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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물리 지식
by 호모사이언스 Sep 07. 2017

크루즈 여행과 열기구 여행

부력


결혼 15주년을 앞둔 어느 날 아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크루즈여행 카탈로그였다. 아내는 오래전 일요드라마였던 <사랑의 유람선>을 보면서 크루즈 여행을 꿈꿔왔노라고 말했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거대한 크루즈 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였는데 나 역시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처럼 아내의 기분도 맞춰줄 겸 자료를 찾아보니 세상에서 가장 큰 크루즈 배는 로얄 캐러비안 인터내셔널 사가 운영 중인 ‘하모니 오브 더 시즈’였다. 무게만도 22만 톤이 넘는단다. 들떠서 신나하던 아내가 갑자기 22만 톤이라는 쇳덩이가 어떻게 바다에 뜨냐며 걱정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남편이 물리학자라는 사실을 잊은 걸까? 게다가 나는 아직 티켓팅할 마음도 없는 데 말이다.          

           

무게가 이십 이만 톤이나 나가는 크루즈 선과 배가 뜨는 원리인 부력을 발견하고 좋아한 아르키메데스

                

무거운 배를 물에 뜨게 하는 힘을 ‘부력(buoyant force)’이라고 한다. 부력은 어떤 물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밀도’가 주변의 밀도보다 작을 때 두 물체의 밀도 차이에 의해서 지구의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밀도 개념을 처음 이해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BC 287 - BC 212년경)다.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면 뛰쳐나온 바로 그 인물이다. 그리스의 왕은 어느 날 아르키메데스에게 새로 만든 금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 알아내라고 명령했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당시로는 꽤나 어려운 과제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여러 날을 고민하다 욕조에 몸을 담글 때 물이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고 금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금의 밀도는 19.3 g/cm3이고 은은 10.49 g/cm3으로 같은 부피에서 금이 은보다 2배 정도 무겁다. 따라서 같은 무게라도 금관에 은이 섞여 있다면 금과 은의 밀도 차이로 금관의 부피는 더 커진다. 물이 가득 채워진 용기에 금관을 넣었을 때 흘러넘친 물의 양이 동일한 무게의 순수한 금만을 넣었을 때 흘러넘친 물의 양보다 더 많으면 금관에 은이 섞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밀도의 개념을 처음으로 실생활에서 응용한 사례다. 


밀도는 어떤 물체의 질량을 그 물체가 차지하는 부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밀도의 단위는 단위 체적당 질량(g/cm3 혹은 kg/m3)으로 표현되며, 물체의 종류에 따라서 밀도는 각기 다르다. 어떤 물질의 밀도가 물의 밀도보다 작으면, 물에 의해 발생하는 부력이 그 물질의 중력보다 커서 그 물질은 물에 뜬다. 반대로 물의 밀도보다 크면 가라앉는다. 어떤 물질 사이에 밀도를 비교할 때는 ‘비중(specific gravity)’ 값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비중은 물의 밀도를 기준으로 정의하는데, 물보다 밀도가 작으면 비중 값이 1 이하이고, 밀도가 크면 비중 값이 1 보다 크다. 예를 들어 철과 코르크의 비중은 각각 7.9와 0.24인데, 철은 물보다 밀도가 7.9배 크고, 코르크는 물 밀도의 0.24배라는 의미다. 비중이 큰 물질은 비중이 작은 액체 물질 속에서 가라앉는다. 철은 물보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고 코르크는 물보다 비중이 작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철을 액체 수은에 떨어뜨리면 뜬다. 이는 수은 비중이 약 13.6 정도로 철보다 아주 크기 때문이다.            

         

물체가 물에서 뜨기 위해서는 부력이 중력보다 커야 한다. 부력은 물에 담긴 물체와 물 사이의 밀도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비중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중은 물질의 밀도를 물의 밀도와 비교한 양으로, 비중이 1보다 작으면, 물체가 물에서 뜨지만, 1보다 크면, 물체가 물에서 가라앉는다.


그럼 무게가 22만톤이 넘는 철로 만든 크루즈 선은 어떻게 물 위에 뜰까? 그 이유는 배 내부의 빈 공간들 때문이다. 속이 꽉 찬 쇠구슬과 달리 철로 배를 만드는 경우에는, 배 내부의 빈 공간들 때문에 평균적인 밀도가 작아져서 배 자체의 비중이 물보다 작아진다. 철로 만들어진 크고 무거운 배가 물에 뜨는 이유이다. 

하늘을 나는 대형 열기구도 부력을 이용한다. 대형 열기구를 하늘로 띄우기 위해서는 대형 풍선 안으로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다. 뜨거운 공기는 밀도가 낮으므로 풍선 바깥의 찬 공기보다 비중이 작아진다. 이 비중(혹은 밀도) 차이가 열기구를 하늘로 뜨게 하는 부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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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물리 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의기투합한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출신의 과학자들. 물리 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리 보인다고 믿는다. 이남영,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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