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가 간경변 환자에게 필요한 이유
아버지가 간경변 진단을 받고 달라진 게 많았다.
술을 끊었다.
병원을 다녔다.
식단을 바꿨다.
그런데 치과는 안 갔다.
이가 아프지 않으니까.
나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간이 문제인데 이가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최근 나온 연구를 보고 멈칫했다.
미국 재향군인 약 4만 8,000명의 의료 기록을 18년 동안 분석한 결과다.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 리포트(Journal of Hepatology Reports)에 실렸다.
보상성 간경변, 그러니까 간에 섬유화가 왔지만 아직 기능이 남아 있는 단계의 환자들이었다.
이 중 연 1회 이상 치과 검진을 받은 사람은 18%도 안 됐다.
대부분 안 갔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18%의 결과가 달랐다.
간암 위험이 27% 낮았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위험은 15% 낮았다.
독소가 뇌에 쌓여 생기는 간성뇌증은 19% 낮았다.
간 관련 입원은 20% 적었다.
숫자만 보면 믿기 어렵다.
치과를 갔을 뿐인데 간암이 줄었다니.
연구팀도 같은 의심을 했다.
치과를 챙기는 사람이 원래 건강 관리를 잘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대장내시경 검진율을 따로 뜯어봤다.
대장내시경은 간질환 합병증과 연관이 없었다.
치과 관리 자체가 만든 차이였다.
왜 그럴까.
이 연구가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짚은 가능성은 이렇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다니면 입안의 염증이 줄고, 유해 세균이 적어진다.
입속 세균은 혈류를 타고 이동한다.
간이 이미 약해진 사람에게, 그 세균은 더 무겁게 작용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연 1회 방문이면 충분했다.
더 자주 가도 추가 효과는 크지 않았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 바자이 박사의 말이 귀에 남는다.
이 환자들에게 암과 질환 진행을 막을 수단이 많지 않다고.
구강 건강을 진지하게 다뤄야 할 때라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치과 언제 마지막으로 갔느냐고 물었다.
"이 안 아픈데 왜"라고 하셨다.
이가 아파서 가는 게 아니라,
간 때문에 가는 거라고 했다.
다음 주에 예약을 잡았다.
약이나 치료를 바꾸는 건 꼭 담당 의사와 먼저 이야기하고 결정하면 된다.
[출처]
Bajaj JS, Silvey S, Aljabi A, Golob Deeb J, Patel N. Dental prophylactic interventions are associated with lower decompensation-related hospitalizations over 2 years in cirrhosis. JHEP Rep. 2026;8(3):101821. doi:10.1016/j.jhepr.2026.10182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895559260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