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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30.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9)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5 "소비에서 쇼핑에 대한 욕구를 분리하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5 "소비에서 쇼핑에 대한 욕구를 분리하라"



#뇌는 제품의 구입에만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 뇌 속에 강하게 활성화되는 곳이 있습니다. 측좌핵 Nucleus accumbens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뇌의 보상 회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보상 회로는 음식이나 사랑, 돈과 같이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는 대상에 대해 반응하는 영역으로 보상 회로가 자극되면 사람들은 쾌감을 느끼게 되고 보상을 계속 받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됩니다. 보상 회로가 강하게 자극되면 중독이 생깁니다. 중독을 만들어내는 뇌의 영역인 것이죠. 그런데 이 보상 회로가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에도 강하게 자극이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소비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은 측좌핵을 ‘뇌의 쇼핑센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최근 뇌과학 연구들은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 지를 상세히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비 대한 뇌과학 연구 결과들을 확인하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있습니다. 측좌핵은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경하고 있을  반응을 하기 시작해서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에서 가장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가지고 싶은 제품일수록 반응도 강하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구매를 마치고 나면 측좌핵은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제품을 손에 넣고 나면 뇌는 다시 평상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죠. , 뇌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소비에서 쇼핑에 대한 욕구를 분리하라


소비라는 행위에는 '제품을 구입하는 행동' '구입한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행동'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소유하거나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가지 행동을 굳이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에 기초하면   가지 행동은 분명하게 구분될  있으며,  둘을 구분했을  자신의 소비 행동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서 제품을 구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에 얻는 기쁨과 행복감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는 것일  있습니다.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원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소비의 욕구가 충족되면  이상 제품의 소유나 사용에는 관심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소비 생활을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품을 구입한 이유가 이 제품을 소유하거나 사용하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겠지만, 제품 구입이라는 행동, 즉 쇼핑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소비를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기분 전환을 위해서 쇼핑을 하거나, 많은 수고를 한 자신을 칭찬해 주거나 위로하기 위해서 쇼핑을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쇼핑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구입된 제품들은 구입 후에 잘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이 정말로 필요해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뇌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구입한 것이니까요.


후회하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쇼핑의 즐거움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품이 필요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구입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쇼핑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은 고단하고 괴롭습니다. 쇼핑의 즐거움이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쇼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돈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지, 쇼핑의 즐거움을 얻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쇼핑의 즐거움을 얻으면서도 돈은 낭비하지 않을  있을까요?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1 욕구가 사라질 시간을 만들어라]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품 구매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 구매 목록에는 자신이 구입하기로 결정한 제품들을 적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쇼핑에 대한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합니다.  번째 방법은 환불 제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들에게 최소 7일의 환불 기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30일이나 1년의 환불 기간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환불 기간을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을 실제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제품을 받아보고 구매를 결정할  있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판매자들은 환불 제도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환불이 쉬울수록 쉽게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환불 제도가 판매 총량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환불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환불은 제품에 대한 소유 없이 쇼핑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품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는 제대로 충족시키면서도 금전적 손실은 피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구입한 제품의 포장을 뜯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판매하기 어려운 상태로 제품이 환불되면 온라인 플랫폼이나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손실을 생산업체에 떠넘기게 됩니다. 쇼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환불을 하는 것이 생산업체에 손실을 끼치게 되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겠죠. 그래서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포장을 뜯지 않고(즉, 재판매가 가능한 상태로) 환불을 해야 합니다. 집에 택배 박스가 도착하면 그 상태로 두었다가 그대로 환불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품을 환불할 때는 물론 비용이 발생합니다. 무료 배송으로 제품을 받는 경우, 일반적으로 환불을 할 때에는 제품을 받을 때 면제된 택배비와 제품을 돌려보낼 때  발생하는 택배비를 자신이 부담해야 합니다. 6000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제품이라면 이 금액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라면, 쇼핑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일 것입니다.


다시 판매할 수 없는 상태의 제품을 환불받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겠지만, 제품을 구입한 후 그대로 환불하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소비의 기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생산업체나 유통업체에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낄 질 수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더 언급하고자 합니다. 제품은 원하지 않고 쇼핑만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삶의 즐거움입니다. 삶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얻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쇼핑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의 뇌는 쇼핑이 주는 즐거움이나 다른 활동이 주는 즐거움을 딱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즐거움만 얻을 수 있다면 방법이나 대상은 상관이 없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삶의 다른 영역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굳이 쇼핑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쇼핑이 아닌 삶의 다른 곳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얻는 것입니다. 삶을 즐겁게 살고 있으면 굳이 쇼핑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할 필요도 없고, 제품을 환불하거나 중고로 판매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삶의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쇼핑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삶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돈의 낭비를 막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죠.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 #5 소비에서 쇼핑에 대한 욕구를 분리하라


자신이 쇼핑의 즐거움을 원하는 것인지 제품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하라. 만약 쇼핑의 즐거움만 원하는 것이라면 제품에 대한 소유 없이 쇼핑의 즐거움만 충족시켜라.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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