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의 열쇠가 ‘비타민D 수치’만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아침에 머리를 말리다 말고, 배수구 쪽으로 시선을 내린다.
물소리와 드라이어 바람이 겹치는 그 순간, 빠진 머리카락이 유난히 또렷해 보일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가도, 마음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그건 유난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계절이 바뀌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어느 날부터 빗질이 조심스러워졌나?
모낭은 작지만 아주 바쁘게 일하는 구조다.
성장기와 퇴행기, 휴지기를 평생 반복하며, 그 주기는 모낭 안 여러 세포들의 ‘소통’과 분자 신호에 기대어 돌아간다.
신호가 어긋나면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탈모가 얼굴을 내민다.
모낭은 작은 공장이고, 교대근무를 한다.
최근 연구는 그 신호 체계 중 하나로 비타민 D 수용체(VDR)를 다시 비춘다.
VDR은 피부와 모낭의 많은 세포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에 관여한다.
비타민 D가 뼈 건강으로만 불리던 시절을 지나, 지난 10년간의 연구는 ‘수용체’가 피부와 모발 생물학에서 훨씬 넓게 작동한다는 쪽으로 시야를 넓혀 왔다.
비타민 D가 아니라, 비타민 D 수용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이 중요성은 동물과 사람 연구에서 처음 또렷해졌다.
기능하는 VDR이 없는 생쥐는 처음엔 정상적으로 털이 자라지만, 첫 번째 모발 주기 이후 털을 잃고 다시 자라지 못했다.
VDR 기능을 손상시키는 희귀 유전 질환을 가진 사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됐고, 특히 비타민 D 수치가 정상이어도 탈모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수치만 채우면 끝”이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더 최근 연구들은 VDR이 모낭 어디에서 활발한지로 질문을 옮겼다.
VDR은 모낭의 바깥층, 모발 줄기를 만드는 세포들, 그리고 새 주기를 시작하게 하는 줄기세포 영역에서 특히 활발하다고 보고됐다.
또 VDR 활성은 모발 주기의 단계에 따라 달라져 성장기에는 증가하고, 퇴행기에는 양상이 바뀌는데, 이것이 모발 성장과 탈락의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VDR은 혼자 일하지도 않는다.
세포 성장, 회복, 면역 활성을 조절하는 경로 등 모발을 좌우하는 다른 신호 시스템들과 상호작용하며, 모낭이 언제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언제 휴지 상태로 들어갈지의 균형을 잡는 데 기여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장기적인 모발 유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임상 연구에서 이 그림은 몇 가지 흔한 탈모 질환으로 이어진다.
원형탈모증과 남성형(안드로겐성) 탈모에서는 탈모가 없는 사람들보다 두피 조직의 VDR 수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됐다.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낮게 관찰되는 경우도 흔하지만, 모낭 내 VDR 기능이 손상돼 있다면 결핍 교정만으로 모발 성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연구는 시사한다.
반면 휴지기 탈모처럼 일부 상태에서는 비타민 D 결핍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상 수치로 회복시키는 것이 회복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치료 연구도 그 흐름을 따라 달라지고 있다.
결핍이 확인되면 비타민 D 보충제가 흔히 사용되고, 비타민D 기반의 국소 치료는 일부 환자, 특히 원형탈모증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있다.
더 새로운 연구들은 개선된 국소 제형과, 모낭 안에서 수용체 활성 자체를 높이도록 설계된 실험적 치료처럼 VDR을 더 정밀하게 표적화하려는 방향을 탐색 중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고, 거울 앞에서 내 마음이 왜 복잡해졌는지 조금 이해했다.
탈모는 한 가지 스위치로 꺼지거나 켜지지 않고, ‘수치’와 ‘수용체’, ‘타이밍’과 ‘면역 균형’이 함께 얽힌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은, 내 검사 결과나 복용 중인 것들을 꺼내 “비타민 D가 지금 어디쯤인지”를 한 번 확인해 보는 일이다.
보충제나 치료를 새로 시작하거나 바꾸려는 마음이 든다면,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약사와 상의하며 내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