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상상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게 말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들이 말을 하면 어떨까, 말을 한다면 또 어떤 말을 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글을 썼습니다.
물론, ‘사물이 말을 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공방전, 국순전 같은 소설의 모습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전해져 왔습니다. 이미 있는 그런 긴 글이나 소설 말고, 짧은 글, 시는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감사하게도 주변의 사물들은 제게 주저않고 말을 건내더군요. 그들이 해준 말들을 주저앉아 받아 적었습니다. ‘그게 말을 했다’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텍스트는 저자로부터 태어나지만, 탄생하는 순간 저자에게서 독자에게 주어져 새롭게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작가 Roland Barthes는 그의 책 ‘텍스트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이것을 ‘저자의 죽음, 독자의 탄생’으로 비유했지요.
이제 저는 짧은 글 뭉테기를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장렬히 죽으려 합니다. 이것이 저자의 운명입니다. 죽음은 늘 슬픈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러분이 독자로 탄생할 것을 상상하니 죽음이란 퍽 즐거운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때로는 위로, 또는 일침을 주었던 그것들의 말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제게 말을 걸어주었던 사물들 모두가 무언가를 선물로 주었듯,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에게도 동일한, 아니 더 큰 선물이 그것들로부터 나오기를 빕니다.
그러면 저는 또 죽기 위해 죽지 않고 살아 또 쓰는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9월 27일 기차 안에서
저자 쓰는 인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