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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의 시대 노코딩 업무 자동화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1030 브런치.jpg [구글 엔터프라이즈]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계산을 하거나 데이터에 기반한 답변을 내놓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지시를 받으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요원'의 시대가 열렸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는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우미에서 벗어나, 복잡한 업무를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실질적인 업무 담당자로 격상시켰다.


이전 세대의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수동으로 입력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열어 정보를 복사해 붙여 넣어야만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종의 '수동 변속기'와 같은 방식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자동 변속기'처럼 작동한다. 사용자가 "매주 월요일 오전에 들어온 고객 문의 메일을 분석해서 가장 자주 언급된 문제점 3개를 요약하고, 그 해결 방안을 팀 회의 자료 형식으로 만들어 줘"라고 자연어로 명령하면, AI는 직접 이메일 시스템에 접근해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을 수행하며, 최종적으로 구글 문서와 같은 형태로 회의 자료를 작성하는 모든 과정을 사용자의 개입 없이 완료한다. 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던 개인화된 인공지능 비서, 즉 'AI 요원'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 능력은 반복적인 업무 흐름을 한 번 학습하면 그대로 기억하고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실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AI와의 경계를 명확히 짓는다.


이 새로운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능력은 특히 복잡한 기술 지식 없이도 강력한 자동화를 원하는 일반 대중에게 매우 큰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의 업무 자동화는 복잡한 스크립트 작성이나 특정 플랫폼의 기능을 깊이 이해해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코딩이나 전문 지식 없이 일상 언어로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자동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신규 채용 과정을 자동화하고 싶을 때, "채용 공고에 지원한 이력서를 분석해서 특정 키워드를 포함하고 경력이 5년 이상인 지원자에게만 1차 합격 안내 메일을 자동으로 보내줘"라고 명령하면, AI가 이메일 시스템, 문서 관리 시스템 등을 연동하여 수백 건의 이력서를 자동으로 심사하고 메일을 발송하는 작업을 처리한다. 이러한 혁신은 전문 지식 없이도 '나만의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게 하여 업무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가 다른 AI 모델과 구별되는 핵심은 '기업 내부 데이터의 통합 활용'에 있다. 대다수의 AI는 공개된 정보만을 기반으로 하거나 제한된 데이터로 추론을 했지만, 이 서비스는 기업의 과거 성공 및 실패 사례, 내부 계약서, 고객과의 비공개 채팅 기록 등 기업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내부 자산'을 분석의 핵심 원천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AI는 외부 시장 데이터와 더불어, 과거에 성공했던 제품의 상세 기획 문서, 실패했던 제품의 고객 불만 사항 분석 자료, 경쟁사와의 비공개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제시한다. 이처럼 기업 고유의 맥락과 데이터를 반영하는 능력은 공개된 정보만으로 만든 평범한 결과물과는 질적으로 다른, 깊이 있는 전략적 통찰력을 제공하게 된다.


이 기술은 특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나의 인공지능이 여러 직원의 몫을 해내는' '일당백'의 효율을 가능하게 하여 소규모 조직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월 사용자당 21달러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작은 기업들도 이 강력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한 독립 출판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출판 계약서를 검토한다고 가정해 보자. AI는 내부의 법률 관련 자료와 기존 계약서 양식을 학습한 뒤, 새로운 계약서를 분석하여 '특정 조항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니, 해당 문구를 이렇게 수정하라'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이는 작은 기업이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기능의 이면에는 기업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데이터 보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의 작업 방식 자체가 기업의 가장 민감한 기밀 정보를 AI가 직접 다루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확실한 이익과 함께, 기업 내부 데이터가 외부 거대 AI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데이터 유출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는 그림자이다. 구글은 최고 수준의 보안 설계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공지능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 원천이 결국 '양질의 데이터'에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의 의구심을 키운다. 이는 기업이 자신의 가장 귀한 자산인 데이터의 주권을 AI 기술 제공 기업에 사실상 위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요한 우려를 낳는다.


결론적으로,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가 예고한 AI 요원의 시대는 모든 기업의 업무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AI 에이전트를 통한 전방위적인 업무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이 물결에 뒤처지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리더들은 이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생산성 향상의 이익과 데이터 주권 상실의 위험 사이에서 현명하고 철저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 기술의 출시를 계기로,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즉각적으로 도입할 준비를 하는 자세가 앞으로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 작가 프로필


@손잡인_이용호 프로필.jpg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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