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코너 앞에서 한참 서 있던 날

영아기 비피도박테리아가 IgE 반응을 누르는 방식

by 전의혁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작은 신호에도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저녁 무렵 약국 조명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유 코너 앞에서 성분표를 다시 펼쳐 들고 손가락으로 줄을 따라가는 부모를 자주 본다.
장바구니 안엔 기저귀 한 팩과 작은 체온계가 같이 들어 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온 경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혹시 알레르기 생기면 어쩌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커질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잘해보려는 마음’ 때문에 그 앞에서 더 오래 서 있게 되나?


면역은 처음 만난 장내 세균에서부터 배운다.


덴마크 공과대학교(DTU)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영아가 특정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로 장이 집락화될 때, 알레르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장내 대사산물이 만들어진다고 보고했다.
그 결과 알레르기와 천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


20260202 _ 영아 장내세균, 알레르기·천식 위험 낮추는 열쇠 _ 2.png


알레르겐을 만나면 우리 몸은 음식 특이 면역글로불린 E(IgE) 같은 항체를 만들 수 있다.
이 IgE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가려움이나 습진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때로는 천식 같은 반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감작”이 면역 관용 이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독일, 호주에 기반한 3개의 출생 코호트 자료를 포함했고, 출생부터 5세까지 147명의 소아를 평가했다.
장내에 특정 비피도박테리아가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 영아는, 이 세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의 이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하이드록시페닐 락테이트(4-OH-PLA)라는 대사산물 1종이 면역계가 알레르겐에 과도하게 반응하려는 경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했다.
비피도박테리아가 만든 4-OH-PLA가 IgE 반응을 누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영아의 대변 샘플로 장내 세균과 대사산물 수준을 확인했고, 혈액 샘플로 음식 및 공기 중 알레르겐에 대한 IgE 항체를 측정했다.
또 인간 면역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4-OH-PLA가 IgE 생성을 직접 억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특정 비피도박테리아, 그 대사산물, 그리고 영유아의 건강한 면역 발달 사이에 “명확한 생물학적 연결고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260202 _ 영아 장내세균, 알레르기·천식 위험 낮추는 열쇠 _ 2-1.png


비피도박테리아는 장에서 발견되는 건강한 세균으로, 섬유질 소화를 돕고 감염을 예방하며 비타민 B군과 건강한 지방산 같은 화합물을 만든다.
비피도박테리아 수가 낮은 상태는 여러 질환과 연관돼 왔고, 비피도박테리아 보충제는 이전 연구에서 일부 질환 증상 치료에 이점이 있음을 보여준 바도 있다.
그런데도 성인 장내 미생물군에서 비피도박테리아는 10% 미만을 차지한다고 했다.


연구진이 덧붙인 관찰도 흥미롭다.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어머니로부터 해당 비피도박테리아를 획득할 가능성이 14배 더 높았고, 영아기 초기의 완전 모유수유와 다른 어린아이들과의 접촉 역시 장내에서 이 비피도박테리아의 풍부도 증가에 기여했다고 한다.


“자연적인 기전”이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활방식이 이 비피도박테리아를 더 희귀하게 만들었고, 집락화되지 않은 영아를 돕기 위한 다른 예방 조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활방식이 바뀌면 세균의 풍경도 바뀐다.


연구진은 이 지식을 예방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강화 영아용 분유, 혹은 이러한 비피도박테리아나 그 대사산물을 강화한 식이보충제 같은 접근이다.
면역계가 발달하는 생후 몇 달 동안 표적 예방이 가능하도록 연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60202 _ 영아 장내세균, 알레르기·천식 위험 낮추는 열쇠 _ 2-2.png


알레르기와 천식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 두 가지로 꼽히고, 기도와 관련된 유사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미국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학회는 두 질환 모두 가족력 경향이 있어 부모 중 한 명 또는 두 명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에서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알레르기성 천식은 알레르겐 노출로 유발되고, 비알레르기성 천식은 감염, 운동, 스트레스 같은 요인이 유발할 수 있으며 소아에선 감염이 가장 흔한 유발 요인이라고 한다.


분유 코너에서 오래 서 있던 시간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을지 모른다.
프로바이오틱스나 분유 선택은 아이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약사와 상의해 보는 쪽이 더 안전하다.

작가의 이전글데이터를 열어야 치료가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