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이야기

- 따뜻한 이야기 1 -

by 홀리아바

"해부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각자 해부학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는 해부학 실습용 시신을 떠올려 무섭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영화 속에서 보았던 해부실습실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릴 것이다. 40여 년 가까이 해부학을 교육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몇 년 전 해부실습이 시작하는 날, 학생들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시신을 닦고,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실습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흰색 포로 시신을 덮은 후에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은 모두 A4 종이에 "추도문"을 쓰기 시작했다. 추도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그냥 "각자 추도문을 알아서 써라"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열심히 추도문을 작성했다.


나는 그 후에 추도문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두 명의 교수와 함께 분석을 했다. 추도문 분석이라니! 추도문을 읽으면서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본다. 한없이 철없어 보이는 의예과 2학년들의 시신에 대한 생각들을 추도문을 통해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쓴 추도문에는 일반적인 추도문에서 보이는 요소들이 전혀 없다. 사망 사실이나 상실감의 표현, 고인의 행적이나 업적을 회고하는 것, 이별 고하기 등 일반적인 추도문에서 보이는 요소들이 보이질 않는다.


그들의 추도문에서는 감사인사가 늘 등장한다. 기증자 본인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기증하신 분께 존경의 표현을 한다. 때론 학생 자신을 소개하기도 하고, 해부실습의 중요성도 때론 언급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다짐을 고인에게 한다. 때론 미래의 의사로서의 자신을 언급하기도 한다. 또한, 이렇게 학생들이 쓴 추도문은 몇 가지 유형을 보인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쓰는 편지형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기형태나 선언문 형식으로 쓴 학생들도 있다. 더 나아가 문학적 글쓰기형태로 쓰는 학생도 있다.


이런 추도문 중에 유독 글귀가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당신이 남긴 고결한 마침표, 우리의 펜으로 잇겠습니다.

나는 학생들의 추도문을 읽으며, 그들의 글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차가운 실습대 위에 누워계신 기증자분들의 시신은 차갑지만, 그 몸을 해부할 학생들의 마음에서 따뜻함이 전해온다. 그저 실습대 위에 올려진 실습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주신 고마우신 분들이고 의대생이 되어 처음으로 마주하는 첫 환자이자 몸의 구조를 가르쳐줄 멘토이기도 하다는 것을 학생들이 글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분석결과를 연구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간추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