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서로 다른 속도를 ‘배선’으로 묶어 생각을 만든다
가끔은 내가 두 사람처럼 느껴진다.
횡단보도에서 차 소리에 몸이 먼저 움찔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방금 한 말을 몇 시간째 곱씹는다.
손은 이미 문고리를 돌렸는데, 마음은 아직 문 앞에 서 있다.
그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속도 차이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 더 분명해졌다.
혹시 당신도 “나는 왜 이렇게 즉각 반응하면서도, 결론은 늦게 내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럿거스 헬스의 새 연구는 그 질문을 ‘뇌의 시간표’로 풀어냈다.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이 연구는 뇌가 빠른 신호와 느린 신호를 어떻게 하나로 묶어 사고와 행동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한다.
뇌는 모든 정보를 같은 속도로 처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서로 다른 시간 길이에 걸쳐 정보를 처리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말한다.
어떤 영역은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어떤 영역은 세부를 분석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구진은 이런 시간 패턴을 ‘고유 신경 시간척도(intrinsic neural timescales, INTs)’라고 불렀다.
수석 저자인 린든 파크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행동을 통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려면, 우리 뇌는 서로 다른 시간척도에 걸쳐 처리된 정보를 결합해야 한다.”
내가 급하게 피한 한 걸음과, 천천히 만든 한 문장의 결론이 결국 같은 뇌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그 ‘결합’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연결성에서 출발했다.
연구진은 960명의 정밀 뇌 스캔을 분석해, 서로 다른 뇌 영역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학적 모델로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폈다.
파크스 박사는 “연결성으로부터 각 영역의 INT를 직접 모델링”해, 이 과정의 기저 메커니즘을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은 단순한 비유로는 이렇게 남는다.
뇌는 ‘속도’가 다른 부서들을 두고, 그 부서들을 이어주는 복도를 잘 설계한 사람일수록 생각의 전환이 매끄럽다.
연구는 뇌 전반에서 정보 처리가 배치되는 방식이, 행동과 연관된 서로 다른 활동 패턴 사이를 뇌가 얼마나 쉽게 전환할 수 있는지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조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파크스 박사는 “뇌가 서로 다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가 사람들이 보이는 인지 능력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가 왜 어떤 날은 생각이 잘 ‘갈아타지’ 못하는지 떠올렸다.
급한 이메일을 보내고도, 머릿속은 여전히 오전의 회의에 붙잡혀 있는 날.
빠른 채널과 느린 채널이 각자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의 연결이 매끈하지 않으면 전환이 버벅거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뇌 패턴이 유전과 뇌 조직의 세포적 특징과도 연결돼 있음을 발견했고, 마우스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됐다고 했다.
즉, 이 시스템은 사람만의 특수한 습관이 아니라, 다른 종에서도 공유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파크스 박사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서로 다른 영역이 빠른 정보와 느린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더 잘 맞도록 뇌의 배선이 구성된 사람들은 더 높은 인지 용량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뇌의 배선’은 단순히 연결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속도가 다른 정보들을 얼마나 잘 묶어내는가의 문제였다.
연구진은 이제 이 네트워크의 교란이 조현병, 양극성장애, 우울증 같은 상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늘 내가 가져갈 문장은 하나다.
빠른 반응이 있는 나와 느린 해석이 있는 나는, 서로 싸우는 두 사람이 아니라 같은 뇌의 다른 속도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연결이, 내가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