객 일부의 좌석이 변경되었는데, 두 번의 지연으로 두 시간가량의 여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구에서 직원들에게 바뀐 자리를 확인하고 탑승해야 했다. E티켓에 바뀐 좌석을 업데이트해 주면 좋았으련만.


우리야 첫째 날 별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일정이 많았거나 비즈니스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닐 것 같았다. 실제로 한 아주머니가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 욕설을 섞을 정도로. 우리도 많이 지치고 화가 났지만 내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화를 내서 무엇하겠는가. 그래도 5만 원 할인권이 보상이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현금으로 주지. 하긴, 마일리지로 주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겠다.



'어서'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설레는 시작이었다
삿포로의 첫인상은 '눈'이 아니라 '얼음'의 도시였다


신치토세 공항 (CTS)


정보: 신치토세 공항의 일처리는 악명보다는 그렇게 느리지 않았다


신치토세 공항의 느린 일처리는 출발 전부터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느리지는 않았다. 9월 초 준성수기의 간사이 공항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빠른 수준이었다.


공항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엘리베이터도 공간이 좁으니 시간이 없다면 그냥 계단으로 이동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삿포로 시내 길거리와 <아카렌가 테라스>


삿포로역


정보: 일본 다른 지역의 교통카드도 사용 가능 / 굳이 지정석 표를 살 필요는 없다


일본은 권역별로 발급하는 IC교통카드의 종류가 다르다. 그래서 일본 여행 카페에서는 '삿포로에서 이코카 카드 쓸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역까지 교통카드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JR홋카이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면, 홋카이도에서 발급하는 '키타카(Kitaka)'를 포함해 총 10종의 카드가 사용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간사이의 '이코카'와 후쿠오카의 '하야카켄'을 사용했다. 또한 '삿포로-오타루'도 IC카드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공항, 삿포로 시내, 오타루 이외의 다른 지역의 경우 IC카드 사용이 가능한 역을 따로 찾아볼 것을 권장한다.


만약 열차 티켓을 사야 하는 경우, 신치토세 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포트호'는 자유석과 지정석이 있는데, 공항에서 출발하는 열차였기 때문이 굳이 더 비싼 지정석 티켓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심스러운 감상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다섯 시. 한국에서는 초저녁이 되기도 전인 시간이지만 삿포로에는 이미 밤이 찾아왔다. 이 시기에 삿포로에는 기대한 만큼 많이 눈이 오진 않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던 서울과 비교했을 때 쌓인 양은 비슷한 정도였다. 새하얀 도시를 기대했던 엄마는 살짝 실망한 것 같았다. 출발 지연에 지치고 회색 도시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삿포로역 앞에서 셀카를 찍고 난 후, 우리 가족은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삿포로의 길거리는 생각보다 미끄러웠다. 눈을 치우지 않은 점포가 대부분이었고 염화칼슘도 뿌려져있지 않았다. (길거리 중간중간 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인도에도 열선을 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행 내내 다녔던 길의 60% 이상은 얼어 있었다. 열선이 깔린 길이라고 해도 살얼음이 껴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후문이었다
침대와 소파베드
세면대, 욕실, 변기가 구분되어 있다


크로스 호텔 삿포로


정보: 네 명이 한 방에서 자고 싶다면 이그제큐티브 쿼드러플룸을 추천


호텔 체크인은 키오스크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직원도 옆에서 영어로 도와줬고 한국어로 키오스크 언어 설정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일행 모두의 여권을 직접 스캔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린다.


네 명이 잘 수 있는 객실 '이그제큐티브 쿼드러플룸'. 슈퍼싱글 정도 사이즈의 침대 두 개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나머지 침대는 예약할 때 '소파' 혹은 '침대' 중에 '침대'로 설정하면 소파베드를 펼쳐서 세팅해 준다. 소파베드까지 펼치면 객실이 좀 좁아 보인다. 그래도 작은 소파나 테이블을 이용하면 충분히 캐리어를 펼칠 수 있다. 침대와 소파베드 사이에 테이블을 놓고도 양 옆으로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는 충분했다. 만약 네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자 한다면 앉은자리에서 테이블까지 거리가 애매하게 멀어서 불편할 것이다.


화장실 공간은 서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목욕 가운과 실내복(대욕장 갈 때 혹은 잠옷으로 활용)을 인원수대로 제공해 준다. 18층에 위치한 대욕장에는 수건이 없어 객실 수건을 꼭 챙겨 가야 한다.




피곤한 감상


지쳤다. 간단히 짐을 정리한 우리는 저녁 식사 전까지 말없이 휴식을 취했다. 저녁 메뉴는 홋카이도의 대표 음식 '징기스칸' 전문점을 7시 30분에 예약해 놨다. 너무 늦게 예약을 잡은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운이 좋게도 비행기 출발이 지연돼서 적당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설렘, 피곤함, 허기가 뒤섞인 잠깐의 휴식이 지난 후,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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