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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Jun 06. 2024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웃기면 옆사람을 하염없이 치거나 그 친구가 귀여운 행동을 하면 참지 못하고 친구의 손을 세게 깨무는 행동을 보였었다. 그때마다 내 옆사람에 앉은 친구나 깨물린 친구들은 울 정도로 아파했고, 난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주변인들은 날 나무랐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선 지금, 엄마는 절대 밖에 나가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기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얼마 전 동창들과 술 한잔 하는 날이었다. 1차에서 신나게 떠들다 2차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안주와 함께 우린 술을 더 마셨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중 내 옆에 앉은 동창의 배를 내가 꼬집은 사건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행동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귀여운 공격성을 보인 것이다. 결국 그 친구는 눈물을 보였다. 난 너무 당황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이렇게 귀엽다고 깨물거나 때린 것에 큰 상처가 있어 보였고, 과거에 묻혀놨던 감정들을 토해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했던 행동들은 단순히 나에게만 해당되는 귀여운 공격성이었다는 걸. 그건 누군가에겐 괴롭힘이자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걸.


과거 연인의 손을 그렇게 깨물었던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왜 깨무는 거냐고 묻는 연인에게 차마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네가 너무 귀여워서 깨문다는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못했고, 그저 나는 그것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냐며 서운함을 내비친 적이 많았다. 내 주변에 귀여운 조카나 본가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를 봐도 귀여운 공격성은 쉽게 나타난다. 터뜨려 버리고 싶다던가 코를 잘라먹고 싶다는 둥 너무 귀여워서 찹쌀떡처럼 쬬물쬬물 씹어버리고 싶다는 등 정말 거침없는 공격적인 표현을 퍼붓게 된다. 이런 귀여운 공격성은 사실 귀여운 걸 보면 한쪽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아끼는 생명체가 고통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끊임없이 했는데도 난 적반하장 수준으로 그걸 왜 이해해주지 못하냐고 말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참으로 이기적이었다. 


배우 김고은이 자신의 옆에 PD나 선배들이 앉은 경우, 자신이 웃긴 포인트에서 혹시나 옆사람을 때릴까 봐 자신의 손을 서로 마주하여 하염없이 때리며 웃는 영상을 보았다. 이제 이 정도로 나이를 먹었으면 엄마 말대로 절대 밖에 나가서 누군가에게도 해선 안될 짓이라는 걸 김고은 영상을 통해서도 배웠다. 방법을 알았으니 앞으로 저렇게 노력해 보고 함부로 내 옆사람의 고통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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