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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Oct 10. 2019

당신은 경제기사 읽는법을 몰랐을 뿐입니다.



작가님, 경제 신문을 몇 년째 보고 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요.


강연이 끝나고 이렇게 얘기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꾸준하게 경제 신문을 읽으면 무언가 인사이트를 얻고 제테크를 잘 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겠죠. 그런데 왜 이런 아무 일이 일어나는 않았던 걸까요?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여러분은 단지 경제 기사 읽는 법을 몰랐을 뿐입니다. 




저도 물론 처음부터 경제 기사를 적극적으로 찾아 술술 읽지는 못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야근이 잦았습니다. 신규사업팀은 항상 실적과 계획을 보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좋은 옆 부서는 매일 정시 퇴근인데 사수와 저, 그리고 우리 팀장님은 늘 새로운 내용으로 보고서를 채워나가야 했습니다. 그 당시 정시퇴근 하는 날이 꼭 생일날 같았습니다.

보고서는 보통 거시 경제 분석, 산업 동향, 경쟁사 분석, 그리고 자아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적 분석, 향후 계획 순입니다. 팀의 막내였던 저는 앞단의 거시 경제와 산업 동향을 담당했는데, 한 줄을 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경제에 대해선 무지 상태였죠. 인터넷을 뒤져 얻은 정보는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오후 6시면 사업부장석 비서분께서 늘 신문을 분리수거 휴지통 위에 쌓아놓고 퇴근 하셨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신문 중에서 경제 신문 2종을 챙겨와 매일 저녁마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저와 경제 신문의 첫 만남이었었습니다. 모르는 용어는 사전을 찾아가며 기사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다 읽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타이틀만 보면 중요한 문단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머리 속에 경제가 돌아가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나니 보고서 쓰는 시간을 줄어 들었습니다. 


저는 경제기사로 세상을 배웠습니다.


크 냄새와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신문을 넘길 때마다 상승하는 지적 충만감이 저를 사로 잡았나봅니다. 또, 읽은 신문의 양만큼 점점 제 안에 무언가가 축적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경제 신문은 월급과 자산, 투자는 무엇일까에 대한 제 질문을 친절히 답해주는 선생님이었거든요.      

‘비과세 저축이 다 사라져 가는구나. 저축만으로는 어렵겠는걸.’

‘금리가 오르니 주택담보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매물이 늘어나겠구나.’ 

‘환율이 오르니 수입 자재비용이 올라 물가가 올라가겠구나.’

‘사드 미사일 배치로 중국 관련 산업들이 어려워지겠구나.’     


이렇게 경제 기사를 읽으며 경제의 큰 물줄기의 흐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부분’을 보여주는 경제 기사를 읽고 경제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고의 그릇이 작은 간장종지에서 커다란 목욕탕 욕조만큼 커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느덧 생활 물가만 알던 평범한 직장인이 몇 백억, 몇 십조 단위의 나라 재정과 환율 변동까지 생각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경제기사는 어떻게 읽으면 되나요?


1단계: 텍스트 읽기 → 2단계: 의미 해석하기 → 3단계: 맥락 파악하기 → 4단계: 비판적 사고 → 5단계: 활용하기     


경제 기사는 문학작품과는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발생한 현상만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간에 숨겨진 뜻과 맥락까지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까지 순차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경제 기사를 읽을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어려운 용어 때문입니다. 낯선 용어 벽에 부딪히면 왠지 모를 자신의 무지함에 자책하며 괴로워합니다. 행여나 경제 용어 뜻을 찾았다 해도 기초 경제 지식이 없으면 기사 전체의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맥락을 이해 못하면 다음 단계인 비판적 사고하기와 적용하기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죠. 그래서 보통 3단계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경제 기사는 어렵고, 살기는 바쁘다는 이유로 포기합니다. 




만약 경제를 모르고 단발성 정보에 의존하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좋은 정보 없나요?, 저는 경제를 전혀 모르니 답을 주세요. 저는 잘 모르니 그냥 제 돈만 좀 불려주세요.” 같은 말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얻은 정보가 정답인지 오답인지 모르는 채 바로 투자로 뛰어듭니다. 이건 마치 눈감고 남이 만들어서 손에 쥐어준 대나무 총 하나만 가지고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성장의 시대에 재테크는 어렵고 막연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릅니다. 

그렇다면 경제 기사를 꾸준히 보며 세상을 배우고 내 돈을 스스로 지킬 힘을 길러야 합니다. 누군가는 “경제 기사 안 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라고 말할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여행을 위해 환전을 하고 은행적금에 가입할 겁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집을 구하고 또, 옮기게 될 겁니다. 자본주의의 세상에 경제와 경제와 담을 쌓는다는 건 산 속에서 혼자 ‘나는 자연인이다’의 삶을 사는 방법뿐입니다.           




경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경제 기사를 포기해버리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암기가 아닌 이해로 경제 지식을 쌓으시고 읽기 기술을 익히시면 경제 기사가 재밌어 집니다. 


준비가 됐다면 이제 시작해 봅시다. 여러분도 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의 한 부분입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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